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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Dec 06. 2017

<세계의 명시(名詩)>

“우리 가슴에 꽃핀 애송시들”

<세계의 명시(名詩)>

--“우리 가슴에 꽃핀 애송시들”


                                               강 일 송


오늘은 네이버에 인기 연재된 “세계의 명시” 중 우리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를

따로 모아서 문태준 시인이 엮은 내용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외국의 명시 중 흔히 접하는 유명 시인 중, 오늘은 프랑시스 잠, 헤르만 헤세, 푸시킨의

시 3편을 한번 보겠습니다.


엮은이 문태준(1970~)시인은 고려대학교 국문과와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고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등이 있고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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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프랑시스 잠(1868-1938)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항아리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리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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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는 프랑스의 시인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의 시였습니다. 프랑시스 잠은

프랑스의 신고전파에 해당하는 시인이라고 하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대표 시인이라 할 수

있는 백석과 윤동주 두 명이 다 사랑했던 시인이라고 합니다.

이 시의 제목처럼 위대한 것에 대한 내용인데 시인이 시에 열거한 일들은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들뿐입니다. 시 본문만 보아도 100여년 전 유럽의 일상이 떠올려집니다.

항아리에 우유를 담고, 밀이삭을 줍고, 소를 돌보고, 나무를 베고, 낡은 구두를 수리하고

베틀을 짜고 빵 만들고 씨앗 뿌리고 달걀 거두어 오고.....


시인은 굳이 어려운 철학용어를 쓰지 않고도,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큰 돈을 벌고 큰 업적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것이 이러한 평범함이었음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가르침과 함께, 그의 시어들을 낭송해보면 마치 어릴 적 우리의 친숙한 고향마을

의 이야기같은 편안함과 소박한 느낌이 밀려듬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 시를 또 보겠습니다.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1877-1962)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떨칠 수 없게 조용히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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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아는 헤세는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화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 수많은 작품들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분이지요. 헤세는 험난한 인생을 살았다고 하는데, 신학교에서 도망

치기도 하였고, 정신불안에 자살시도도 하였으며 이스탄불, 이탈리아, 인도 등을 유랑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삶의 흔적이 이 시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기이하다고 합니다. 그에게는 이 세상이 바로 안갯 속 길이겠지요. 그의 외로운 마음

은 덤불과 돌에 전이되어 나타납니다. 잘 나가던 시절에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았지만,

어려운 상황이 되자 모두가 떠나고 안개속이 되어 버립니다. 이러한 삶의 밝은 면 말고

어두운 면을 모르는 자는 진정 인생을 아는 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하나 하나의 섬처럼 서로를 알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혼자라고 말합니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인간은 지극히 자의적이고 개별적입니다. 자신의 경험에 따른 프레임

이자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고 판단하지요. 똑같은 세상을 보고, 빨간색 안경을 쓴 사람은

세상은 빨간색이라 하고, 파란색 안경을 쓴 사람은 파란색 세상이라 합니다.

헤세가 좀 더 행복한 경험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세상으로부터 받았다면 좀 더 행복한 시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고도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 시를 하나 더 보지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1799-1832)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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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외국 시 중 가장 유명한 시가 아닐까 합니다.

푸시킨은 러시아의 국민시인이며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라고 칭송받는 시인입니다.

그는 비록 젊은 나이에 연적과의 결투로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들은 오랜 세월동안

살아서 사람들에게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세상이 공평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아 그대를 속일

지라도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꿋꿋하라는 것입니다. 당장은 억울하고 힘들지만 결국

세상은 바른 길로 수렴되어 갈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현재는 슬프고 괴로워도 결국은

지나갈 현재에 매몰되지 말라고 합니다.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는 격언이 함께 오버랩이 됩니다.

푸시킨의 200년도 더 지난 이 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위로를 받고 새 힘을

얻었을까요. 이러하기에 문학의 힘, 펜의 힘은 위대하다고 할 것입니다.


오늘 위대한 세 시인의 아름다운 시에 평안함을 얻는 하루의 시작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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