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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Nov 29. 2017

<2017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2017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2017, 제 62회

--“휴 일 -- 임승유” 外


                              강 일 송


오늘은 62회의 역사가 말해주듯 우리 문단 전통의 문학상인 현대문학상의 수상시집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현대문학상은 원로나 중진이나 신진을 가리지 않고 한 해의

가장 뛰어난 작품과 작가에게 수여된다는 점에서 신춘문예 등과 차이가 난다 합니다.


올해의 수상시인은 임승유(1973~) 시인으로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2011년 <문학과 사회>

로 등단했습니다. 시집으로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가 있으며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임승유 시인의 수상작 시를 먼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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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 일 >

        임 승 유


휴일이 오면 가자고 했다.


휴일은 오고 있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너는 오고 있지 않았다.

네가 오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모르는 채로 오고 있는

휴일과 오고 있지 않은 너 사이로


풀이 자랐다. 풀이 자라는 걸 알려면 풀을 안 보면 된다. 다음 날

엔 바람이 불었다. 풀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내가 알게

된 것을


모르지 않는 네가


왔다가 갔다는 걸 이해하기 위해 태양은 구름 사이로 숨지 않았

고 더운 날이 계속되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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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상작인 작품이었습니다.


아마 시의 화자는 “너”와 함께 휴일이 되면 어디론가 가기로 약속했나 봅니다.

하지만 아직 휴일이 되지는 않았지만 뭔가 뜻대로 되지 않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오지 않는 너와, 그것도 모르고 여전히 다가오고 있는 휴일 사이의 가상의 공간, 간격을

시의 화자는 감지합니다.


풀이 자란 것을 알려면 풀을 안 보면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자녀가 자란 것을

어쩌다 보는 타인보다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을 바로 직시하기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존재하고 애써  현 상황을 접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의 미세한 파장도 보이시지요?


마지막 연은 시인의 감정이 자연에도 이입이 되어, 네가 안 오지 않고 왔다 갔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태양이 그렇게 작열하였고, 그렇게 더웠다고 합니다.

천상병 시인의 <강물>에서도 강물이 바다로 흐르는 까닭이 시인이 온종일 울어서였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시를 읽다보면 친절하고 명확하게 현 상황을 설명해주지는 않는 것을 보게 됩니다. 뭔가

순조롭게 돌아가지는 않는 것은 확실하지만, 만나려는 네가 온 것인지 안 온 것인지

시간과 공간이 겹쳐지면서 시를 읽는 독자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는 요즘 TV가 쌍방향 소통을 추구하듯이, 시인도 독자들의 몫을 남겨두어 스스로의

경험과 느낌을 통해 심상을 일으키게 하려는 의지가 있다하겠습니다.


다음은 수상후보자였던 다른 시인의 시를 한 편 더 보겠습니다.



< 반지하 >

          오 은(1982~)


반은 지하라는 말은

반은 지상이라는 말도 될 텐데


공간은 왜 아래를 향할까

말은 왜 아래를 지향할까


피곤한 날에는

하늘이 더 높아 보였다


사람은 왜 위를 향할까

왜 자꾸 비상하려고 할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땅속에 눕는 기분을 상상했다


반삶이라는 말은 없고

반죽음이라는 말만 있듯이


한숨을 왜 땅으로 푹 꺼질까

왜 새싹으로 다시 돋아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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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는 오은(1982~)이라는 젊은 시인의 작품이었습니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고,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등이 있으며,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시의 제목은 “반지하”인데, 시인은 반지하 라는 말에서 의문의 꼬리를 물고 상상의 영역을

점점 넓혀나갑니다. 반지하는 반지상도 되는데 왜 하필이면 공간은 아래로 향하는지,

사람들 생각에서 하나의 패턴을 발견합니다. 무릇 모든 과학이 자연의 현상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함에서 시작되었듯이, 사람들은 위를 향하고 공간과 말은 아래를 향하는 법칙을

찾아냅니다.


반죽음은 있지만 반삶은 왜 없을까, 한숨은 왜 하늘을 보고 하지 않고 땅이 꺼져라 할까.

왜 그 한숨이 새로운 희망의 상징인 새싹으로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시인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저도 20여년 전에 군의관 할 때 옥탑방에서도 생활했고, 레지던트 수련 때는 반지하방에

살아보았습니다. 싸구려 옥탑방은 바람이 숭숭 들어 한없이 춥고도 더웠습니다.

며칠에 한번씩 집에 들어올 수 있었던 반지하방은 쌓아둔 이불에 곰팡이가 피기 일쑤였지요.

이처럼 반지하는 결코 제게는 좋은 이미지가 될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반지하”라는 시를 통해서도 시인들은 남다른 또한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오늘은 소개해 드린 시 두 편을 시간 날 때 한번씩 음미해 보시는 하루가 되시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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