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들의 생각”
<동양고전의 배경- 이백과 두보>
--“오래된 책들의 생각”中
강 일 송
오늘은 과거 현자(賢者)들의 글 속에서 지혜를 찾는 내용의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통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저자인 신동기박사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및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경영학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네 글자의 힘”, “인문경영으로 리드하라”,
“독서의 이유”, “해피노믹스” 등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동양 고전의 핵심인 시(詩)를 이백과 두보를 중심으로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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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의 한시 외교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은 외교석상에서나 국내 정치에서 한시를 즐겨 사용한다.
이렇게 한시를 사용하면 품격도 있고 완곡의 강약을 상황에 맞춰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 외교적 수사로나 정치적 수사로 그만이다.
2014년 방한 때 서울대 특강에서 시진핑은 한,중간의 우호관계를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이백의 시 ‘쉽지 않은 세상 길’(行路難)‘을 인용했다.
거센 바람이 물결 가르는 그때가 오면
구름 돛 달고 푸른 바다 헤쳐 나가리라.
한국과 중국 양국이 ‘우호협력의 돛을 함께 달고 상호 윈윈의 방향으로 항행한다면
바람을 타고 험한 파도를 헤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이백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전달력이나 매력에 있어 의례적인 우호 강조나 직접
적인 수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울림이 크고 길다.
★ 중국 문학사의 가장 빛나는 두 별
그들은 바로 당(唐)시대를 산 이백(李白,701~762)과 두보(杜甫,712~770)이다.
이백과 두보는 동시대를 살면서 서로 우정을 나누고 깊은 지적 교류를 했던 사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시풍(詩風)은 서로 대조적이다. 이런 대조적인 측면은
중국의 남방문화와 북방문화 각각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 자연과 역사는 문학적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배경
문학적 풍의 차이는 자연적, 역사적 환경에 의해 좌우받는 경우가 많다.
중국 대륙의 특징은 진령(秦嶺)산맥과 회수(淮水)를 중심으로 남과 북으로 구분된다.
바로 황하를 중심으로 하는 ‘북방’과 양자강(장강)을 중심으로 하는 ‘남방’이다.
남과 북이 토양과 기후가 다르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성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남방은 기후가 따뜻하고 토지가 비옥한 데 반해, 북방은 기후가 한랭하며 토지가
척박하다. 이런 기후로 일반적으로 남방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낭만적인 성격을 많이
띠는 데 반해 북방은 소박하고 실제를 중시하는 성격을 지닌다.
★ 남방의 도가(道家)와 북방의 유가(儒家)
남방과 북방을 대표하는 사상은 도가와 유가이다. 그 중심에는 ‘노자’와 ‘공자’가 있다.
노자(老子,?~?)는 춘추전국시대 때 초나라에서 태어났다. 노자로 대표되는 도가의
중심사상은 양자강을 중심으로 한 남방 세력을 대표했던 초나라를 사상 배경으로 한
만큼,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었다.
공자(孔子,BC551~479)는 춘추시대 때 노나라(지금은 산동성)에서 태어났다. 공자로
대표되는 유가의 중심사상은 북방문화의 중심인 황하의 하류지역을 배경으로 한 만큼,
현실의 질서를 중요시하는 ‘인,仁’, 곧 자기 자신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극기복례(克己復禮)’에 있다.
★ 남방문학과 북방문학의 줄기
이백은 진령산맥과 회수의 이남인 강남의 사천성에서 태어났고, 두보는 진령산맥과
회수의 이북인 황하 일대의 하남성에서 태어났다.
서로의 기후와 풍토가 다른 까닭에 남방에서는 신선(神仙)을 추구한 노자의 무위자연
도가사상과 낭만주의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굴원의 ‘이소(離騷)’로 시작되는
<초사(楚辭)>가 탄생했다. 그리고 이런 풍부한 상상력과 낭만적 경향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시선(詩仙) 이백을 낳았다.
반면 북방에서는 질서를 중시하는 성인(聖人) 공자의 인(仁) 사상과 주로 현실 소재를
다루면서 소박하고 사실적 경향을 지닌 <시경(詩經)>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런
현실적 사실주의는 시적 완벽을 추구한 위대한 인간 시성(詩聖) 두보를 낳았다.
이백의 낭만주의와 정신의 자유는 북송시대의 같은 사천성 출신인 소동파(蘇東坡,
1037~1101)에게로 이어지고, 두보의 완벽을 추구하는 모범적 문학성향은 소동파의
제자인, 강서성 출신의 황정견(黃庭堅, 1045~1105)과 같은 이에게 이어진다.
★ 정신적 자유에서 시작된 남방의 낙관주의
결국 중국의 역사, 사상, 문화는 북방의 황하에서 시작되었고, 주요 변곡점을 마련한
역할은 남방의 양자강이 떠맡아 왔다.
변곡점은 새로움을 지향한다. 새로움의 출발은 ‘사고의 유연함’과 ‘낙관주의’에서 비롯되고
사고의 유연함은 ‘정신적 자유’에서 나온다.
경직된 사고, 습관적 사고, 위계적 사고에서는 있는 것을 지킬 뿐,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 수 없다. 그리고 새로운 영역은 미지의 세계이다. 그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려면 먼저
‘미지의 세계가 현재의 익숙한 세계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낙관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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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중국 문학의 최고봉인 이백과 두보를 통해서, 남방과 북방 문화,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보았습니다.
역시 인간의 삶은 기후와 토양에 의해서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음을 이 책을 통해서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똑같은 인종이라도 한쪽은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에 노출하고
한쪽은 북유럽의 추운 날씨에 노출하여 수천 년이 지난다면 전혀 다른 인종처럼 변하
리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중국 지도자들의 한시 외교는 이전부터 유명했지요.
후진타오 전 주석은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후주석이 미국 방문 때 의도적 결례를 하자
두보의 시를 인용하여
“반드시 정상에 올라 뭇 산들의 작은 모습을 보리라.”라고 국력을 키워 언젠가는
수모를 갚겠다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하고,
장쩌민 전 주석도 자신의 임기 말기가 되자 소동파의 시를 인용하여
“바람에 실려 하늘로 돌아갈까 한다.”라고 말했다 합니다.
얼마나 운치가 있고, 자신의 뜻을 은유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지요.
남방 문학을 대표하는 이백과 북방 문학을 대표하는 두보의 시, 각각 한 편씩을
남기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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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이 백(701-762)
꽃밭 한가운데 술 항아리
함께 할 사람 없어 혼자 기울이네
술잔 들어 밝은 달 청하니
그림자 더불어 셋이 되었구나
저 달은 본시 마실 줄 몰라
한낱 그림자만 나를 따르네
그런대로 달과 그림자 데리고
모처럼 봄밤을 즐겨보리라
내가 노래하면 달은 나를 맴돌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너울
깨어 있을 때는 함께 어울리다가
취한 뒤에는 제각기 흩어지겠지
아무렴 우리끼리 이 우정 길이 맺어
이 다음 은하 저쪽에서 다시 만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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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의 봉선사에서 노닐며
두 보(712~770)
스님을 따라 절에서 노닐다
밤이 되어 절에서 잠자리에 든다.
북쪽 골짜기에 영묘한 바람이 일고
달빛 숲속엔 맑은 그림자 흩어진다.
높게 솟은 산봉우리 별에 이르고
구름 위에 누우니 옷이 차구나
잠 깰 무렵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
나로 하여금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