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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an 05. 2018

<세계사 수업>

“연전연승은 패배로 가는 이정표”

<세계사 수업>

“연전연승은 패배로 가는 이정표”


                                 강 일 송


오늘은 역설적인 역사 이야기를 중국과 일본의 인물 두 명을 통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 자리에 올랐고 그들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진노 마사후미(1965~)인데, 역사를 재미있고 쉽게 설명하는 ‘역사 전도사’로

방송, 강연, 집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역사로 읽는 세계사”,

“세계사 극장”시리즈, “세계사에 강해지는 고전문학 만화 강의”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의 글 중, 유방의 장수 한신과 일본 전국시대의 명장인 우에스기

겐신의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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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신(BC 230~196)

-- 진나라 말기에서 한나라 초기, 유방 휘하의 무장, ‘국사무쌍’이라 절찬을 받은 영걸


“나뉜 뒤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뒤 오래되면 반드시 나뉜다.”

<삼국지연의>에서 나관중도 간파했듯이 춘추전국시대의 500년 이상이라는 오랜 세월을

거쳐 중국도 마침내 통일을 향해 나아갈 무렵 한신이 태어났다.

그의 소년 시절 진 시황제에 의해 일단 중국은 통일되었지만, 얼마 후 다시 분열되어

여러 왕들이 난립하는 시대로 돌아갔다. 그 와중에 등장한 것이 바로 항우와 유방이다.


한신은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신분이 낮고 연줄도 인맥도 없었다. 처음에 그는여러 왕들 중 가장 뛰어났던 항우를 섬겨보았지만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아 이번엔

그의 경쟁자인 유방의 수하로 들어간다. 승상인 소하는 한눈에 한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유방에게 그를 등용하라고 진언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그는 대장군의 자리에 오르게

되고, 유방을 도와 연전연승 56만의 대군을 모으게 된다. 하지만 항우의 3만명의 군대가

닥칠 때 유방은 한신의 진언을 무시하고 대비없이 방심하다가 56만 명의 대군은 순식간에

궤멸을 당하게 된다. 유방은 다시 한신에게 사과하고 그에게 10만 대군을 맡기자 그

진가를 발휘하여 위를 격파하였고 조나라를 향해 나아갔다.


조나라는 위나라처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는데 현인으로 이름높은 군사 이좌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20만의 조나라를 3만의 한신 군대가 그 유명한 ‘배수의 진’으로 이를 격파는

했는데, 이후 한신은 무슨 이유에선지 즉각 군사를 다음 나라인 연나라와 제나라를 향해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포박되어 있던 조의 군사 이좌거를 데리고 와서 그의 앞에

엎드리고 그를 상좌에 앉혔다.


“선생! 나는 이제부터 연과 제를 쳐야 하는데 그 방책에 대해 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대장군 한신이 방금 토벌한 패장에게 고개를 숙이고 가르침을 청하였는데, 한신이 ‘전술’

에 있어서는 능하지만 ‘전략’에 대해서는 조금 어두웠기 때문이다.


그에 감동한 이좌거는 “귀공은 연전연승의 여세를 몰아 연을 칠 생각인 것 같은데, 그만두는

게 좋겠소. 연전연승을 하였지만 한군은 이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습니다. 이런 상태로

연을 치면 장기 농성전이 되는 것은 기성사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하고 그 사이 제나라도

원군으로 올 것입니다.


여기서 군사들을 쉬게 하면서 조나라 백성들을 위로하고, 연을 공격하는 시늉을 해 보이면서

사자를 파견해 항복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연은 싸우지 않고 항복할 것입니다.

연이 항복하면 제도 화친을 청해올 것입니다.”

한신이 이좌거의 말대로 하자 연은 싸우지 않고 화친을 청해왔다. 그야말로 싸우지 않고

이긴 것이다.


반면 항우는 ‘패왕’의 이름을 얻기까지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이기고 또 이겼다.

하지만 병사들은 피폐해지고, 전투에 이길수록 적은 늘어나서 사면초가, 마침내 해하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 우에스기 겐신(1530-1578)

-- 무적의 군신(軍神)으로 추앙받던 전국시대의 다이묘(大名)


우에스기 겐신은 열 다섯 살 때 첫 전투에 참여한 후 마흔아홉 살로 죽을 때까지 평생의

전적이 71전 61승 8무 2패였다. 승률로는 무려 97%. 이 숫자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많은 전국시대의 다이묘(大名) 중에서도 최고였다.


이듬해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기세로 호쿠리쿠 방면으로 진격해온 오다 노부나가군

과 데도리강에서 전투를 벌였는데, 이때 우에스기군 2만 명, 오다군 4만 명이라는 압도

적인 병력차에도 불구하고 오다군을 섬멸한다. 이 전투후 우에스기는 ‘천하통일도 쉽겠다.’

고 말했지만 그런 그가 천하를 거머쥔 일은 끝내 없었다.

오히려 데도리 강 전투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오다 노부나가 쪽이 착실하게 ‘천하통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게 된다.


이 차이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우에스기는 분명 강했다. 그러나 그 강함에 의존해 아무런 전망도 없이 그저 눈앞의 전투

에서 승리만 거듭할 뿐이었다. 그것은 항우나 여포와 마찬가지로 필부의 용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게 결정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재능도, 운도 아니고 그의 재능을 올바르게

이끌어줄 군사(軍師)의 존재였다.


우에스기는 개별 전투에서는 강했지만 정작 중요한 전략에는 전혀 무관심했다.

비유로 말하면 물위에서 그저 손발을 마구 휘젓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물보라만

일으킬 뿐 앞(천하)으로 전혀 나아갈 수 없었다. 결국 순식간에 체력이 다하여 가라앉았다.

제대로 된 영법(전략)을 배워서 이것에 근거하여 손발(군대)을 움직여 착실하게 해안(통일)

을 향해 헤엄쳤으면 될텐데.


그도 어느덧 나이 마흔아홉 살이 되었고, 당시엔 ‘인생 50년’이라고 했으니 감회가 깊었을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쳤는지 이때 시를 한 수 읊는다.


“49년이 한순간의 꿈이더라. 일생의 영화는 한 잔의 술과 같구나.”


마침내 다음 출전을 엿새 앞둔 어느날, 화장실에 간 사이 그가 돌아오지 않자 그의 가신이

가봤더니 그곳에 우에스기가 쓰러져 있는 것이었다. 재능이 풍부할수록 그 재능에

시선을 빼앗겨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잘못은 깨닫지 못한다.

우에스기의 인생은 그러한 교훈을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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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사 이야기 중, 연전연승하였지만 대업은 이루지 못하고 스러지고 만 사건들을

함께 보았습니다.


역사이야기는 늘 우리에게 흥미로움과 함께 교훈들을 주게 되는데, 중국의 전국시대와

일본의 전국시대 때 천하통일을 위해 여러 군웅들이 할거를 하였지만 그중 개별 전투에

강한 인물보다는 전체를 보는 전략을 잘 세운 인물이 천하통일을 하게 되는 과정을

보았고, 단순히 싸움만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2000년이 훨씬 지난 유방과 항우의 대결은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아직도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습니다. 모든 스펙과 개인의 능력이 뛰어났던 항우에 비해 여러 자질이

부족한 유방은, 대신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부하들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게 만든 유방이야말로 현대에 있어서도 단연코 배우고 본받아야 할

인재임에 틀림없지요.


처음 항우의 수하에 있던 한신은 그의 능력을 몰라주자 유방의 아래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승승장구하여 대장군이 되고 천하통일을 돕게 되지만, 그러한 그도 패장의

군사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지혜를 구하기도 합니다. 큰 인물은 이처럼 거만하지

않고 하심(下心) 할 줄 아는 능력이 있습니다. 무조건 싸우기보다는 싸우지 않고

이길 줄 아는 인물이 결국 마지막의 승리자가 됩니다.


우에스기 겐신의 이야기도 본다면, 그도 싸움의 신인 군신(軍神)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승률을 자랑하지만 결국 그와의 싸움에서 졌던 오다 노부나가가 천하통일을 합니다.

결국 전투보다는 전략에서 우위를 보인 인물이 큰 업적을 달성하는데, 현대의 삶이나

경영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자그마한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큰 흐름을 보고 사람을

위하고 투자할 줄 아는 사람, 이러한 사람이 현대의 유방이고 현대의 한신이라는

생각입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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