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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5. 2016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김 대 식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김대식

                      강 일 송

오늘은 뇌과학에 대한 책을 한 번 보겠습니다.
저자인 김대식 교수는 카이스트 전기전자과 교수로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
연구소에서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
습니다. 이후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원, 미네소타대학 조교수, 보스턴대학
부교수를 역임했네요.

주로 뇌과학과 뇌공학, 사회 뇌과학,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하고, 중앙 일간지
에 뇌과학 칼럼을 연재하고 여러 책도 저술을 한 뇌과학분야의 권위자입니다.

한 번 그의 글 일부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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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을 통제하고 싶은 본능이 권력욕의 씨앗

기원후 330년 5월 11일,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로마를 포기한 콘스탄티
누스 1세는 오늘날 이스탄불을 로마 제국의 새로운 수도로 지정한다.
그는 “신 로마 Nova Roma"  또 한번 1000년의 영광을 꿈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영원한”이란 언제나 헛된 욕망일까?
터키와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동로마와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로마는
점차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395년, 동로마는 “훈족”의 위협에, 서로마는 ‘서고트족“의 반란에 휘
말린다.  끝없이 베고 씨를 말려도 계속 밀려오는 반달족, 수에비족, 알란족
들과 영국을 강탈한 가짜 황제 콘스탄티누스 3세, 누가 로마를 이 난국에서
구원할 수 있을까?

답은 플라비우스 스틸리코였다.  반달족 야만인을 아버지로 두었지만 누구보다
도 더 로마인다웠던 로마의 마지막 장군. 선대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는 스틸
리코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고 세상을 떠난다.

열한 살에 서로마 제국 황제가 될 아들 호노리우스를 지켜달라는 부탁이었다.
스틸리코의 보호 아래 아이는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아이 수준의 지능과 능력
만을 가지고 있었다.   황제는 궁에 숨어 당시 유행했던 닭 키우기에만 전념
했다.  그리고 408년 8월 22일, “야만인 대군”이 로마를 위협할 때 호노리우스
는 로마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에게 사형을 내린다.

물리적 권력을 가졌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황제, 그의 아버지가 베푼
은혜를 잊지 못하던 늙은 장군은 조용히 칼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서로마는 “썩은 왼손으로 자신의 멀쩡한 오른손을 자르고” 결국 멸망의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또 다시 1500년 후, 동로마 제국의 후계 국가라고 자칭하던 러시아제국
을 무너뜨린 볼셰비키 혁명.  차르 니콜라이 2세는 볼셰비키들이 쏜 수백발의
총알에 맞아 쓰러진다.  
그 후, “무례하고 거칠며 미개한” 스탈린이 당지도자가 되는 건 참을 수 없다
고 숙청을 요구했던 레닌이 뇌줄중으로 쓰러지고, 이에 스탈린은 빠르게 움직
인다.

방법은 항상 같았다.  그는 지노비예프, 카메네프, 부하린과 힘을 합쳐 레닌의
실질적 후계자인 트로츠키를 몰아냈다.  그리곤 부하린과 함께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를 숙청한 뒤 마지막으로 부하린을 총살했다.

혁명가들을 제거한 비밀경찰 국장들의 운명 역시 다르지 않았다.
벤진스키(임기 1926-1934), 야고다(1934-1936), 예조프(1936-1938) 모두
자신의 후임에 의해서 처형당했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일까? 수십만, 수백만의 피해자, 가해자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스탈린은 살고 그들은 모두 죽었다는 사실이다.
어느 누구도 숙청과 고문과 총살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예측 불가능성,
그 자체가 아마도 스탈린식 권력의 최고 비밀무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스탈린도 인간이기에 그와 관련해 단 하나만은 예측할 수 있었다.
그도 언젠가 죽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권력의 핵심은 “제어”다.  하지만 모든 제어가 권력은 아니다.  밤하늘의
행성들을 제어하는 중력은 그냥 자연의 법칙일 뿐이다.  자연의 법칙은
어길 수 없다.  근본적으로 어길 수 없는 힘은 권력과 무관하다.
나에 대한 통제 역시 권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권력이란 “내 이익을 위해 타인을 제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권력이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어쩌면 생명 그 자체가 권력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물리화학적 현상을 통해 분자들이 합쳐지고 첫 세포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단일 세포로는 “지구”라는 이 험한 세상에서 존재하기 힘들다.
다른 세포들이 나와 결합할수록 나의 생존확률은 높아진다.   서로 합쳐진 세포들을
제어하기 위해선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다.

처음엔 호르몬, 그리고 후엔 전기적 신호의 “몸”은 “생물학적 권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 권력은 몸의 내부에서만 가능하다.
한 나라의 독재자가 가진 권력이 국경선을 넘으면 무의미해지듯이 내 몸안의 세포들을
제어하는 통제력은 몸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몸밖에 있는 세포덩어리들 역시 내가 통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의 이 문제를 “확장된 표현형”을 통해 해결했을 것이라고 가설한다.
인간은 결국 “언어”라는 몸밖으로 확장된 표현형을 통해 내가 아닌 타인들을 제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탈린의 후계자들이 힘겹게 유지하던 러시아식 공산주의가 무너진 후 프랜시스 후쿠야마
는 <역사의 종언>에서 서양화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영원한 승리를 “예언”한 바 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서양화는 동일한 철학의 세 가지 면이기에 서양화 없는 자본주의는
불가능하고, 민주주의 없는 서양화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예언은 희망사항일 뿐, G2로 성장한 중국은 자본주의적 공산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슬람 국가들은 민주주의도 서양화도 없는 자본주의를 추구한다.

인류의 기억에서 거의 사라졌던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시도해보겠다던 18세기 말 신대륙
의 미국, 젊은 프랑스 철학자 토크빌은 신대륙에서의 경험을 정리한 <미국의 민주주의>
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민주주의가 정치적으로 디폴트된 오늘, 이 세상 모두가 민주주의란 이름을 달고 다니기에
어느덧 지루해진 민주주의, 검증된 정보보다 초등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음모설이 더 주목
받는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토크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미개하고 사악한 이 세상에서 영원한 민주주의는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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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공학도답지 않게 철학적인 주제들을 과학과 인문을 넘나들면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의 다른 책인 “빅퀘스천”에서도 그만의 방식으로 철학적
질문들을 해석하는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재주가 그에게는 분명히 있습니다.

위의 글에서는 권력의 속성에 대해서 로마와 러시아의 이야기를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지요.   요즘 더 주목받는 이탈리아의 마키아벨리의 권력에 대한 정의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이익을 위하여 타인을 제어하는 상황”인 권력은 개인, 사회, 국가
모두가 추구한다고 하겠습니다.

개인의 숨어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 권력, 이기심을 통제하기 위해
인류는 끝없이, 도덕, 가치관, 종교, 법률 등을 만들어 내고 유지를 시켜왔지만
언제나 성공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증명이 되고 있지요.

과연 이상적인 사회와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가능할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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