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

by 해헌 서재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

--“슬픔을 치유해주는 따뜻한 감성소설”


강 일 송


오늘은 슬픔을 이겨내고 마음이 따뜻해지게 만드는 소설 하나를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다키모리 고토(1974~)는 일본 지바현 이치카와 시 출생으로, 부모님이 이탈리아

의 오래된 도시 바사노(Bassano)에서 예술 활동을 한 것에 유래해 고토(古都)라는 이름

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2001년 방송작가로서 다양한 방송의 기획, 구성, 각본을

맡았고, 이후 작가, 카피라이터 등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합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작가는 고양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로 소설을 풀어나갑니다.


오늘은 한편의 소설을 제 나름대로 축약해서 전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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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지 않는 고양이


그날은 벚꽃 잎이 춤추는 4월 오후였다. 여기는 도회지가 아닌 시골 한구석에 있는

파친코 가게 휴게실이다. 시간이 남아도는 단골 덕에 근근이 사업을 이어가는 곳이다.

“고로(五朗), 거기 있지? 미이 먹이 거기에 둘 테니까 이따 좀 챙겨줄래? 미이가 지금

산책 간 것 같아서.” 올해 환갑을 맞은 단골로 이 지역에서 철물점을 하는 아줌마인데

길고양이에게 매일 먹이를 주러 오고 있다.

“유미코 아줌마, 길고양이한테 먹이 주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그렇게 매정한 말 하지 말고.. 아, 맞다 이 노트 잠시만 여기에 놔둘게.”

나는 몇 년째 이곳 파친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럭저럭 지낼 만 한 곳이다.

노트를 보니 유미코 아줌마가 보호하고 있는 버림받은 개나 고양이의 사진과 그 동물이

어디서 어떤 식으로 구조됐는지 등의 경위와 특징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가게 안이 갑자기 시끌시끌해졌다. “이 도둑고양이 같은 놈아! 남의 메달이나 좀도둑질하는

쓰레기 같은 짓 당장 집어치워.!”, 동네 최고의 부자로 불리는 이제 오십 줄을 갓 넘은

공인중개업체 사장 가도쿠라 씨였다. 그는 ‘될 팔자’를 타고났는지 뭐든 술술 잘 풀리는

운 좋은 남자다. 슬롯머신에 오늘도 잭팟을 터뜨려 의자 아래에 가득 찬 메달 상자가

여럿 있었는데 이것을 20대 초반의 히로무가 손을 댄 것이다.

“거 상자 하나 갖고 되게 그러네. 그냥 하나 줘도 되잖아요. 좀생이 사장 같으니라고.”

적반하장 막말을 내뱉으며 그는 바닥에 상자를 내려놓았다. 나보다 대여섯 살 아래이지만

그는 나를 “고로”하고 반말로 부른다. 요새는 심부름 센터 견습생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불만스런 눈길로 흘끗 가도쿠라 씨를 쳐다봤는데, 그는 나를 부르며 말했다.

“너는 뭐 때문에 인생을 사는 거냐?” 그리고 “너도 돈 갖고 싶냐?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말해. ‘음, 이 녀석이라면 돈을 그냥 줘도 좋겠군.’하는 생각이 들면 얼마든지 줄 테니깐”


퇴근길 내내 나는 가도쿠라 씨가 한 말을 되새겼다. 오히려 내가 묻고싶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죽고 싶은 것도 아닌데. 돈도 꿈도 없지만

남한테 민폐를 끼치고 사는 것도 아니다.


히로무는 심부름센터 견습생을 한지 이번 달로 3개월차다. 지금까지 되는대로 막 살아

왔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출세해서 그를 버리고 간 엄마에게

복수하는 것이 꿈이다. 엄마는 불륜을 저지른 끝에 미혼모인 채로 그를 낳고, 결국에

보육원에 그를 버렸다. 엄마가 그를 때리기도 했지만, 꼭 안아준 기억이 나는데 그 따스함은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파친코 옆 벤치에 유미코 아줌마가 두고 간 노트가 있는데, 열려 있어 보니 어린 아이의

글자로 “고양이는 밥을 며칠 안 먹으면 죽나요?”라고 적혀 있는 것이었다.

좀 있다가 히로무한테 전화가 왔다. “고로, 도와줘” 그는 겁에 질려 있었다. 나는 히로무

가 있는 곳에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우리 가게에서 500 미터 정도 떨어진 오래된 연립

주택 안에서 그는 겁에 질린 채 있었다. 벽장의 미닫이 문을 가리켜서 문을 열어보니 크기가

좀 큰 고양이가 벽장 안에 앉아 있었다. 전혀 움직일 기색이 없이 웅크리고 있었는데

히로무는 심부름센터에서 돈을 받고 이 고양이를 업자에게 넘길 예정이었다.

“제발, 고로, 아니 고로형! 나는 무서워서 만질 수가 없어.” 페르시아 혈통이 섞인 듯한

고양이는 내가 만져 안자, 천천히 눈을 떴다. 얼마나 못 먹었는지 가벼워 채 2킬로그램도

안 나갈 것 같았다. 우리는 고양이의 풍성한 회색빛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지만 전혀 울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나는 느꼈다. 이 고양이는 울지 않는 것도 울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우는 걸 그만둔 거다!


자기를 버리고 간 주인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자, 언제부턴가

버림받았다는 현실을 깨달았겠지. 어두운 벽장 안에서 숨을 죽이고 목숨이 다하기만을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거다.


주인은 야반도주를 하였다 한다. 어린 아들, 남편과 함께 살던 그녀는 그녀의 친구와

남편이 도망가면서 사채빚까지 그녀에게 맡겼고 그녀는 사채업자들의 빚독촉에 살기가

너무 힘들었다. 결국 모르는 곳으로 도주를 하게 되었는데, 아들이 아끼던 고양이까지 미처 챙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중간에서 도주를 돕던 사람이 비싼 고양이임을 알고 20만 엔에 팔수 있게 중개를 하여, 심부름센터에 이 일을 맡긴 것이었다.


아들 유토는 엄마에게 계속 고양이 라이트를 걱정해서 묻고 또 물었다. 라이트는 괜찮을까요?

하지만 엄마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유토는 엄마 몰래 예전 집 근처로 와서

유미코 아줌마의 노트에 글을 남긴 것이었다. 요즘 업자들이 고양이를 사서 비디오 카메라로

고양이를 잔인하게 해하는 장면을 녹화해서 돈을 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 라이트를

사려고 하는 업자가 그럴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히로무에게 의뢰자를 알아보게 해서 그 집에

나와 히로무, 유토가 찾아갔다. 역시나 그 집안에는 거실 구석구석에 카메라가 있었고 로프

나 낫 같은 도구들이 널려 있었다. 다행히 아직 라이트는 무사하였다. 업자인 요시자와에게

다시 라이트를 돌려 줄 것을 말하자 20만엔을 다시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나와 히로무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도쿠라 씨에게 찾아가서 빌어보기로 했다.

“가도쿠라 씨, 전에 ‘너, 무엇 때문에 사는 거냐?’라고 물으셨지요?”

“저는 멍청한 놈이지만, 멍청한 놈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해서 답을 찾아왔어요.

제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저는 그 자체를 찾기 위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사정을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지금 살아가는 이유를 가르쳐준 한 목숨이

있습니다. 20만 엔이 있으면 꼭 지킬 수 있는 목숨이에요. 돈이 없어서 지키지

못하고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 그러니 가도쿠라 씨. 부탁드립니다. 저희한테 20만엔

만 빌려주십시오.!”

히로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가도쿠라 씨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가도쿠라씨는 천천히 돌아보며 말했다.

“20만 엔만 있으면, 무언가를 지킬 수 있다 이거지?”

“너희들 정말 바보구나, 언제 빌려준다고 했나? 그냥 준다고 했지.”

그는 가방을 꺼내더니 만 엔 짜리 지폐 스무 장을 꺼내 우리에게 내밀었다.


“잘 기억해둬라. 돈은 살리면 자연스럽게 되돌아온다. 누가 훔쳐가서 없어진 돈은 그놈이

쓰고 끝이야. 죽고 없어지지. 하지만 살리기만 하면 돈은 사라지지 않고 돌아오게 되어있어”

“돈이... 돌아온다고?”

“사랑하는 자식은 여행을 보내라는 말이 있지? 여행을 하면 더 성장한 내 자식이 돌아온다.

돈도 똑같아서 잘 키운 돈을 여행 보내면 잘 커서 돌아와. 장사라는 건 돈을 키우는 거나

마찬가지야.”

강렬한 눈으로 말하는 가도쿠라 씨에게서 말 그대로 ‘사장’다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가도쿠라 씨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우리는 악덕 업자 사무소로 향했다.


요시자와의 집이자 사무소에 들어간 우리는 20만 엔을 주고 나오려고 했는데, 남아 있는

고양이들이 걱정이 되어 나머지 방에 몇 마리가 있느냐고 물었다.

“지금은 일고여덟 마리정도야. 예전에는 고양이 사기가 더 쉬웠는데 요새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따지니 힘들어. 너희 같은 심부름 센터랑 거래하니 훨씬 쉽고

편해. 운이 좋았어.”


“...... 지랄하네.”

히로무가 끝내 못 참고 선을 넘어버렸다. “너랑 같이 일할 생각 눈꼽 만큼도 없어. 이 변태

자식아. 우리를 물로 보지 마.”

“갑자기 왜 이래? 뭐 잘못 먹었나. 너나 나나 먹고살려면 무슨 일이든 하는 거지. 어디서

잘난 척이야?”

요시자와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가와졌고, 거실에 있던 연장을 들고 치켜들었다.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혹시 요시자와의 한 패가 온 게 아닌가 싶어 쳐다봤는데

그곳에 유토가 서있었다. “형들이 너무 안 나오니까 걱정돼서...”

유토 뒤에는 경찰이 나타났다. “경찰 아저씨가 아이 혼자 있으면 안 된다고 여기로 데려다

주셨어요.”. 나는 경찰을 향해 불쑥 질문했다. “저기 선생님! 동물 학대도 범죄 맞죠?”

몇 분 뒤 경찰차 몇 대가 아파트 주위를 둘러쌌다. 그리고 동물 보호법 제 27조에 의해 동물

학대, 동물 유기 및 학대 목적의 거래에 대한 사기죄로 요시자와는 체포되었다.


안에 있던 고양이들은 모두 유미코 아줌마와 관련 봉사자들이 보호해주기로 결정되었고,

나와 히로무는 사건 참고인으로 경찰에 협조하기로 했다. 20만 엔은 다시 돌려받았는데

이를 유토 어머니에게 전해주기로 하였다.

유토 어머니는 울면서 몇 번이고 우리에게 인사하고는 유토를 꼭 껴안았다.

서로를 꼭 껴안은 모자를 올려다보며 고양이 라이트는 다시 가족과 만난 기쁨을 표현하기

라도 하듯 그릉그릉거렸다. 라이트는 더 이상 주인을 향한 기대를 버리고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울지 않는 고양이’가 아니었다.

사람 손의 온기를 다시 느끼며 어리광 부리는 행복감을 되찾은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과 한 마리의 가족은 앞으로 시작될 진정한 새 출발을 위한 제로 지점에

서 있었다.


때때로 사람이 돈에 휘둘리는 경우가 있다. 유토 어머니처럼 인생이 뒤틀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돈을 살리는 일’에 성공하면 돈은 소중한 것을 지키는 무기로 변한다.

“너,.. 뭐 때문에 사는 거냐?”하고 던져진 가도쿠라 씨의 질문은 새삼 나 자신의 삶과

대면하는 계기가 되었다. 뭐 때문에 일하고, 뭐 때문에 돈을 벌고, 뭐 때문에 나는 살고

있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살고 있는 거라고 강하게 느꼈다.

막연한 꿈을 품고 있던 히로무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언가 큰 것을 얻은 듯 보였다.

돈의 액수에 상관없이 살리느냐 없애느냐는 손에 든 사람에게 달렸다.

인생을 새 출발하는 유토 어머니도 그 20만 엔을 생활의 불씨로 삼아 한 뼘 앞에 빛을

비추게 되겠지. 비록 그렇게 돈이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해도 귀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비춘 빛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밝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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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본 작가의 소설을 한 편 보았습니다.


주인공은 '고로'라는 시골의 조그만 파친코 가게의 종업원입니다. 그리고 근처에

사는 '히로무'라는 젊은 심부름센터 직원과 고양이에 관계된 사건에 연루됩니다.

파친코 가게의 단골인 괄괄한 성격의 '가도쿠라'씨는 이 동네 최고의 부자라고

알려져 있었고 히로무가 그의 메달을 훔침으로 가도쿠라 사장과 한바탕 난리가

나게 되지요.


어느날, 동물보호가인 단골 손님 아줌마의 동물보호노트를 통해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어릴 때 엄마에게 버림받은 히로무는 매사에 비뚤고 반항적

이지만, 어렴풋이 엄마가 안아준 그 따뜻함을 잊지 못하는 젊은이입니다.

고로도 마찬가지로 엄마한테 버림받은 공통점이 있어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끈이 있습니다.


심부름 센터의 일로 고양이를 넘겨야 하는 과정에서 둘은 버림받은 고양이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린 유토를 도와 고양이를 학대하는 악덕업자를

경찰에 넘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도쿠라' 사장에게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진심으로 돈을 구하게 되고, '가도쿠라' 사장은 역대급인 돈에 대한 철학을 이들

에게 가르쳐주게 됩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채 벽장에서 2주간 갇혀 있던 고양이 '라이트'는 울기를 거부

하고 포기하였었는데, 주인을 만나서 드디어 그릉그릉거리며 재롱을 부리게

됩니다. 이 모습이야말로 주인공인 고로와 히로무가 그리던 결말이고

고양이와 자신들과 무의식적 동일화를 하고 있던 고로와 히로무는,

이로인해 마음의 결핍감이 상당히 해소되게 됩니다.


또한 가도쿠라 씨의 돈에 대한 철학은 상당히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는 돈이란 여행 보낸 자식과 같아서, 제대로 된 곳에 제대로 쓰이면 결국 돌고

돌아 되돌아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선뜻 거금을 젊은이들에게 건넵니다.


이 소설은 인간 뿐아니라 동물의 생명에 대해서도 똑같이 존중해야 할 것이고,

돈이란 제대로 사용하면 더욱 빛이나고 결국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따뜻한 톤으로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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