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제정신> 허태균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by 해헌 서재

<가끔은 제정신> 허태균
-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강 일 송

오늘은 아주 통찰력이 깊은 심리학책 한 권을 보려고 합니다.
인간은 착각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착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착각을 통해 우리는 삶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도
있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고 하고, 누구나 착각을 하고 자기 편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임을 알려주면서 우리를 위로합니다.

저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나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
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한번 내용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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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대표적인 착각을 한 번 예를 들어보겠다.
“나는 평균 이상이라는 착각”,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착각”,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 “그 사람과 친하다는 착각”, “우리는 하나라는 착각”,
“나만 그렇다는 혹은 나는 아니라는 착각”,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착각”, “내가 나서야 일이 된다는 착각”, “나는 운이 좋다는 착각”
“나는 착각하지 않는다는 착각”이다.

◉ 순진한 사실주의(Native Realism)
사람들은 자신은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신중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착각하거나 편향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은 웬만하면 착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
은 자신보다 훨씬 더 착각한다고 믿는다.
이런 착각은 아무리 신중하게 생각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이러한 착각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타인을 비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만일 제3자가 되어 둘 다 착각하고 서로 설득하려고 애쓰며 서로를 어리석다고
비난하는 양쪽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얼마나 우스운가.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제3자가 아닌 그 둘 중 한 명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 현재도.

◉ 비현실적 낙관성(Unrealistic optimism)
거의 모든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착각 중의 하나인 비현실적 낙관성을 보자.
인간은 자신에게 좋은 일은 객관적인 확률보다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나쁜 일은 실제 일어날 확률보다 덜 일어날 거라 믿는 경향이 있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약 8,140,000분의 1 정도라고 한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두 번 벼락을 맞아 죽는 것보다 낮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줄기차게
복권을 사러 간다. 번개는 남이 맞고 복권은 내가 맞을 거란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이러한 착각이 결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착각이 전혀 없는 사회를 상상해보자. 아무도 확실하지 않은 것에는 절대 투자
하지 않고, 국가대표가 될 거라는 극소수의 사람만 축구를 하고, 대부분의 신입
사원이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고 임원이 되는 꿈을 아예 하지 않은 채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이 착각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나보다.

◉ 평균이상 착각(better than average), 자기고양적 귀인(self serving attribution)
사람들은 긍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공을 과대평가하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을 살짝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경향을 자기고양적 귀인(self serving attribution)이라 한다.
단지 겉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 성공은 자기 덕이고 실패는 남 탓이라고
믿는 것이다.
또한 심리학에서 평균이상 착각(better than average)이라는 것이 있는데,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동기 때문에 자신을 실제보다 더 낫다고 인식
하는 것이다. 자신이 긍정적인 점에서는 무조건 평균 이상은 될 거라고 믿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국민 전체와 비교해 자신을 평가해 보라고 했을 때, 뚜렷해
지는데, 자신의 지능이 최소한 같은 또래의 평균보다 높고, 똑똑하기도 최소한
평균 이상이고, 성격적으로도 평균보다 좋고, 생기기도 평균보다 잘생겼고,
윤리 도덕적으로도 평균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 도대체 평균 밑에는 누가 있을까?

자녀들에게도 정확히 적용이 되는데, 객관적인 결과는 항상 중간 이하이고
자녀들 스스로 소질이 없다고 하는데도, 부모들은 끝까지 줄기차게 우긴다.
자신의 자녀들이 평균 이상의 소질이 있다고, 노력만 하면 된다고, 친구를 잘못
만나서 잠시 그런 거라고. 중요한 건 그 잘못 만난 친구의 부모도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이다.

◉ 가용성 방략(Availability heuristic) - 안전하다고 생각할 대 위험해진다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릴 때, 그 사건이 일어날 실제 확률보다는
관련 정보가 얼마나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일상에서 교통사고가 훨씬 자주 일어나고 통계적으로도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높지만, 몇 번 일어나지 않는 비행기 사고가 훨씬 강렬하고 오랜 기억
으로 남아 쉽게 떠오르는 것이다.
몇 해 전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오면서 대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
한동안 중국산 김치의 수입이 전면 금지되었고, 거의 모든 식당이 직접 김치를
담궜다. 당국도 음식물에 대한 단속, 계도에 매진했다. 아마 대한민국 사상
가장 김치가 안전했던 시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김치를 별로 먹지
않았다. 김치를 볼 때마다 기생충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언제 다시 김치를 많이 먹기 시작했느냐 하니, 사람들이
김치를 보고 더 이상 기생충알이 떠오르지 않을 시기였다. 보건당국은
단속을 등한시하고 다시 중국김치가 수입이 되었다.
오늘도 우리는 대부분의 식당에서 제공하는 김치를 맛있게 먹고 있다. 하지만
오늘 먹은 김치는 김치파동 직후의 김치보다 훨씬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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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심리학 내용 중, 착각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저자는 착각에 대한 예를 들어가면서 쉽게쉽게 설명을 해줍니다.
이 책을 쓴 자기도 착각을 늘 하고 산다면서요.

사실 착각은 자기 자존감과 존중감을 유지하는 도구라고 생각이 듭니다.
내가 좀 더 나은 존재라는 착각은 세상을 살 힘을 주고, 내가 하면 더 운이
좋을 것이라는 착각으로 모두들 사업도 하고 가게도 엽니다.
자녀에 대해서도, 모자란 자녀를 너무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고 더 나은 존재라는 인식을 가진 부모가 자녀를 더 훌륭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겠지요.

김치에 대한 이야기는 참 공감이 갑니다.
실제적인 사실보다는 심리적인 불안감이 더 인간의 행동이나 정책의 방향
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김치파동 때도 그랬고 메르스 사태때도
똑같았습니다. 사실에 근거한 전문가의 견해보다 집단 공포, 불안이
사회를 움직였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그 선택
을 본다면 그것이 큰 착각이라는 것을 이 두 사태를 보아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착각의 긍정적인 역할은 분명히 존재하기에 인정하되 무조건 내가 옳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기왕에 착각을 피할 수 없다면, 주변과 내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바람직한 착각을 함께 공유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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