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 지도 몰라>

by 해헌 서재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 지도 몰라> +플러스

--“김용택의 시의적절한 질문의 시(詩)”


강 일 송


오늘은 섬진강시인 김용택(1948~)의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 지도 몰라” 후속편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시선집에 이어 이번에는 다양한 시를 주제별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시를

모아서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중 마음에 닿는 시 몇 편을 골라서 저의 감상과 함께 진행을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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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발자국

정현종(1939~)


지난 하루를 되짚어

내 발자국을 따라가노라면

사고의 힘줄이 길을 열고

느낌은 깊어져 강을 이룬다 - 깊어지지 않으면

시간이 아니고, 마음이 아니니,

되돌아보는 일의 귀중함이여

마음은 싹튼다 조용한 시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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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는 정현종시인의 시로 열어보았습니다.

예전에 정현종 시선집을 한번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 시인의 가장

대표작은 “섬”이지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가장 짧은 시로서 가장 많은 것을 말해주는 대표시입니다.

이 시와 같이, 오늘 “지난 발자국”도 우리에게 진한 사색의 실마리를

건네주고 있습니다. 하루를 지난 다음, 시인은 그 하루를 되짚어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어떠했는지, 무엇을 느꼈고

어떤 반성을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면, 시인의 말처럼 사고의 힘줄이 굵어지고, 느낌이 깊어져

강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조용한 시간을 혼자서 가져보라고 합니다.

그 시간이야말로 내 마음이 움트는 시간일 것입니다.


다음 시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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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밤

노자영(1901-1940)


껴안고 싶도록

부드러운 봄밤!


혼자 보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눈물 나오는 애타는 봄밤!


창 밑에 고요히 대글거리는

옥빛 달 줄기 잠을 자는데

은은한 웃음에 눈을 감는

살구꽃 그림자 춤을 춘다.

야앵 우는 고운 소리가

밤놀을 타고 날아오리니

행여나 우리 님

그 노래를 타고

이 밤에 한번 아니 오려나!


껴안고 싶도록

부드러운 봄밤

우리 님 가슴에 고인 눈물

네가 가지고 이곳에 왔는가?......


아! 혼자 보기는 너무도 아까운

눈물 나오는 애타는 봄밤!

살구꽃 그림자 우리집 후원에

고요히 나붓기는데

님이여! 이 밤에 한번 오시어

저 꽃을 따서 노래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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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는 봄밤에 일어난 마음의 서정을 표현한 시였습니다.

노자영 시인은 1930년대에 당시 문단의 흐름인 낭만적 감상주의에

따라, 굉장히 인기를 모은 시인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930년대에 이 정도의 감성이 풍부한 시가 있었나

싶었답니다.


창가에는 옥빛 달빛의 줄기가 흐르고, 봄날에 핀 살구꽃의 그림자가

흔들립니다. 눈물 나도록 애타는 사랑이 봄밤의 풍경과 어우러져

시인의 가슴에 넘칩니다.

마지막 연에 시인의 원(願)이 발합니다. 이 아름답고 껴안고 싶은

봄밤에 꽃을 꺾어 달라는 핑계로 한번 오시어 달라고 말입니다.


다음 시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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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간

유안진(1941~)


현재는

가지 않고 항상 여기 있는데

나만 변해서

과거가 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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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참 짧은 시지요.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대한 진한 깨달음이

이 짧은 글에 잘 담겨져 있습니다.

김용택시인은 이 시를 보고 일본의 축약시인 하이쿠를 떠올리면서

하이쿠 두 편을 함께 소개하는데 같이 보겠습니다.


밤에 핀 벚꽃

오늘도 또한

옛날이 되어버렸네.

- 잇 사(1763-1828)


가는 봄이여,

새는 울고,

물고기의 눈엔 눈물

- 마츠오 바쇼(1644-1694)


일본 하이쿠의 성인이라 불리는 잇사와 바쇼의 시들입니다.

1700년대의 잇사의 시와 1900년대의 유안진 시인의 시는 똑같이

세월의 흐름, 시간의 흐름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늘 30년 전의 현재나 지금의 현재나 똑같지만, 나의 모습은

흰머리가 늘어난 나이든 모습입니다.


잇사의 시에서는 순식간에 피고 지는 벚꽃에서 인생을 엿봅니다.

벚꽃이 피고 지는 사이 오늘은 어느새 옛날이 되어버렸네요.

바쇼의 시는 가는 봄이 아쉬워 새는 울고, 물고기 눈엔 눈물이

가득 고입니다. 시인이 얼마나 봄이 가는 것이 아쉬웠으면 이렇게

새와 물고기까지도 감정의 전이가 일어났을까요?

두보의 곡강이수의 “꽃잎 한잎 질때마다 봄날이 줄어들거늘” 구절도

함께 떠오릅니다.


오늘 몇 편의 시를 함께 하였습니다. 혹시 저의 감상으로 여러분에게 감정의 전이가

일어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풍부한 감성의 물이 든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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