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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by 해헌 서재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미학의 눈으로 들여다 보는 고전예술의 세계”


강 일 송


오늘은 우리 시대 뛰어난 미학자이자 많은 작품을 쓴 저술가인 진중권 교수의 서양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자 합니다.


진중권(1963~)교수는 현재 동양대학교에 재직 중에 있으며,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 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습니다.

주요 저서로 <생각의 지도>, <미학 오딧세이>, <미학에세이>, <아이콘> 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비례'에 관한 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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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비례를 찾아서


인간은 세상의 모든 것을 그려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간 자신의

모습이었다. 신체는 아름다워 보여야 한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 화가들은 먼저

신체 부위들 사이에 적절한 비례를 찾으려 했다. 아름다움이 수적 비례에 놓여 있다는

것은 인류의 아주 오래된 믿음이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의 자연주의적 묘사가 예술의 모범으로 통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다르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솜씨’가 아니라 ‘의지’다.

고도로 양식화된 기법을 사용했던 이집트 장인들도 필요하면 그리스인들 뺨치는

자연주의적 묘사를 할 줄 알았다. 원래 양식들 사이에 ‘우열’이란 있을 수 없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여러 양식은 그저 각각 다른 예술의지를

구현하고 있을 뿐이다.


파노프스키(1892-1968)는 ‘비례론’을 말했는데, 비례론은 ‘예술적 묘사의 대상이 되는

한에서 살아 있는 생물, 특히 인간 신체의 비례관계에 관한 이론’이다.

비례론의 차이는 곧 양식의 차이를 의미하고, 양식의 차이는 예술의지의 차이를

의미한다.

비례가 객관적일수록 이미지는 사진에 가까워지고, 구성적일수록 디자인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비례론은 근대성에 도달하자 창작의 방법으로서 예술적 효용에 의문이 붙여지고

종말을 맞기 시작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회화에 관한 시대의 관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회화의 본질을 사물의 ‘객관적 재현’보다는 예술의 ‘주관적 표현’

에서 찾게 되자 이전에 절대적 의미를 가졌던 비례론이 별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이어지는 바로크는 어차피 형보다는 색에 주목하는 시대였다.

현대 예술에서도 비례론은 의미를 잃는다. 추상운동과 더불어 모든 비례론은 필요

없는 것이 된다.


오늘날 비례론은 건축이나 디자인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긴 듯하다. 가령 건축은

르 코르뷔지에가 보여주듯이 인체를 기준으로 해야 하고, 샤도가 예견했듯이 공업

생산은 제품 생산에 인체 표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물론 ‘이상적 아름다움’의 창조라는 예술적 목적과는 관계가 없다.

오늘날에도 미학적 성격의 비례론이 살아 있는 곳이 있다면, 아마도 스타들의

몸매를 따지는 대중들의 심심한 일상이 아닐까?


★ 황금분할과 미


파르테논 신전이 미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은 이른바 ‘황금률’을 따랐기 때문이라

한다. 황금률은 대략 1:1.618에 해당하는 비율로, 꽃잎이나 고동과 같은 자연물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 때문에 종종 미적 객관주의, 즉 ‘아름다움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의 속성’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미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에

황금률에 근사한 비례를 적용했다 하나, 수학적으로 정확한 황금률을 발견한 것은

역시 그리스인들이다. 그리스의 조각과 공예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황금률이 발견된다.


역사상 최초로 이 비율에 관해 언급한 이는 유클리드(BC330-275)이다. 그는 <요소들>

이란 저서에서 이 비례를 ‘극상의 중용’이라 불렀다.

황금률은 ‘황금비례’, ‘신성한 비례’, ‘신성한 분할’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황금분할’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주머니에 있는 지갑 속 신용카드를 보면 황금의 직사각형을 볼 수 있다. 카드만이 아니라

명함, 사진, 담뱃갑 등도 대부분 황금분할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황금분할이 곧 아름다움인 것은 아니다. 미는 간단히 수치로 환원될 정도로

간단한 현상이 아니다. 비례가 황금분할이 아닌데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얼굴이

있을 수 있고 황금분할이면서도 아름답지 않은 얼굴이 있을 수 있다.

이는 황금분할이 미의 충분조건도, 그렇다고 필요조건도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게다가 미감은 영원불변하는 절대적 속성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변적인

상대적 속성이 아닌가.


흔히 갓난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를 증거라고 들이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발달심리학상 아이들의 미감은 매우 늦게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감의 형성은 심지어 도덕감보다도 늦다. 그런데도 갓난아기가 벌써부터 미감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기에게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역시 자기 엄마의 얼굴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기는

자기 엄마를 사랑스럽게 여길 것이나, 세상의 모든 엄마가 얼굴에 황금비례를 바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황금분할은 물론 다른 문화권에서도 더러 찾아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거기에 최고의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문화는 전 세계에서 고대 그리스가 유일하다. 서구에서 그리스를

예술의 모범으로 삼고, 그런 서구가 세계의 미적 취향을 주도하다 보니 이제는 다른

문화에서도 황금분할을 쾌적하게 여기게 된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러는 서구에서도 전체 예술작품 가운데 황금분할을 따르는 작품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게다가 동양에서 아름답게 느끼는 그림의 포맷 역시 황금분할과는

아무 관계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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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양미술사의 이론에 관한 진중권 교수의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다양한 많은 내용 중 오늘은 비례, 황금분할 등에 관한 미적 관점을 주로 이야기

했습니다.


먼저 인간은 과거 오래전부터 아름다움과 비례에 관한 강한 연관성에 믿음이 컸다고

이야기합니다. 기원전 유클리드가 황금비율을 이야기했고, 이에 영향을 받은 그리스인

들은 건축과 조각, 회화 등에서 이 비율을 중시했습니다.

비례가 객관적일수록 사진에 가까워지고 구성적일수록 디자인에 가까워진다는 말과

함께, 과거는 비례를 중시했고, 현대 미술에 가까울수록 비례의 중요성이 덜해진다는

말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솜씨’가 아니라 ‘의지’라는 말은 현대 미술이 점차 추상화되고

구상화된 이유가 될 것입니다. 피카소도 추상적인 그림을 그렸지만 초기 작품을 보면

누구보다는 세밀한 묘사의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안’할 뿐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겠지요.

결국 객관적인 재현은 사진에 맡기고, 예술가는 점차 주관적 표현에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저자는 황금분할에 대한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황금분할이 곧 미’라는 등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미라는 개념이 단순한 수치로만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아기들 눈에는 황금분할과 상관이 없는 얼굴이지만 자기 엄마의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느껴질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 중심의 서양의 미적 관점이 아닌 동양의 작품들을 보면 황금분할을

따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미적 작품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고

이 또한 황금분할만이 미적 표준이 되지 않음을 알게 해줍니다.


다음에 다른 주제로 한번 더 이 책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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