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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5. 2016

<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강 일 송

오늘은 에세이 한권을 보려고 합니다.

우리 시대 대표적 여류작가의 하나인 공지영작가가 엄마로서 딸에게 세상
살이에 대한 레시피를 요리 레시피와 함께 말해주고 있습니다.
공지영작가는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고, <도가니>, <즐거운 나의 집>, <봉순이
언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등의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었습니다.
이상문학상, 한국소설 문학상, 가톨릭 문학상, 21세기 문학상 등을 수상을
하였네요.

엄마의 레시피가 무엇이 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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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자신 사랑하기, 어떻게 하는 거에요?
가끔 엄마는 고등학교에 강연하러 갈 때가 있는데,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것이 있단다. “여러분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정말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런
자신에 대한 사랑을 또 다른 나인 남과 나누어야 한다는 거에요.“

너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이야.
이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하나의 시작이란다. 외모 지상주의가 아니야.
비싼 명품이 아니라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어야해. 그날에 맞는 옷을
차려입고 양말까지 색상을 맞추고 머리를 드라이어로 잘 다듬기도 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책인 <죽음의 수용소>에 보면,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을 보니 마지막까지 자신의 존엄을 지킨 사람이 살아나더라는거야.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사금파리를 주워 아침마다 면도를 한 사람이
있는데, 이 행동이 자신을 지키게 해준 존엄을 있게 해주었대.

◉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
어떤 친구나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말하기는 힘들어. 하지만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엄마가 말해 줄 수 있어.

첫 번째 유형은 폭력적인 사람이야. 당연히 그런 사람을 너는 만나지 않겠
지만 숨어 있는 폭력을 알아보는 것은 더구나 여자인 네게 아주 중요해.
첫째로 욕설을 하는 사람. 이 욕설은 다른 이(누구나 생각해도 나쁜 사람,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인물, 실제로 나쁜 사람)를 지칭하는 데 교묘히 사용
되기도 해. 좋은 사람은 아무리 나쁜 사람을 일컬을 때도 절대 흉한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아. 거꾸로 이런 사람은 자신의 공격성을 정의로
가장해 사용하기도 하지. 또 하나, 자신 곁에 있는 친한 후배나 동료에게
수시로 가벼운 폭력(뒤통수 치기, 친근함을 가장해 욕하기)을 쓰는 사람이야.
이런 사람들은 아주 위험하단다.
엄마가 늘 이야기하지만 어떤 사람이 최악의 경우 최악의 사람에게 퍼부을
수 있는 모든 행동은 언제든 너에게도 퍼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아무리 가벼운 폭력적 행동도 절대로 네 마음으로 허용해서는 안 돼.

두 번째로 네가 피해야 할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란다.
이런 사람은 만나는 날, 혹은 그다음의 만남에서 그냥 막 선물을 주는 사람이야.
설사 남자 친구가 데이트 두 번째 날 꽃다발을 가져 온대도 마찬가지야.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자기 자신만으로는 모자라다는 깊은 열등감 같은 것이
숨어 있을 수 있어. 자신도 모르게 물질로 상쇄하고 싶어 하는 것이랄까.
계속해서 모든 돈을 지불하려고 하는 것도 비슷한 심리이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상처 때문에 쓸데없이 오해와 분노를 가지고 그것을 상대방,
바로 너에게 투사할 확률이 높아.

그리고 세 번째가 불행한 사람이야. 이 말을 하기는 조심스러운데, 네가 알던
사람이 불행에 빠졌을 때, 그를 모른 체 하라는 것이 아니야. 그러나 원래
불행하던 사람이 네게로 올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단다.
엄마가 아는 사람 중에 부잣집에 태어나 돈 많은 남편을 둔 선배가 있는데
문자가 와서 “퍼스트 클래스가 다 차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탔더니 자리가
얼마나 불편하던지, 거기다 멍청한 스튜어디스는 스테이크를 웰던으로 시켰
는데 미디움 레어로 나온 거 있지. 아주 기분 잡쳤어.“
엄마가 말하는 불행한 사람이란다.

◉ 진정한 관계가 시작되는 때
사랑은 집착과 달라. 그것을 구별하려면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데, 굳이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고통이 온다면 그건 집착인거야.
언제가 네가 남자 친구의 이메일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것을 보고 엄마가
몹시 놀란 적이 있었지.
그래, 마음은 안단다. 하나가 되고 싶은 그 마음. 뭐든지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 그러나 현실에서 하나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단 한 커플도 없어. 심지어 섹스라는 것도 그토록 하나가 되고 싶어
서로의 몸을 포개고 비비나, 바로 그 육체의 껍질들 때문에 실은 서로가
다른 두 사람이라는 것만을 확인하고 마칠 수밖에 없단다.
그러니 앞으로 남자 친구를 만나면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네 비밀번호도 절대 가르쳐주지 마라.
너에게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하고 네가 만나는 친구들을 제한하는
남자는 그만 만나라. 그것이 결혼이라는 틀로 옮겨가면 가정이라는 소왕국
의 왕이 될 확률이 높아. 일종의 정서적 직장 상사가 된다는 말이지.
어차피 사랑도 가족도 모두 인간 사이의 소통이고 관계란다.
두 사람은 두 사람이고 어떤 사람도 똑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진정한 관계가 시작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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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공지영 작가가 20대 딸에게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였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의 처방전을 딸에게 요리 가르치듯
조근조근 말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비싼 명품옷을 입으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옷 중 깨끗하고 좋은
옷을 상황에 맞추어 잘 입으라고 합니다. 세상을 사랑하는 것의 첫걸음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사금파리를 주워서 매일 면도
를 한 사람이었다 합니다. 즉 마지막까지 자신을 사랑하고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놓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또한 만나지 말아야 할 세 부류의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가 폭력적인 사람인데, 행위로서의 폭력 뿐 아니라 정의라는 이름으로
단죄하고 폭언하는 사람도 피하라고 합니다. 내재된 폭력성이 언제든지 결국
나에게로도 향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은 어떤 경우라도 흉한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둘째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인데 무조건 물질로, 선물로 자신의 부족함을
상쇄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도 결국 오해와 분노의 화살을 나에게
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셋째는 불행한 사람인데, 이미 친한 사람이 불행해졌다고 모른 체 하라는 것이
아니라 불행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있는 사람은 결국 나까지도 불행한
기운을 전염시켜 나의 인생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으라고 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어느 정도의 간격과 거리는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메일이나 다른 SNS의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지도 말고 알려고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도 똑같지도 않고 똑같을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영역을
보장하고 지켜줄 때, 그 때 비로소 진정한 인간 관계의 문이 열린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니, 꼭 딸이 아니더라도 아들이 들어도
좋을 내용입니다. 아니 어른들도 꼭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 나한테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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