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Sep 05. 2016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1.

박광수 엮음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박광수 엮음

                         강 일 송

오늘은 시집(詩集)을 한 번 보겠습니다.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박광수작가가 건네주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시의
모음집입니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광수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그가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 외롭고 혼자라는 생각이 드는 날,  그때마다
읽고 모아놓았던 시라고 합니다.

몇 편 보겠습니다.

===========================================================

문 득

              정 호 승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

정호승 시인은 참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의 글을 보면 압니다.
“문득”이란 말은 “그냥”이란 말과 사촌입니다.
생각을 길게 하지 않습니다.  
무의식 속에서 행동의 의지나 목표 없이 저절로
나오는 일들을
‘문득’과 ‘그냥’이 표현합니다.
이것이 진정 속에서 삭고 삭아서
숙성이 되어 나오는 진짜 마음이겠지요.

‘문득’ 생각이 나서 ‘그냥’ 찾아가는 사이

아! 부럽군요.

=============================================================

인 생
  
            릴케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 나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

----------------------------------------

릴케는 인생을 축제와 같다고 합니다.
어떻게 인생이 축제처럼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만
그는 축제와 같다고 굳이 이야기합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주워 즐거워하는 아이들처럼
순간에 만족하라고 합니다.

릴케라고 인생에 슬픔이나 괴로움이 없었겠습니까?
인생은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파노라마라고 한다면
그 중에 아름다운 꽃잎을 보고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지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 집중하라는 말을 릴케는
하고 싶었겠지요?


=============================================================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 채 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엄마!
엄마는 영원히 엄마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엄마이고 하늘나라에 있어도 엄마입니다.
시인은 엄마가 5분만이라도 하늘나라에서 휴가를 나왔으면
좋겠다고 보챕니다.

맞습니다. 엄마 앞에 가면 퇴행을 합니다.
어린 아이로 돌아갑니다.
품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젖가슴도 만지고
철없는 아이처럼 억울했던 일도 고자질합니다.

그러한 엄마가 한 없이 보고 싶을 때가 있지요.
또한 아이처럼 굴고 싶을 때가 있지요.

그게 인생인가 봅니다.

=========================================================

속 도

          유 자 효

속도를 늦추었다
세상이 넓어졌다
속도를 더 늦추었다
세상이 더 넓어졌다
아예 서 버렸다
세상이 환해졌다

----------------------------------------------

마지막으로 한 편만 더 보겠습니다.
속도를 늦추면 세상이 넓어진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정확한 말입니다.
고속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야가 좁아집니다.
마치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하지만 시인은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아예 세상이 서 버린다고까지.
세상이 설마 서기야 하겠습니까?
하지만 평소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여유가 없으면 속도를 줄였을 때 세상이 서 버리는 것 같고
온통 환해지기까지 할까요.

오늘부터 출근 때의 차 속도나
인생의 속도를 조금 더 낮춰봐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 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