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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은 인문학이다>

by 해헌 서재

<어원은 인문학이다>

--“흥미진진 영어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 지식의 향연”


강 일 송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언어 중 대표 격인 영어의 어원을 찾아보고

이를 통해 말에 새겨진 역사, 문화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해주는 책을 함께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고이즈미 마키오(1953~)는 도쿄에서 태어나 1977년 아오야마학원대학교를

졸업하였고, 다양한 서적과 잡지에 기사를 집필하고 있다 합니다.

저서로는 <정말로 재미있는 영어, 영어표현> 등이 있는데, 오늘 책은 재미와

공부가 함께 되는 다양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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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ng’의 어원


king(왕)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고대 영어의 cyning(혈연관계의 자녀)이다.

‘cyn’은 ‘혈연’, ‘-ing’는 ‘관련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부족의 장자’에서

‘왕’으로 의미가 변화한 것이다.

현재 영어로도 ‘kin’은 ‘혈족,친족’이다. 비슷한 단어로 ‘kind’(친절한)가 있는데

이것도 어원이 같은 단어다.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친절’하게 대하기

마련이다.


★ 벼룩시장 – flea market


공원과 산책로 등에 중고품을 가지고 와서 싸게 파는 ‘벼룩시장’이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벼룩시장을 free market,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free가 아니라 ‘flea market’이다.

flea market은 원래 파리 북부에서 열렸던 벼룩시장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프랑스어 marche aux puces의 영어 직역이라는 것이다. market은 시장, puces는

벼룩의 복수형이다. 왜 벼룩시장일까?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이 워낙 낡아서 벼룩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쯤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 ‘nice’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번에는 nice라는 단어를 소개하고 싶다. 우리도 ‘나이스!’라며 많이 쓰는 매우

친숙한 영어다. ‘좋은, 멋진’이라는 단어로, 일 처리 등이 ‘정확하고 능숙한’이라는

뜻도 된다. 그러나 이 단어는 알고 보면 12세기 무렵에 영어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의미가 완전히 뒤바뀐 경우다.

어원은 라틴어의 nescius로, ‘무지한, 무능한’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영어로 쓰이게

되면서 점차 ‘무자비한, 음란한, 제멋대로의’로 미묘하게 뉘앙스가 변화해왔다.

그러다가 18세기에는 ‘멋진, 유쾌한, 느낌이 좋은’ 이라는 뜻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자유로운 창, 프리랜스


lance는 ‘창’을 말하지만, 창을 들고 말을 타는 병사, 즉 ‘창기병’이라는 뜻도 된다.

그중에는 특정한 왕이나 영주의 신하가 되지 않고, 높은 보수를 지불하는 고용주

아래에서 싸웠던 사람도 있었다. 그들을 freelance(자유로운 창)라고 불렀다.

다른 말로 ‘용병’이다.

‘프리랜스’라는 말은 지금도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프리랜서 작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등으로.

하지만 이 말이 ‘자유로운 창’, 즉 ‘용병’에서 왔다는 것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 빛나는 노예


고대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고대 로마도 노예제도를 기반으로 한 사회였다.

‘노예’는 영어로 ‘slave’다. 이 단어가 slav(슬라브 민족)에서 왔다고 말한다면

놀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원래 ‘영광’이나 ‘빛나는 민족’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고대 로마에서 많은 슬라브인을 잡아 와 노예로 만들면서 ‘슬라브=노예’가

되었다. 원래의 의미와는 정반대의 뜻이 되어버린 것이다.


귀족의 비호하에 다양한 역할을 한 ‘예속평민, 비호민’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을 라틴어로 ‘cliens(클리엔스)’라고 불렀다. ‘힘 있는 자의 보호를 구하는 사람’,

‘명령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거기에서 ‘종속자, 하인’이 되었다.

이것이 영어 client(의뢰인,고객)의 어원이 되었다.

놀랍게도 ‘손님’은 원래 ‘하인’을 뜻한 것이었다.


★ 화씨와 섭씨


18세기에는 자연과학이 발달했다. 독일의 물리학자 다니엘 파렌하이트(1686-1736)는

온도를 측정하는 척도를 만들었다. 자신이 직접 측정할 수 있었던 야외 최저기온을

0도로 정하고, 자신의 체온을 100도로 고정하고, 물의 빙점을 32도, 끓는점을 212도로

정한 뒤, 그 사이를 180으로 등분하여 1도씩 나눈 온도의 단위를 고안한 것이다.

이것이 Fahrenheit(화씨 온도계)이다. ‘화씨(華氏)’는 파렌하이트의 중국어 음역

‘화륜해특(華倫海特)’에서 온 것이다.


또 다른 온도의 단어 섭씨는 영어로 Celsius(또는 centigrade)이다. 이 용어는 이

온도를 제창한 스웨덴의 천문학자 안데르스 셀시우스(1701-1744)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중국어 음역으로 셀시우스는 ‘섭이수사(攝爾修斯)’다. 이로부터 ‘섭씨(攝氏)’

라고 쓰게 되었다. 화씨를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개량한

척도로, 순수한 물의 빙점을 0도, 끓는점을 100도로 정하여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만들었다.


★ 녹색은 질투의 색


<Otherllo(오셀로)>에는 green-eyed monster(녹색 눈의 괴물), <베니스의 상인>에도

green-eyed jealousy(녹색 눈을 한 질투)라는 표현이 나온다.

영어 green(녹색)은 질투의 색깔이다. 예를 들어 “When his colleague get promoted,

Tommy was green with envy“는 ”동료가 승진했을 때 토미는 심하게 질투했다.“

라는 뜻이다.


하지만 왜 녹색이 질투의 색일까? 이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주창한

4체액설이라는 학설에서 비롯되었다. 체내에는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의 네 가지

체액이 흐르고 있으며, 그 조화를 통해 신체와 정신의 건강이 유지되고, 균형이 깨지면

아프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사람이 질투의 감정에 사로잡히면 녹색의 황담즙

분비가 과다하게 되고 안색도 변하게 된다고 한다.

참고로 혈액이 많은 사람은 낙천적이고, 점액이 많으면 둔하고 느리며, 흑담즙이

많으면 침울하고, 황담즙이 많으면 기질이 성급하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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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양한 영어의 어원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필시 인간의 문화의 산물인지라, 그 안에는 과거의 많은

스토리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현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히포크라테스의 4체액설처럼 터무니없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 당시로서는 인간에 대한 최선의 해석이었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사고의 흔적은 길게 이어져 현대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king, kin, kind 가 하나의 어원에서 출발한 단어였습니다. 혈연과 관계된

큰 줄기의 흐름이 있네요. 벼룩시장은 파리의 중고장터에서 유래를 했네요.

nice라는 단어처럼 과거와 현재의 의미가 정 반대가 된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wild라는 단어도 조잡한, 난폭한 뜻이지만 최근에는 '발군의, 뛰어난,

근사한, 멋진'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노예라는 단어가 slave라는 것은 슬라브족의 고되고 슬픈 역사가 담겨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슬라브족이 로마로 인해 노예가 되었으면

노예의 단어가 슬라브가 되었을까요.

화씨와 섭씨의 어원은 파렌하이트, 셀시우스 등 사람의 이름이었고 이를

중국어로 음역하는 가운데 우리가 사용하는 화씨, 섭씨라는 말이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녹색은 질투의 색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표현들의 바탕에는

고대 의성인 히포크라테스의 체액설이 있었습니다. 현재의 의학으로 봐서는

터무니 없지만, 그 영향력은 2500년이 흘러도 여전히 남아 건재합니다.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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