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말과 사람과 품격에 관한 생각들”
강 일 송
오늘은 말(言)의 중요성에 관해서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곁들여서 잘 이야기해주는 책을
한권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이기주작가는 기자생활을 하다가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연설문 작성자)로 일했고
작가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입니다. 저서로는 “언품(言品)”과 최근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른 “언어의 온도” 등이 있습니다.
독자들과 편안한 소통을 이루는 따뜻한 글을 쓰는 그의 새로운 책을 같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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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소 본능을 가진 말
지금 우리는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온당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만 갚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조직과 공동체의
명운을 바꿔놓기도 한다. 말하기가 개인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지도 오래다.
말 잘하는 사람을 매력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풍토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즉,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 이청득심(以聽得心)
이청득심이라 했다.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리가 있다.
천하의 명장 항우가 유방에게 패한 이유를 혹자들은 “인덕(人德)”이 부족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항우가 재주와 힘은 뛰어났지만 우호적인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해서 천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 경청
한자를 파자해서 보면 경청(傾聽)의 의미가 더 잘 와 닿는다. 경은 사람을 향해 머리가
기울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한자로, 상대방 앞으로 다가가 귀와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경청은 듣는 일 가운데 가장 품격 있고 고차원적인 행위다. 경청은
듣기만 하는 수동적 듣기가 아니라 듣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적극적 듣기’에
해당한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당신의 입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의 귀를 원하는 지도 모른다.
★ 공감
옛날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 중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말이 있었다. 시청자 중 상당수가
이 대목에서 탄성을 질렀다. 이러한 마음이 공감이고 소통이지 않을까.
상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상대가 느끼는 아픔을 느끼고 또 상대의 입장과 시선으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자세야말로 소통의 정수가 아닐는지...
공감은 연민이나 측은지심보다 ‘인,仁’과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仁은 사람 人에 두 二
를 더해 만든 한자다. 공자는 인을 인간이 지녀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 간주했다.
★ 반응, 리액션
리액션은 영장류의 소통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국의 진화심리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 교수는 인간의 의사소통 과정과 침팬지의 털 손질에 유사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침팬지들은 서로 털을 고르고 만져주는 ‘그루밍,grooming' 동작을 통해
친밀감을 유지한다. 침팬지 사회에서 그루밍은 소일거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행위다.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쫓겨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인간의 언어가 이러한 그루밍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며 맞장구를 치는 것은 구성원 간 친밀감 형성이 주된 목적이며, 큰 틀에서
보면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누일 곳이 필요하다. 몸이 아닌 마음을 누일 곳이.
★ 협상과 중용
우리 삶은 그 자체가 크고 작은 협상의 연속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직장과 가정에서조차
협상 테이블에 마주해야 한다. 협상에도 테니스나 골프에서처럼 스위트 스팟이 존재한다.
양측의 이익이 하나로 포개지고 서로의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지점으로 심리 타점
이라고도 한다.
극단 사이에서 절충의 지점을 찾는 일은, 중국 노나라 때 학자 자사가 주장한 중용과 맥이
닿아 있다. 여기서 중,中은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도리에 맞는 상태를 일컫는다.
용,庸은 보편적이면서 변하지 않는 성질이다. 그러므로 중용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
하고 양극단 사이에서 절충하는 자세를 가리킨다.
또한 중용은 기계적 중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순히 중간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위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유연한 흔들림”
이라고 할까.
★ 말의 품격
말은 마음의 소리다.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가 흥미롭다. 입 구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아무리 현란한 어휘와 말의 외피를 둘러
봤자 소용없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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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말에 대한 다양한 좋은 글들을 함께 보았습니다.
특히 저자가 한 말 중 말의 귀소본능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공감이 되었네요.
말은 돌고 돌아서 결국 자기에게 영향을 줌으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말과 중용을 연관지어 한 내용은 인상 깊었는데
특히 "흔들리는 유연함"으로 중용을 표현한 것은 아주 신선했습니다.
단단한 나무는 부러지지만 유연한 대나무는 휘면서 버티듯이 말이지요.
또한 "품"자가 입구자가 세개 모인 것이, 말이 쌓이고 쌓여 사람의 품격이
된다는 해석을 보니, 옛 선현들의 지혜가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언변으로 포장해도 그 근본의 사람의 향기는 감출수가 없다는
말에 공감하고 스스로 덕을 쌓아 매화같은 향을 내는 인격을 갖추는
것이 삶의 하나의 목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