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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an 04. 2019

<맛의 천재> (1) - ‘피자의 역사’

<맛의 천재> (1) - ‘피자의 역사’

“이탈리아, 맛의 역사를 쓰다”


                                         강 일 송


오늘은 음식의 역사에 관한, 특히 이탈리아와 연관지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1962~)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났고, 베네치아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역사 잡지 <Focus Storia>에서

일하는 한편 경제 일간지 <Il Sole 24 One>에서 음식 문화 소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비스 섬의 사자;달마티아 여행>, <베네치아의 운송수단;곤돌라의 역사>,

<1687년 아테네>, <책공장 베네치아> 등이 있습니다.


여러 음식 주제 중 오늘은 나폴리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진 <피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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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헌상 “피자”의 등장


공작 마리노 2세의 아들 베르나로도가 가에타의 추기경으로 임명된 것은,

서기 1000년까지 고작 3년밖에 남아 있지 않을 때였다. 그가 동시대인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서기 1000년의 도래와 함께 세상이 끝나리라 믿고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신중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서기 997년 가릴리아노 강가에 있는 방앗간을 빌리는 계약을 했는데

이 계약서에 “더불어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당신과 당신의 자손들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임대료로 피자 열두 판과 돼지고기의 어깨 살 및

콩팥을 지불해야 하고 부활절에도 이와 비슷하게 피자 열두 판과 닭 몇

마리를 지불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문서가 우리가 아는 한, ‘피자’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최초의 문서다.

이후 5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1570년 교황 피오 5세의 요리사

바로톨로메오 스카피가 요리책을 만들었는데, 확실한 것은 이 요리사가

피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의 요리책에

“여러 가지 식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둥근 빵, 즉 나폴리 사람들이

피자라고 부르는 것을 요리하기 위해서는”이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 피자의 원조 ‘포카차’


나폴리 피자와 로마냐식 피아디나는 모두 트로이 사람들의 포카차에 기원을

두고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이 포카차는 그리스 식민지들 중 가장

중요한 도시였던 네아폴리스, 즉 나폴리에 도착한 뒤 효모를 사용해 부풀리는

방식의 피자로 발전했고, 대신에 북부의 라벤나 주변에서는 효모를 사용하지

않는 피아디나의 형태를 유지했다.


피자가 그리스어 ‘피타,pita’에서 유래했으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피타는 밀가루 빵으로 피자와 비슷한 모양새를 지니며, 한때 비잔틴 제국의

일부였던 지중해 연안에서 주식으로 사용되었다. 피자라는 단어는 나폴리

에서 방언으로 1800년대까지 쓰였다고 한다.


★ 나폴리 피자의 등장


피자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식으로 변한 것은 나폴리에서였다. 그리고 언제

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토마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토마토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17세기 말과 18세기 초 사이에 “진정한 의미의 피자,

모든 피자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전통적인 나폴리 피자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 피자를 오늘날 우리는 바로 마리나라(marinara)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 대중의 음식, 거리의 음식 피자


어쨌든 피자는 결국 나폴리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잡게 된다.

사람들은 일요일이 되면 마케로니를, 평일에는 피자를 먹었다.

이때의 피자는 무엇보다 거리의 음식이었고 선채로 접어서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피자는 ”빈곤한 사람들을 위한 음식, 바쁜 사람들을 위한

요깃거리, 부랑자들의 음식이었고 연기와 불꽃을 뿜어내는 화덕에서

꺼내자마자 네 겹으로 접어 먹는 음식, 그런 식으로 거리의 모퉁이에서

서서 모두가 바라보는 가운데 먹는 음식“이었다.


★ 외상 피자의 등장, 시장 경제에 의한 피자 가격 변동


신용과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외상이 당시 널리 통용되었다는 점도 알아

보려고 하는데, 이른바 ‘오늘 포함 8일 피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것이

있었다. 피자를 사 먹되 일주일 동안 지불을 연기해주는 방식을 가리

키던 말이다. 그것이 소비자를 자극하고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빈곤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는 외상 피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났다.


또한 나폴리의 골목과 시장경제의 조합이 만들어낸 것은 외상 피자만이

아니다. 피자의 최종 가격은 식재료의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바다로 떠난 선박들이 생선을 가득 싣고 오는 날이면 정어리가 들어간

피자의 가격은 뚝 떨어졌고, 올리브 농사가 흉년인 해에는 기름이 들어간

피자의 가격이 치솟았다. 어떤 의미에서 피자는 시장의 온도계 역할을

하던 음식이었다.


★ 세계화된 음식 피자


160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요리의 언어를 지배하던 것이

프랑스어였다면, 전쟁 이후 피자는 이 운명을 뒤집는 데 성공한다. 피자의

보급은 세계 메뉴의 절반을 이탈리아식으로 뒤바꾸어놓았다.


하지만 사실상 피자는 국적이 없는 음식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피자가 있고

이탈리아에서 꿈도 꾸지 못할 향료를 가미해서 판다.

피자는 아예 미국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물론 이는

미국으로 건너간 나폴리 사람들이 뉴욕의 리틀 이탈리아에서 구워 팔던

피자를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탈바꿈시킨 피자헛 덕분이다.


미국식 이탈리아 음식은 해외에서 원조 이탈리아 음식보다 훨씬 더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1958년, 캔자스 위치토에서 탄생한 피자헛은 지금은

텍사스 댈러스에 본부를 두고 있고 100개국 이상의 나라에 11,000개의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다. 14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1998년에는

베이징에 첫 체인점을 열었다.


피자헛은 어쨌든 이탈리아에는 착륙하지 못했다. 반쯤은 공산품에 가까운

피자가 본고장에서 장인들이 만드는 오리지널 피자와의 경쟁에서 이길 턱이

없기 때문이다.

피자헛을 반대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목소리는 하나다.

”그건 피자가 아니야!“


어쨌든 세상에서 가장 큰 피자 체인점이 미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기 보다는 이탈리아인답게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개발해 내는 편이

훨씬 현명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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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음식의 역사 이야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음식,

다시 그중에서도 피자의 유래와 역사를 보았지요.


저자는 처음 피자가 문헌상 등장한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997년 문서

에서 방앗간을 빌리는 대가로 피자 열두 판을 내어야 하는 내용이었고, 이후

500년 정도 간격을 두고 교황의 요리사였던 사람이 나폴리 피자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피자의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왔고, 트로이의 전통 음식인 포카차에서 점차 변형

발전되어 왔다고 하지요.  하지만 피자는 정말 다양한 형태와 재료로 발전했고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현지화하여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피자는 서민의 음식이었고, 길거리 음식이었다는 것이 의외였고,

일주일 외상으로 먹는 피자로 인해 피자의 수요가 엄청 늘었다는 사실과 원자재

의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어, 시장 경제의 온도계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사실이었습니다.

피자가 시장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였던 것이지요.


또한 세계 요리 언어의 대표주자였던 프랑스어를 피자로 인해 이탈리아어가

대체를 한 것도 놀랍고, 미국에 진입한 피자가 세계화 되어 피자헛을 위시하여

미국식 피자가 전 세계 시장을 주름잡은 스토리는 주목할 만합니다.


세계적인 피자헛도 이탈리아에는 진입을 하지 못하는군요.  다음에 커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이 책 내용을 다룰 예정인데, 커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에서는 힘을 못쓰지요.


다음에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연이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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