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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Oct 31. 2017

<소비의 역사>

“소비하는 인간, 과시적 소비”

<소비의 역사>


   --“소비하는 인간, 과시적 소비”


                                       강 일 송


오늘은 세상을 바라볼 때  생산과 소비에 관한 프레임으로 본다면, 예로부터

생산에 관해서는 좀 더 후한 평가와 인식을 해왔지만, 소비는 사치와 방탕, 낭비와

연관지어져서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는  배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볼까 합니다.


오늘 저자는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소비하고 사는 특징에 집중을 하여, 현대인은

생산보다 소비하는 일상이 더욱 가까움을 강조합니다.


저자인 설혜심교수는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16-17

세기 영국 온천의 상업화”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입

니다. 저서로는 “그랜드 투어”, “지도 만드는 사람”, “역사, 어떻게 볼 것인가”, “온천의

문화사”, “서양의 관상학, 그 긴 그림자”, “제국주의와 남성성” 등이 있습니다.


소비하는 인간, 즉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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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대두된 “소비학”, “소비의 역사”


언제부터인가 화장대 위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과거 스킨과 로션만 있으면 충분했는데 이제는

세럼, 영양크림, 오일, 파운데이션, 베이스, 클렌저 등이 빼곡이 자리잡았다. 과연 이러한

제품들이 다 필요한 것인가, 남들이 쓰니 나도 써야한다는 압박 때문에 구입한 것은 아닐까.

이처럼 소비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문제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가 생산과 노동을 무섭게 점령해가는 상황에서 소비는 머지않아

인간에게 남은 가장 중요하고도 고유한 활동이 될 지도 모른다.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사거나 쓰는 행위가 아니라 이미지나 상징 등의 비물질적 요소를

포함하며, 소비의 형태 또한 사용상의 효용 이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소비사(史)는 서양에서도 가장 최근에 출범한 분야로, 1980년대 후반 몇몇 학자들이 시작했다.

2000년을 전후하여 그야말로 ‘핫’한 주제로 떠올랐고 학자들이 ‘폭발’이라고 표현할 만큼

세계적으로 수많은 연구가 생산되었다.


★ 영국 노동자들의 과시적 소비


산업화 과정을 가장 먼저 경험한 영국에서는 수많은 노동자가 도시에 밀집하게 되었고,

19세기 초반부터 노동운동과 참정권 운동이 일어났다.

이 시기 영국 런던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거주 지역이 도시에서 뚜렷하게 나뉘

어 있었고, 도시에 살던 노동 계급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식비로 썼다 한다.


이렇게 빠듯한 노동자들의 소비는 필수품과 사치품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음식, 집세,

연료와 전기는 필수품 항목에 속했고, 옷과 가구는 사치품으로 분류되었다.

음식 중에서도 차, 설탕, 우유, 빵, 감자와 고기는 필수재로 분류된 반면, 달걀, 채소, 과일,

생선은 사치품에 속했다.


★ 어디 사는 지와 어떻게 입는 지가 중요하다.


학자들은 산업화된 공동체에서 ‘명성’은 곧 재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늘 빠듯

하게 살아가는 노동계급은 금전적 능력을 드러내기 어려웠지만, 그들이 나타낼 수 있는

최고의 증거는 바로 살고 있는 집과 그 집이 위치한 동네였다.


그리고 집 다음으로 중요한 사치는 ‘옷’이었다. 특히 일요일에 교회에 갈 때 입은 옷은 매우

중요해서 주중에 입던 낡은 옷차림으로 교회에 나타난다면 무례한 일로 여겼다. 노동자들은

깃에 풀 먹인 셔츠를 입고 광나게 닦은 구두를 신는 등 ‘선데이 베스트’라 불리던 가장 좋은

나들이옷을 입고 교회로 향했다.


옷은 별달리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그 당시

노동자들은 대부분 중고품 가게에서 옷을 구입했다. 깔끔한 옷차림은 교회와 지역 사회

안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자 할 때 꼭 필요한 요소였다. 튼튼한 부츠

역시 19세기 노동자들에게는 필수품이자 사치품이었다.

번듯한 옷 한 벌과 부츠는 그야말로 빚을 내서라도 사야만 하는 물건이었다.


★ 영국 노동자들의 계모임


흥미로운 사실은 영국 노동자들 사이에 사치품 구입과 목돈 마련을 위한 일종의 계모임

, Rotating Credit가 유행했다는 점이다. 이 관행은 영국에서 ‘제비뽑기 클럽’, draw club

이라 불렸는데, 보통 20명이 한 클럽을 이루어 매주 1실링씩을 21주 동안 붓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주 모임에서 제비를 뽑아 당첨된 사람이 그 주에 모은 돈을 타갔는데, 그 액수는

21실링이 아니라 20실링이었다. 모임 관리자(일종의 계주)는 회원들로부터 돈을 거두고

모임을 주선하는 등 클럽 운영을 책임지는 대신에 돈을 붓지 않으면서도 21번째 모아진

돈을 수고비로 받았다.


★ 계 탄 돈으로 사는 물건


영국 노동자들이 계모임을 조직한 목적은 목돈을 마련하거나 고가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였다. 자녀의 학자금 혹은 아기를 낳는 일 등을 대비한 목돈 마련이 전자의 경우라면,

후자는 값나가는 ‘필수품’을 갖추려고 계를 붓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필수품의

기준이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에 의해 정해졌고, 구입의 동기가 사회적 체면에 좌우되었

다는 사실이다.

1938년 조사에 따르면 노동계급이 가장 큰 돈을 쓰는 항목은 남성복, 부츠, 석탄,

조합 가입비 순이었다 한다.


★ 과시적 소비, Conspicuous Consumption


과시적 소비란 재력을 과시하고 명예를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소비로, 경제

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주창한 개념이다. 1980년대 닐 멕켄드릭은 과시적 소비의 개념을

적용하여 사회적 모방(Social imitation)과 경쟁적 소비의 양상을 도식화했다.


부유층이 ‘소비 탐닉’을 통해 새로운 소비 시대를 선도하면, 중간층은 부유층의 사치를

모방하고, 하류층은 중간층을 모방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의 상층부에서 하층부로

부나 유행이 흘러내려오는 현상을 게오르그 짐멜(1858-1918)은 ‘트리클 다운’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사회의 맨 밑바닥에도 매우 사회적인 성격을 띠는 과시적인 소비가 발생

하며 그것은 생각보다 매우 견고한 관습이 된다.


배블런은 사회의 하층민들조차도 필수 생계 품목이 극단적으로 부족해지기 전까지는

이런 과시적 소비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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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소비하는 인간', 인류에 있어서 소비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서두에 소비가 생산에 비해서 역사적으로 저평가되고, 그 의미가 부정적으로 인식

되어 왔으나, 향후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에

의해 인간의 노동으로 인한 생산은 그 자리를 잃고, 인간은 소비하는 인간으로만

남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통찰이 가득한 시각이라 생각이 들고, 이로 인해 소비학이나 소비사

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소비에 대한 연구에서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층의 소비 패턴이 아주 흥미로

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사는 삶의 패턴은 예나 지금이나 늘 비슷하

기에 19세기와 현재 21세기 대한민국의 소비 양식도 상당히 비슷함을 글을 보다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사람의 본성에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기에, 현재

재정 상황이 어려워도, 아껴서라도 사치품 하나 정도는 구매하려고 하고, 이는

그 개인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게 됩니다.


그러함으로, 소스타인 배블런의 주창한 과시적 소비의 개념은 인간의 심리를 정확

히 꿰뚫은 연구이고, 이후 사회적 모방, 경쟁적 소비라는 형식도 현대 소비 사회에

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전에 김난도교수의 책에서 "프리미엄 B전략"에 대해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최고의 제품, 사치품은 누리기가 힘들지만, 그와 비슷한 가치를 가지기 위해

B급 제품 중 프리미엄으로 만들게 되면 대중들의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미인데, 여기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게오르그 짐멜의 "트리클 다운"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숨겨진 심리와 본성을 파악하고, 소비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현대의 소비사회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이 되고

이를 통해 현대 사회를 들여다 보면, 보이지 않던 큰 흐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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