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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EBS

유가(儒家)<1>

by 해헌 서재

<생존의 조건> EBS 다큐 프라임

--“인간을 믿을 수 없을 때 - 유가(儒家)”<1>


강 일 송


오늘은 EBS에서 기획한 시리즈 중 하나인 “생존의 조건”편에서 첫 번째 내용으로

유가(儒家), 즉 유교의 가르침을 한번 보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았고, PD연합회의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저자인 이주희 PD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에 EBS PD로 입사합니다.

역사전문 PD로서 다양한 역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고, <역사극장>(2003), <정치교실>(2004),

<강대국의 비밀>등이 있습니다.


지난번은 총론적인 입장에서 살펴보았고, 오늘은 그 각론으로 유교의 가르침부터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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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세(亂世)


난세가 살기 어려운 것은 인간이 인간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 누가 나를 배신할지,

공격할지 알 수 없다. 한순간 타인을 잘못 믿었다가는 나의 생명조차 보장하기 불가능하다.

이렇게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세상에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것이 공자가 가진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이었다.


★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다.


공자가 태산을 지날 때 일이었는데, 2,500여 년 전인 당시의 태산은 울창한 삼림으로 둘러

싸여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곳에서 한 여인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렸고, 찾아보니

여인이 무덤가에서 울고 있는 것이었다. 사연인즉, 시아버지, 남편, 아들과 함께 살았는데

시아버지와 남편이 호랑이에 물려 변을 당하고, 이번에는 아들마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이 곳에 있냐고 하니, “여기엔 가혹하고 악독한 정부가 없기 때문입니다.”라는

대답을 하였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었다.


춘추전국시대처럼 착취와 약탈이 일상화된 사회는 호랑이보다 더 위험하다. 이렇게 백성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대신 지배 계급의 삶은 편안했느냐 하면 이들도 전혀 그렇지 못했다.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언제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비참하게 살해될지 모르기 때문

이었다.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행해지지 않던 천하무도(天下無道)의 시대였던 것이다.


★ 세상에 기꺼이 뛰어드는 용기


기존의 가치와 신념이 무너진 시대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 일차적인 선택은

세상에 대한 혹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아예 접고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유가사상의 특징은 입세(入世), 즉 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세계에

살면서 권력 구조와 불합리한 현상을 받아들이고, 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계 안에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면 이 세상을 무슨 수로 바꿀 수 있을까? 바로 인간을 통해 가능하다. 인간의 자각,

인간이 도입한 제도, 인간 자체를 통해 새로운 가치, 자원으로 인류 사회의 안정, 그리고

인간의 존재와 번영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흔히 공자는 이상주의자여서 군사적인 문제나 경제 개발 따위는 도외시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명백한 오해다. 공자는 언제나 현실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한 경세가(經世家)였으며

결코 부국강병이라는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공자는 부국강병이라는 측면을 이야기하기 전에, 아니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군대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더 근본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항상 강조했다.

그것이 바로 믿음이고 신뢰다. 인간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살려면 반드시 그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서(恕), 자기가 바라지 않는 것은 남에게 하지 마라.


모두가 함께 호수에 물방울이 되어 내리고, 그 물방울이 모여 서로의 사랑이 번지는 세상,

이것이 공자가 그린 이상적인 사회 곧 대동천하다.

공자에게 평생을 지켜야할 삶의 원칙에 대해 제자 자공이 물었다.


“그것은 바로 서(恕)다!, 자기가 바라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서(恕)야 말로 공자의 도를 하나로 꿰뚫는 가장 중요한 개념인데, 이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을 합친 글자다. 상대방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같다고 보는 것이 바로 ‘서’인 셈이다.

다시 말해 타인의 감정을 나도 그대로 느끼는 것, 즉 공감이다.


★ 측은지심(惻隱知心), 남에게 차마 잔인해지지 못하는 마음


측은지심에 대한 맹자의 설명은 “사람들은 모두 남에게 차마 잔인해지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남에게 차마 잔인해지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정치를 하면 천하를 다스

리는 것은 손바닥 위에 놓고 움직이는 것처럼 쉬울 것이다.” 였다.


남의 위험을 보고도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는 자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이의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이것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감정으로 인해, 윤리적 가능성을 가진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 작은 나라일수록 공감의 정치가 필요하다.


난세가 오면 언제 어디서 적이 쳐들어올지 모르므로 통치자들은 물리적인 방어력에 집착

하게 된다. 백성들을 쥐어짜서 성벽을 쌓고 해자를 파지만, 백성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막상 위기가 닥쳤을 때 제 살길을 찾아 백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공자가 여러 번 강조했듯이 생존의 진정한 조건은 백성의 신뢰다.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나라도 버틸 수 없다. 신뢰란 상대방이 나를 염려하고 있다는 믿음

이며, 이는 오직 공감하는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 나 자신을 믿을 수 있다면


부모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스스로의 선의를 믿게 되는 가장 큰

경험이 된다. 사실 인간을 믿는다는 것을 결국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스스로의 선의를 진정으로 믿게 됨으로 보편적인 인간의 선의 역시 믿을 수

있게 되고, 인간들 서로가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공자와 맹자가 일러

준 조언들도 생각해보면 ‘자기 자신을 믿어도 되는가?’에 대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가족에 대한 나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타인

에게 차마 잔인해지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생생하게 경험함으로써 인간이 가진 가능성을

믿도록 한 것이다.

공자도 스스로의 학문을 ‘자기 자신을 위한 학문’ 이라는 뜻에서 위기지학(爲己之學)

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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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제가백가의 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었습니다. 난세가 지속이 되고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고 불안함에 갇혀서

살아야 하는 환경은 사실 고대나 현대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다름이

없습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유가의 가르침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한 여인의 울음을 이야기하면서 포악한 정치, 권력은 호랑이보다 무섭

고 피하고 싶은 존재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질서가 없이 약탈과 살인이 횡횡

하던 이 시절은 비단 백성만 그런 것이 아니라 권력을 잡고 있는 지배층도 언제

공격을 당하고 생명을 잃을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지내야 하는

총체적으로 불안정한 시대였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자신의 몸을 보전하기 위해 숨어 지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안으로

들어가서 불합리한 구조와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고 유가에서는 말합니다.


두 번째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측은지심"과 "서(恕)"의 마음을 말합니다.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화합하고 서로 사랑하는 세상을 꿈꾼 공자는 자기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서(恕)"를 이야기하고, 타인에게 차마 잔인해지지

못하는 마음인 "측은지심"을 맹자는 이야기합니다.

이 둘은 일맥상통하는 말로서 타인과 나가 다름이 아닌 존재라는, 공감의 철학이

배여있는 말들입니다.


"남에게 차마 잔인해지지 못하는 마음만 갖고 있으면 정치보다 쉬운 게 없다"는

가르침을 우리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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