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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6. 2017

<생존의 조건>

<생존의 조건> EBS 다큐 프라임

--“절망을 이기는 철학, 당신은 생존의 조건을 가졌는가?”


                                       강 일 송


오늘은 EBS에서 기획한 시리즈 중 하나인 “생존의 조건”편을 보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았고, PD연합회의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저자인 이주희 PD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에 EBS PD로 입사합니다.

역사전문 PD로서 다양한 역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고, <역사극장>(2003), <정치교실>(2004),

<강대국의 비밀>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총론적인 입장에서 내용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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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란 우울증에 대한 답이다.


철학의 교과서적인 정의를 보자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

하는 학문,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세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수 있다.”

정확한 정의이지만 이런 식의 설명으로는 도대체 “왜” 혹은 “어떤 순간”에 철학이 필요한

지는 전혀 설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된 철학의 이해를 위해서는 인간의 삶에 깊숙이 박혀있는 철학에 대한

생생한 정의가 따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 그런 정의는 이것이다.


“철학은 우울증에 대한 답이다.”


삶은 고통스럽고 답답하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을 길 없는 인생은 우울해진다. 절망감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질문은 근원적인 곳에까지 이른다.

철학의 진짜 질문은 ‘이토록 우울하고 절망적인 세상에서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또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울증, 절망감이야말로 철학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힘인 셈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들도 절망감에 시달렸다. 더구나 이 시대의 절망감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절망감” 따위의 표현은 사치로 느껴질 만큼 처절한 것이었다.

기존의 모든 가치는 파괴되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사라졌으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문자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절망적이었기에 그 시대의 사상가들은 오히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제자백가(諸子百家)라 불린 그 시대의 다양한 사상들이 나타났다.

인류 역사상 가장 다채롭고 풍부한 ‘생각의 폭발’은 아마도 춘추전국시대가 야기한 절망이

있기에 가능했으리라. 또한 이 시대의 사상가들은 절망을 넘어설 용기 또한 가지고 있었다.

이 절망감과 용기의 결합이야말로 제자백가 사상의 진정한 원천이었다.


★ 춘추전국(BC 770-BC 221), 절망이 지배하는 세상


공자를 포함해서 맹자, 묵자, 장자, 한비자 등이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는 흔히 난세(亂世)라고

부른다.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이었다는 소리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합친 약 550년의 역사는 말 그대로 전쟁으로 점철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춘추시대에 1,211회, 전국시대에 468회의 전쟁이 있었다. 전쟁이 잦다는 것은 단지

전쟁터에 끌려 나가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정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말 그대로 각박해진다.


전쟁은 반드시 약탈을 동반한다. 특히 전근대 사회의 전쟁에서 약탈은 승자의 당연한 권리로

여겨졌다. 인간이 법으로나마 전쟁 행위에서 민간인에게 대한 공격을 금지한 지는 불과 70년도

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오히려 전쟁의 목적이 약탈인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갈등은 언제든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해관계로 인한 것이든

복수심이나 분노에 의한 것이든 갈등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전쟁이란

결국 가장 폭력적인 형태로 갈등을 푸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을 때

에는 폭력으로 번지기 전에 적절한 타협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평화적인 장치가 기능을 발휘

하지만 불안정한 시기에는 오로지 노골적인 힘만이 가장 확실한 문제 해결책으로 각광받는다.


이 노골적인 폭력에 대한 숭상, 완력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백성의 삶을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원흉이었다. 국가가 일종의 조폭집단으로 전락한 셈인데, 그러다 보니 권력의 행사 행태도

이들을 닮아갔다. 따지고 보면 전쟁이 빈번해진 이유도 조폭이 영역 다툼을 벌이는 까닭과

완전히 일치한다. 이렇게 국가가 조폭집단으로 변해버리면 백성도 오로지 착취의 대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부국강병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혹독한 착취는 일상이 되어갔다.


그런데 이렇게 극단적인 고통과 절망의 시대가 시작되면 좌절과 무력감이 세상을 지배할 것

같지만 인간이란 놀라운 존재여서 오히려 새로운 길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렇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바로 제자백가의 사상가들이다.


이 시기에 모든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사상의 원초적인 형태들이 등장했고, 인류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생각의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철학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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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천 년전의 춘추전국시대와 그 시대의 제자백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

습니다.   모든 정치와 권력 질서가 무너져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지속되었던

절망과 혼돈의 시대는 오히려 가장 철학적이고 새로운 사상들이 꽃피우는

역설의 시대였습니다.


오늘날 북핵으로 인한, 세계 최강대국들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함께 남북한

이 대치하는 형국은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시키고, 또한 구한말의 역사가

오버랩이 됩니다.


철학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저자는 오늘 철학을 "우울증"에 대한

답이라고 정의합니다.  힘들고 복잡한 세상살이는 인간들을 끊임없이 절망하게

하고 우울하게 하는데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철학이고 그 답이 철학이라는

말이지요.


이러한 극한의 절망과 우울이 인류 역사상 가장 다채롭고 활발한 생각의 폭발을

일으켰고, 2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시대의 철학과 사상은 유효합니다.

오늘 글 중에 인상깊은 것은 "폭력"에 의존한 권력은 백성들의 삶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는 것이네요.   폭력 중에서도 가장 크고 강력한 폭력인 국가의 폭력,

그것도 원자폭탄, 수소폭탄을 가진 권력은 무한히 위험하고 불안합니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금 현 시점에서, 지금보다 더욱

절망스러웠던 시대의 철학들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한층 냉정해지고 현명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이 책의 전체적인 개괄을 보았고, 다음 기회에 그 세부 내용으로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등에 내용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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