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과학 자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Dec 11. 2017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2)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2)

“빌 게이츠가 추천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생물 이야기”


                                         강 일 송


오늘은 미생물 이야기를 연이어 한번 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생물은 너무나 인간과 밀접하여 인간과 미생물의 관계는 마치 공기처럼 우리가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인식을 더 하지 못하는 관계와 비슷합니다.

몸에 좋은 미생물도 있고,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도 있어서 “악당도 영웅도 없다”라고

저자는 표현합니다.


저자는 에드 용(Ed Yong, 1981~)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 블로거이자 과학 저널리

스트라고 합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자연과학 학사, 분자생물학, 동물행동학으로 석사,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생화학 연구로 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영국 과학 저술가 협회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과학 저술가상’(2014)를 받았습니다.


=========================================================


★ 인간의 삶과 함께 시작하는 미생물


한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는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무균실을 나와 곧바로 미생물이 우글

거리는 질을 통과한다. 신생아의 마이크로바이옴 중 약 4분의 3은 어머니에게서 유래한다.

부모와 환경으로부터 새로운 미생물종을 받아들임에 따라 아기의 장내 미생물 구성은 점차

더 다양해진다.


처음에는 비피도박테리움 같은 우유 소화 전문가가 박테로이데스 같은 탄수화물 소화 전문가

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미생물은 다양한 비타민을 생성하기 시작하며, 성인들이 섭취하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능력을 점차 가지게 된다.

아기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성인과 같은 상태에 도달하는 시점은 대략 1년~3년 사이 어느쯤

이다.


인간의 피부는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코리네박테리움, 포도상구균의 영토이고, 장을 지배하는

것은 박테로이데스이며, 여성의 질을 지배하는 것은 유산균이며 구강을 지배하는 것은

연쇄상구균이다. 장기들 안에도 차이가 있어서, 소장의 초입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직장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매우 다르다.


피부의 경우, 기름기가 많은 얼굴과 가슴의 기름 호수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사타구니와

겨드랑이의 열대우림이나 팔뚝과 손바닥의 사막에 사는 미생물과 다르다.

손바닥도 오른손과 왼손이 공유하는 미생물종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신체 부위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다양성은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다양성을

초라하게 만든다.


★ 미생물이라는 경이로운 렌즈


미생물이라는 렌즈를 통해 동물계를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삶의 모든 것들이 경이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한 생명체의 체취, 건강, 소화, 발육 그리고 수십여 가지의 특성에

이르기까지, 외견상 개인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도 사실은 숙주와 미생물 간의 복잡한

타협의 산물이다.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유전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많은 세균의 유전체들도 덤으로 보유하고

있어서 이들에 의해 삶과 발육에 영향을 받는다.

면역계는 본래 우리의 세포와 침입자의 세포를 구별하기 위해 존재한다. 유식한 말로는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별한다.”고 일컫는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다.

우리 몸에 상주하는 미생물들은 면역계의 확립을 도와주며, 면역계는 미생물들에게 관용을

베푸는 법을 배운다.


동물과 미생물은 동일한 부호 체계를 이용하여 DNA에 정보를 저장하고 ATP라는 분자를

에너지의 통화(通貨)로 사용하는데, 이 시스템은 모든 생물에 적용된다.

“코끼리에서부터 자그마한 세균까지 구성 요소는 모두 같다.”라고 네덜란드의 생물학자

알버르트 얀 클라위버르가 언젠가 말했다.


동물들은 미생물과 함께 살면서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미생물은 동물보다 훨씬 더 오래

지구상에 존재해온 선배로서, 동물들의 능력을 도와주고 때로는 전적으로 책임진다.


★ 면역계와 유아시기


인간은 정교한 면역계를 갖고 있는데, 이는 복잡한 미생물을 통제하기 위해서였고, 공생할

세균과 통제해야 할 세균을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면역계는 우리 몸을 도는 순찰팀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일생에서 순찰팀의 활동이 단 한 번, 뜸할 때가 있는데 바로

삶의 초기시기이다.


최초의 미생물들이 신생아의 몸속에 정착하도록 허용하기 위해 특수 임무를 지닌 면역세포

들이 면역계 전체를 침묵시킨다. 생후 6개월 미만의 아기들이 감염에 취약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면역계는 미생물들에게 자유 통행권을 발급한 다음, 그들이 전신에 정착할

때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것이다.


★ 모유, 포유동물의 혁신적 발명품


어머니의 모유가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모유에는 성인의 미생물 군집을 통제하는

항체가 듬뿍 들어 있으며, 아기들은 수유기 동안 이 항체들을 받아들여 미생물을 통제하게

된다.


모유는 포유동물들의 혁신적 발명품이다. 문자 그대로 ‘엄마가 자기 몸을 녹여 흰 액체로

만든 다음, 젖꼭지를 통해 분비하는 진액’이다. 모유의 성분은 2억 년의 진화를 통해

개량되고 완성되어 유아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모두 제공하게 되었다.


모유의 성분 중에는 올리고당이라는 복합 당류가 포함되어 있는데, 모든 포유류들이

올리고당을 만들지만 유독 인간 엄마들만 이례적으로 다양성을 보인다. 현재까지 과학자

들은 200가지가 넘는 인간 모유 올리고당(human milk oligosaccharides, HMOs)을

관찰해왔다. 이는 젖당과 지방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모유 성분으로, 성장하는 아기들을

위한 풍부한 에너지 공급원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작 아기들은 HMOs를 소화시킬 수 없다. 도대체 이건 무슨 일인가?

해결의 실마리는 ‘HMOs라는 당분은 위장과 소장을 온전히 통과한 다음 대장에 안착하는데

대장은 대부분의 미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이다.

연구를 해보니 모유를 먹은 아기에서 분유를 먹고 자란 아기보다 비피더스균이 훨씬 많이

발견되었다. 특히 HMOs가 비피토박테리움 론굼 인판티스라는 변종을 선택적으로 먹여

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B.인판티스는 밥값을 톡톡히 하는데, 이 유산균이 HMOs를 소화시킬 때 단쇄지방산을

방출하는데, 이것은 유아의 소화관 세포의 먹이가 된다. 또한 소화관 세포와 직접 접촉

함으로써 접착성 단백질과 항염 분자를 생성하도록 유도하는데, 접착성 단백질은 소화관

세포 사이의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항염 분자는 면역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


오늘도 지난 번에 이어 우리 몸의 미생물 이야기를 이어서 하였습니다.


우리 삶의 시작부터 미생물과의 인연은 시작되는데, 출생 시에 엄마의 산도를

따라 내려올 때 이미 미생물을 만나게 됩니다.   산모는 출산이 다가오면 이때를

대비해서 아기한테 필요한 미생물, 즉 유산균들이 산모의 질에 더 집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기 입을 통해서 장내에 좋은 유산균총이 형성이 되는데,

제왕절개를 하면 이 과정이 생략이 되니 제대로 된 장내 미생물군이 형성이 되질

못하겠지요.

그래서 요즘은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를 해야 할 상황에 산모의 질에 멸균거즈를

넣어 이를 신생아 입과 몸에 발라주는 연구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북유럽의 신생아실에서 너무 멸균을 완벽하게 하여 아기를 케어하니, 정상적인 유산균이

자리를 잡지를 못하고 비정상적 미생물총이 자리를 잡아 오히려 아기의 건강에

이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고도 알려져 있지요.


우리는 아직 우주를 잘 모르듯이, 미시적 우주인 미생물과 더 작은 원자 이하의

세계도 다 알지 못합니다.  양파 껍질 벗겨지듯 새로운 지식과 현상을 발견하고

있고, 과거에 알지 못하고, 육안으로 인지하지 못하던 것들을 갈수록 많이

알게 되고 있습니다.


신생아들의 장내에 정상적인 유산균총이 생길 때까지 면역계를 일시적으로

작동을 중단시킨다는 내용도 흥미롭고, 모유의 과학적인 면은 매번 감탄이 나오게

합니다.


대체로 늘 소아들의 감염 질환을 보는 소아과의사로서는, 이러한 미생물과의

만남을 매일 일상으로 하고 있는 입장이고, 이러한 책을 통해서 미생물의

세계에 관한 관심을 새롭게 하고 과학자에 의한 색다른 시각을 제공받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하루의 물리학>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