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과학 자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Oct 09. 2017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요리, 그리고 분자미식학까지”


                                    강 일 송


오늘은 요리와 과학을 오가는 맛과 학문의 만찬같은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이강민(1956~)교수는 전북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생화학

석사학위, 프랑스 루이 파스퇴르 대학교에서 효소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브랜다이스대학교에서 단백질구조학 박사후과정을 밟았으며 현재

전북대 분자생물학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부엌에서 일어나는 신비하고 놀라운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데, 한번 보시겠습니다.


=========================================================


★ 요리는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19세기에 “미각의 생리학”을 써서 프랑스 식탁문화를 만든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1755-1826)의

말대로 “인간에게 새로운 요리를 발견하는 것은 새로운 항성을 발견하는 것보다

인간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

인간에게 최고의 선은 ‘행복’이며 ‘요리’는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음식을 통하여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하루에 적어도 세 번은 행복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이 행복한가

보다 ‘얼마나 자주 행복한가’가 더욱 중요하다.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이다.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남자들에게 요리를 가르친다.

사람마다 유전자가 다르고, 유전자가 만드는 미각세포가 다르고, 미각세포가 만드는

맛의 취향이 다르므로 음식만큼 주관적인 것도 없다. 그러므로 음식의 객관적인 기준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영국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행복’이라는 단어와 연관되어 떠오르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아주 큰 행복감을 느끼는 듯하다.


요즈음 우리나라 방송을 보면 요리 프로그램이 대세이다. 이것은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가족이 저녁 시간에 모여 함께 요리를 하고 나누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과

관계가 깊다하겠다. 우리는 음식 방송을 보며 간접적으로 요리에의 욕구를 해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요리를 해서 함께 먹는 것은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다.

얼마나 중요하면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하겠는가.


★ 요리란 무엇인가


옥스퍼드 사전에 의하면 요리란 식재료를 가열하고 끓이고 구워서 먹기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서 가열, 끓임, 구움이라는 용어들은 모두 온도와 관련된

과학 용어들이다. 요리(料理)는 한자로 “헤아릴 료”와 “다스릴 리”이다.

즉 헤아려서 다스린다는 뜻이다. 헤아린다는 것은 과학이며 다스리는 행위는 조리이다.

즉 요리는 과학과 조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요리는 예술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요리한 음식을 접시에 올리는 것은

회화이자 설치작업인 예술이다.


식재료를 가열하면 물이 없어지고, 물이 없어지면 식재료는 단단해진다. 불을 사용해

먹기 좋게 식재료를 가열해야 맛 좋은 요리가 탄생한다. 이때 요리란 ‘불과 물의 조화’

다. 그밖에도 요리에는 여러 과학 원리가 담겨 있다.


★ 현대요리, 분자미식학까지


현대요리는 식재료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바탕으로, 21세기에 발명된 다양한 조리도구를

이용해 원재료의 맛과 풍미를 살려 질감에 생기를 불어넣은 새로운 요리이다.

즉, 과학을 통한 식재료의 재해석으로 재료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본연의 맛과 향을

유지하게한 최첨단 요리법을 말한다.


최근 요리와 과학을 접목시킨 분자미식학(Molecular Gastronomy)이라는 학문이 생겨났다.

분자요리는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영국의 물리학자 벤저민 톰슨의 우연한

실수에 의해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실수로 고깃덩어리를 낮은 온도의 오븐에 밤새

넣어두게 되었는데, 다음 날 꺼내보니 상상도 못할 만큼 부드러운 육질의 맛있는 고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1794년 자신의 수필집에 남겨 미래의 분자요리의

출현을 예견하였다.


2000년대에는 페란 아드리아를 중심으로 분자미식학 요리가 발전한다. 요리는 화학반응이며

요리가 진행됨에 따라서 성분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화학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요리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식재료를 분자수준으로 해체하고 다시 과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재조합하여 새로운 맛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최근 세계 최고 레스토랑에 선정된 노마(Noma, 덴마크 코펜하겐), 엘 세예르 데 칸 로카

(El Celler de Can Roca, 스페인 지로나), 무가리츠(Mugaritz, 스페인 산 세바스티앙)

등은 지역주의 로컬 푸드만을 고집하는 레스토랑인데 건강한 식재료를 중심으로 분자

요리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요리하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다.


1826년 브리야 샤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를 얘기해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

인지를 말해주겠다.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무엇을 먹고 사느냐에 달려있다”라고

섭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


오늘은 요리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책을 한번 보았습니다.

저자는 화학과 교수로 요리를 화학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고,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요리와 행복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

고 합니다.  또한 행복은 얼마나 많이 행복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행복한가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전에 소개한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교수의 행복론과 정확하게 일치합

니다.  서교수는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같아서 금방 녹아 없어지기 때문에 빈도를

늘려 자주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하였지요.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 것도

똑같습니다.


요즘 요리방송이나 먹방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저자는 분석

하기를, 본래 인간은 함께 모여 음식을 조리하여 나누어 먹을 때 가장 행복한 법

인데, 현대에 이르러 가족이 함께 모여 요리를 하고 함께 먹을 시간이 부족해지니

본능적으로 이런 욕구를 TV방송을 통해 대리 충족을 한다고 합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요?


다음은 요리의 정의부터 현대요리까지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요리란 결국

열을 가하여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사람의 입맛에 맞게, 그리고 종국에는 예술의

경지까지 이르는 총합의 행위임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요리의 깊이가 분자 수준까지 내려가서, 식재료의 화학적 구성이

변하는 것을 조절하면서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발전한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분자미식학이네요.


하지만 뭔가 음식이 분자수준의 과학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현대의 세계적인 레스토랑들이 이러한 분자

미식학을 바탕으로 추구하고 있다니 그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길고 길었던 연휴가 끝이나 갑니다.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뇌의 신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