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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y 26. 2017

<프랑스 시(詩)와 낭만주의>

<프랑스 시(詩)와 낭만주의>


                             강 일 송


오늘은 프랑스의 시와 낭만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서울대 불문학과 이건우 교수님이 선정하신  몇편의 시에 대한 설명과

저의 감상으로 함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번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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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시작


지금의 프랑스 땅에는 처음에 켈트인이 살고 있었다. 이후 로마의

시저가 침입해 온 이후 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게르만의 일파인

프랑크족이 새로운 지배자가 되었다.

프랑스라는 이름의 기원이 바로 이 프랑크족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때의 프랑크는 “도끼”란 뜻으로 도끼를 다루며 세력을

떨치던 게르만족의 한 부족을 의미했다.


5세기경이 되어야 비로소 고대 프랑스어가 나타났고

9세기 경 최초의 문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프랑스어로 된 최초의 문학작품은 12세기의 마리 드 프랑스의

시(詩)였다.



<인동 덩굴>


             마리 드 프랑스, 12세기


두 사람 사이는 꼭

개암나무와 그 둘레를 휘감은

인동 덩굴과 같아요.

나무 둘레에 덩굴이

일단 한 번 얽히고 나면,

함께 하는 한 살아갈 수 있지만

누군가 둘을 갈라놓으려 하면

개암나무도 인동 덩굴도

이내 죽어버려요.

“그대여, 우리도 그와 같아요.

나 없이 그대 없고, 그대 없이 나 없어요!”



이 시는 죽음을 뛰어 넘는 사랑의 이야기의 시이다.

세속적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얻고 싶은 사랑.

일반적으로 서정시를 두 마디로 요약을 하라고 한다면

“사랑”과 “죽음”이다.

전통적으로 ‘시의 언어’는 ‘신의 언어’라고 불리어왔다.

오늘날까지도 죽음조차 나누지 못하는 사랑이야기가 즐비하다.


다음 시를 본다면



<카쌍드르에게>


          롱사르(1524-1585)


어여쁜 아가씨, 우리 보러 가요.

오늘 아침 햇살에 진홍빛 치마

펼쳐든 장미 꽃송이, 이 저녁

그 진홍 치마 고운 주름

그대 낯빛 같은 빛깔을

잃지나 않았는지요.

저런! 보아요. 어여쁜 아가씨여,

얼마 되지도 않아, 그 자리에다가

저런, 저런, 제 아름다움을 떨구었어요.

오, 정말로 자연은 못된 계모,

이런 꽃송이조차 버텨낼 수 있는 건

겨우 아침에서 저녁까지일 뿐이라니!

그러니, 어여쁜 아가씨여, 부디

그대 한창 푸르른 싱그러움으로

청춘의 꽃 피우는 동안,

취하세요, 그대 젊음을 취하세요.

나이 들면 이 꽃송이처럼

그대 아름다움도 시들고 말테니.


이 시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꾸준히

나오고 있는 명제를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노래처럼 말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의 한 구절로, 즐기다,

잡다, 사용하다의 “Carpe”와 “날”이라는 의미의 “Diem”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즉, “현재를 즐겨라, 현재를 잡아라”라는 뜻이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대사로 나와 더욱 유명해졌다.




<호 수>


         라마르틴(1790-1869)


이렇게, 언제나 낯선 기슭으로 떠밀려,

돌아올 길 없이 영원의 어둠 속으로 실려 가버리는

우리는 세월의 대양(大洋) 위에다 단 하루도

닻을 내릴 수 없단 말인가?


오, 호수여! 이제 겨우 한 해가 흘렀을 뿐인데,

그 여인 다시 보기로 한 이 정다운 물가에,

보라! 네 그 여인 앉아있는 모습 보았던 이 바위 위에

나 홀로 와 앉는구나!


오, 시간이여, 비상(飛上)을 멈추어라! 순탄한 순간들이여,

흐름을 멈추어라!

우리 생애 가장 기쁜 날들이 저 쏜살같기만 한 환락을

만끽할 수 있도록!


그러니, 우리 사랑해요, 사랑해요, 서둘러요.

덧없는 시간을 만끽해요.

인간에게는 머물 곳 없고, 시간에게는 기슭조차 없으니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지나가버리니.


흐느끼는 바람, 한숨짓는 갈대,

네 향그러운 대기 그 가벼운 내음,

모두가 듣고, 보고, 숨 쉬는 그 모든 것으로 하여,

말하게 하라, “그들은 사랑했노라!”고



이 시는 이 시대 모든 연인들이 열광한 시가 되었다.

즉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폐병으로 프랑스의 AIX-LES BAINS 호수에서 요양하던 시인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이듬해 다시 호수에서 만나기로 하였지만

여인은 세상을 떠나고 만다. 혼자 다시 호수로 돌아와서 사랑을

나누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쓴 이 시는 그를 최고의 시인의 반열로

올려놓는다.


마지막으로 시 한 편 더 본다면,



<미라보 다리>


         아폴리네르(1880-1918)


미라보 다리 아래로 세느 강은 흐른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도

나 기억해야만 하는가

기쁨은 언제나 아픔 뒤에 왔으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느니


사랑이 떠나간다 저 흐르는 물처럼

사랑이 떠나간다

인생이 더딘 것처럼

또 희망이 거세기만 한 것처럼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느니


하루하루가 가고 또 세월이 간다

지나가 버린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로 세느 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느니



20세기 초가 되면서 19세기의 전통적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19세기에 사진이 등장하면서 미술에서도 구체적으로 묘사하던

미술은 자리를 잃게 되고, 추상미술과 인상주의가 태동하게 된다.

문학에서 이러한 태동을 불러일으킨 시인이 아폴리네르였다.


미라보 다리 아래 강물은 흘러가는데 마치 사랑이 흘러가는 것과도

같다. 기쁨은 언제나 아픔 뒤에 오듯이 나의 아픔 뒤에는

즐거운 날도 올 것이라 희망한다.

인생이 더딘 것처럼 사랑이 떠나가는 것은, 미련이 남은 채

삶이 느리게 지나가면서 마음의 아픔이 지속됨을 의미한다.


시 속의 자연은 다시 되돌아오고 소생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은 유한하고 한계가 분명히 있을 뿐이다.

고전주의 등에 반발해 생긴 낭만주의는 다시 시의 본연인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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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흔히 예술적이고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문화의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문학에서도 독일이나 러시아 문학보다는 밝고 화려

하고 낭만적일 것이라 예상이 되지요.


인간의 문화는 그 토대가 되는 지역의 날씨와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우리는 보게 됩니다.

환한 햇살이 내리쬐고 따뜻한 날씨의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음악이나

문학도 밝고 가볍고 감성이 풍부합니다.

반면 춥고 흐린 날이 많은 독일과 러시아는 문학도 진지하고 무겁고

조금은 어둡기까지 하지요.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프랑스의 시는 매우 감성적

이고 낭만적일 것이라 여겨집니다.


프랑스의 최초의 시라고 불리는 마리 드 프랑스의 시를 보면,

죽음외에는 갈라 놓을 수 없는 사랑이야기로 쓰여졌습니다.

흔히 서정시의 대표적인 키워드가 두 개가 있는데,

바로 "사랑" 과  "죽음"이라 합니다.

이 마리 드 프랑스의 "인동 덩굴"은 그 의미에 완전 부합하는 시네요.


두 번째 시는 롱사르의 시인데,

어여쁘고 젊은 아가씨에게 그 청춘을 즐기라고 합니다.  자연은 마치

계모와 같이 심술궂어서 금세 젊음을 빼앗아가고 아름다움을 시들게

한다고 하네요.

여기서 그 유명한 카르페 디엠이 나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의

키팅선생이 했던 그 멘트지요.


다음 시를 보겠습니다.  라마르틴이라는 시인의 <호수>라는 시입니다.

이 시인은 폐병으로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마을로 요양을 가게 되고, 거기에서 운명적인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어 1년 뒤를 기약한 그들은 여인의 죽음으로

시인만이 추억이 배인 그 호숫가로 돌아옵니다.

아름다운 호수와 자연은 그에게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인간에게는 머물 곳 없고,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지나가 버리네.

모든 자연이 말하게 하라, 그들은 진정 사랑했노라고."


마지막 시를 보겠습니다.

미라보 다리는 아폴리네르라는 시인의 작품인데, 그는 이태리 장교출신

아버지와 폴란드인 귀족 어머니의 사생아로 태어났다고 하지요.

파리에서 여류화가인 마리 로랑생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이별의

순간에 쓰여진 시라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흐르는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세월을 의미하고,

또한 지나가버린 사랑을 의미하였습니다.

나는 사랑을 잃어 모든 삶의 의미와 희망을 잃었는데, 세상은 무심히

흐르는 강물처럼 너무나 잘 돌아가지요.

그는 인생이 더디다고 합니다.  실연의 아픔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시간이 더 길고 많음을 의미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고 했나 봅니다.


오늘은 프랑스시 몇 편에 대한 소개와 그에 따른 감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사진은 수년 전 파리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려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 프랑스의 몇 편의 시와 함께 시적 감성을

되살리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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