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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y 18. 2017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김용택 엮음

-- “김용택의 내 인생을 바꿔준 시 한 편”


                                     강 일 송


오늘은 시(詩) 몇 편을 보려고 합니다.

엮은이는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1948~)시인입니다.


김용택시인은 시를 읽다가 보면, 한 편의 시가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읽는 이의 생각을 흔들어 새로운 길을

만들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 그를 일깨웠던 시 모음 중 몇 편 골라서 감상을 곁들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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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더 테레사(1910-1997)



사람들은 흔히 비이성적이며

논리적이지도 않고 이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만약 당신이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한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다른 속셈을 숨기고

친절하게 대한다고 의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대하라.


만약 당신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더라도

사람들은 당신을 속여 마음 아프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게 살아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여러 해 동안 흘린 당신의 땀방울을

누군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루려고 노력하라.


오늘 당신이 사람들에게 선행을 해도

사람들은 내일이면 그것을 다 잊어버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행하라.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이 세상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어도

세상은 결코 충분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베풀라.


당신이 알다시피,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신과 당신과의 문제다.

절대로 당신과 그들과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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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한번 보시지요.

마더 테레사 수녀님의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이 돋보이지

않는가요?

이 세상은 결코 이성적이지 않고 논리적이지 않으며

이기적인 마음이 그득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나를 속이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하며 한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내 가진 것을 모두 베풀어도 절대 충분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베풀고, 또 선행을 하고, 친절하게 대하며,

용서하라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세상 사람들과 나의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오직 신과의 관계라는 것이지요.


삶에 대해 감(感)이 좀 오시지 않으세요?^^


다음 시를 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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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유>


                윌리엄 헨리 데이비즈(1871-1940)



그것이 무슨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나뭇가지 아래서 양과 소의 순수한 눈길로

펼쳐진 풍경을 차분히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면서 수풀 속에 도토리를 숨기는

작은 다람쥐들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대낮에도 마치 밤하늘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가득 품은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이 다정한 눈길에 고개를 돌려,

춤추는 그 고운 발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된 그녀의 환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얼마나 가여운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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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의 영국 시인인 윌리엄 헨리 데이비즈는 자연을 노래한

소박한 시풍의 작가라고 합니다.

산업혁명이 급속히 진행하던 영국의 성장기에 시인은 자연의

소중함을 노래하고 삶의 여유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과 소의 순수한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도토리를 숨기는 다람쥐를 바라보며, 별빛을 품은

시냇물을 바라보는 시인이 참 아름답게 여겨집니다.

또한 사랑하는 여인의 고운 발을 바라보고, 눈가에서

시작된 환한 미소가 입가까지 갈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

참으로 현대에는 표현하기 힘든 낭만적인 순수함을 이 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 속에 잠시 하늘 한번 쳐다보고,

발밑에 핀 이름 모를 들꽃 한번 바라볼 여유를 가져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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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기>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음 물,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


이것만 있거든 낙심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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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문학사 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 있어서도 대단한 천재로 손꼽히는

괴테. 그는 시도 참 멋지게 썼습니다.


신선한 공기와 태양, 물, 친구의 사랑만 있으면

세상에는 낙심할 일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공기, 태양, 물, 친구, 사랑 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고, 돈으로 산다고 해도 너무나 비싸서

사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본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오히려 가장 가치가

큰 것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편 더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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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먹고 싶다>


                  이 상 국(1946~)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 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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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따뜻한 국수를 통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일, 즐거운 일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마음이 상처받고 힘든 일로 우울하고 울고 싶은 사람

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시인은 세상에 상처 받은 것을 “삶의 모서리”에 다쳤다고

표현합니다. 아주 시적인 표현이지요.

또 자식같이 기르던 정든 소를 팔고 돌아오는 사람의 뒷모습은

허전합니다.

잔칫집 같은 세상에 울고 싶은 사람은 꼭 있기 마련이고

세상 사람들의 닫힌 마음으로 인해 어둠이 허기같이 내려앉은

저녁에 시인은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 먹고 싶다 합니다.


이왕이면 국수를 말아주는 사람이 어머니 같은 수더분한

아주머니이면 더 제 맛이 날거라 합니다.


몇 편의 시를 보았는데, 시를 골라준 김용택시인은 딱 자기

같은 시만 골랐다 싶습니다.

섬진강가의 초등학교에서, 그것도 한 학교에서만 수십 년을

근무하고 정년을 마친 초등학교 교사의 삶.

그 삶에는 고향이 담고 있는 깊은 정과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만의 질박함이 가득합니다.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대로, 나이든 분들은 나이든 분들대로

삶의 무게는 아득합니다.

오늘 이 시들로 인해 그 무게가 조금이라도 가볍게 느껴지기를

고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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