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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5. 2016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2

박광수 엮음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2> 박광수 엮음

                             강 일 송

오늘은 “광수생각”의 박광수가 엮은 시집 두 번째 모음을 보겠습니다.

가슴이 허전하고 외로움이 밀려오는 날, 한숨이 절로 나오고 지친 날,
그는 시를 읽고 또 읽었다고 합니다.
그의 따뜻한 위로같은 시 몇 편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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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행열차

         허영자(1938~)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 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상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 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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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빠름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도대체 느린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인터넷, 모바일 세상이 되면서 점점 더
이런 현상은 가속화되었습니다. 3G의 느려터짐을 참을 수 없어 LTE로 갑니다.
영화 한 편을 몇 초에 다운을 받아야 직성이 풀립니다.
하지만 시인은 정반대로 말합니다.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라고 말입니다.
조그만 간이역에 피어있는 노란 들국화를 만나 그 쓸쓸한 아름다움을 접합니다.
느리고 느린 완행열차로 목적지 종착역에 도착하자 어둠이 짙게 내려 앉은
시간이 되었지만, 서두름 없음을 즐기는 기쁨을 시인은 만끽합니다,

빠름만이 지선(至善)은 아닙니다. 모든 생체의 리듬이 빠름빠름에 있을 때
우리 몸은 지치게 마련이고 쉼을 찾게 됩니다.
시인은 우연히 놓친 급행열차를 통해, 우연히 삶의 여유로움, 느긋함을
찾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런 마음의 여유가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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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연

            최 영 철(1956~)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자장면집 한켠에서 짬뽕을 먹는 남녀
해물 건더기가 나오자 서로 건져 주며
웃는다 옆에서 앵앵거리는 아이의 입에도
한 젓가락 넣어 주었다
면을 훔쳐 올리는 솜씨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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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중국집에서 우연히 한 부부를 발견합니다.
옛날에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가장 큰 회식이 짜장면이나 짬뽕 먹으러
중국집에 가는 것이었지요.
해물 건더기를 서로 건져서 건네줍니다.
앵앵거리는 아이의 입에도 넣어주며 행복해 합니다.
행복은 고급 스테이크가 아니라, 짬뽕 해물 건더기에 있었습니다.
면을 훔쳐 올리는 솜씨가 닮으려면, 얼마나 같이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얼마나 사랑해야 할까요?
조그만 일상에서 아름다운 시를 건져내는 시인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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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메리 R. 하트먼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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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삶은 크고 위대한 것들에 있지 않다고 합니다.
위대한 희생, 행위, 업적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날린 미소, 같이 아파하는 공감하는 말 한마디에 삶은
진정 아름답다고 합니다.
간혹이 아니라 자주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가장 나한테 괴롭고 힘들게 했던 일이 지나고 보면 가장 큰 축복이었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시간의 책장이 넘어가면 진정코 그렇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사소함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가슴앓이의 일이 축복으로 변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는 것, 그것이 인생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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