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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an 16. 2019

<영어 잡학사전>

“영단어 하나로 역사,문화,상식의 바다를 항해하다”

<영어 잡학사전>

“영단어 하나로 역사,문화,상식의 바다를 항해하다”


                                                          강 일 송


오늘은 영어 단어의 어원을 가지고 역사, 문화, 상식의 세계를 넘나드는 책 한 권을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김대웅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나왔고, 문예진흥원 심사위원, 영상물

등급위원회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충무아트홀 갤러리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커피를 마시는 도시>, <그리스 신화 속 7여신이 알려주는 나의 미래>,

<제대로 알면 더 재미있는 인문교양 174>등이 있고, 많은 번역서가 있습니다.


관심을 끄는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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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nk – 벤치에서 일했던


은행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환전상이었다. 은행을 뜻하는 bank의 기원은

이탈리아어 banka인데, 프랑스어 banque를 거쳐 15세기 말에 영어로 들어와 bank가

되었다.

특히 베네치아와 플로렌스, 제노바 등지의 상인들은 지중해무역을 통해 엄청난 부를

쌓았다. 이들은 유럽 각 도시에 지점을 차려놓고 각국의 귀족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다. 교회는 이들과 대타협을 이끌어내어 상인들의 고리대금업과 무역을

통한 이윤 증대를 정당화시켜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바로 프랑스의 종교개혁가

장 칼뱅이 주장한 “이윤은 신의 은총”이라는 말의 배경이다.


Bank는 게르만조어에서 비롯되었는데, 게르만 일족인 롬바르드족(Lombard)이 북부

이탈리아에 정착하면서 사용했던 말이다. 처음에는 ‘환전상의 작업대’를 가리켰다.

이들은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온갖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 작업대를 놓고 환전과

고리대금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대의 의미가 점차 확대되어 금융업자의 점포를

가리키게 되었다.

런던에 최초로 금융업을 시작한 사람들 가운데는 롬바르디아 출신이 많았으며,

그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던 곳이 바로 오늘날 영국 금융가의 중심지인

‘롬바르드 가(Lombard Street)’이다.


★ Money – 항상 조심해야 하는 돈


돈은 인간에게 가장 유용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이지만, ‘청색 악마’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원시시대 때 인간은 화폐의 대용품으로 가축, 소금, 치즈, 가죽,

조개 껍질, 담배 등을 사용했다.

영어로 동전은 coin, 지폐는 paper currency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돈은

money라고 부른다. 이것은 그리스의 헤라 여신에 해당하는 로마 최고 여신

유노(Juno)를 모시는 신전 ‘유노 모네타(Juno Moneta)’에서 따온 말이다.


바로 이 신전에서 기원전 268년 로마 최초의 주화와 은화가 주조된 덕분에

moneta는 주조소, 화폐 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13세기 중반 영어로

편입되면서 money가 되었다.

라틴어 동사 monere에서 파생된 또 다른 영어로는 monitor(모니터), monster

(괴물), monition(경고), summon(소환하다) 등이 있다. 괴물은 신이 인간에게

경고의 의미로 내려보낸 존재이며, 돈은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따라서 ‘괴물’과 ‘돈’ 모두 ‘경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Sports – 고통에서 즐거움으로 변한


현대의 스포츠는 냉혹한 생존경쟁이나 투쟁의 산물이다. 따라서 영웅들을 추모하는

의식이자 신의 제전이었던 스포츠를 고대 그리스에서는 agon(고통)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이 단어는 영어의 agonize(괴로워하다, 필사적으로 노력하다)나 agony

(통증, 고통)로 남아있다.


고대 그리스의 ‘하는 운동’이 로마시대에는 ‘보는 운동’으로 바뀌었다. 로마의

황제들은 노예나 평민들의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먹을 것을 주어가며

무료로 운동경기를 보여주었다. 대표적인 것이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검투사와

사자의 싸움, 검투사끼리의 시합, 기독교인들을 사자의 밥으로 내놓은 것 등이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침울한 정신을 해소하고 서로의 우정을 돈독하게 하며 평화를

구축하는 장치로 발전해 나갔고, 마침내 1896년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근대 올림픽이

부활하기에 이르렀다.


스포츠의 어원은 라틴어 portare(운반하다, 영어로 porter)이다. 여기에 탈락을

뜻하는 접두어 de(des)가 붙어 deportare(슬픈 상태를 해소하다) 라는 단어가 만들어

졌는데, 여기서 영어 disprt(놀이,즐거움,즐겁게 하다,장난치다)가 생겨났으며

sport는 바로 이 disport의 생략형이다.


★ Child – 말을 아직 못하는 사람


영어 infant와 child, 독일어 Kind, 프랑스어 enfant 등은 어린이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라틴어로는 원래 ‘말을 아직 못하는 자’라는 뜻이다. 영어 infant는

child보다 더 어린 ‘유아’를 뜻하지만, 독일어 Kind 에는 그러한 구분이 없다.


Child의 복수는 childs가 아니라 children이다. 10세기 후반에는 복수형 childru

였다가 중세영어에서 childre로 바뀌었다. 이후 brethren(동포, 원래 brother의

복수형)의 영향을 받아 약변화 명수의 복수 어미로 쓰인 en이 붙어 children이

되었다.


★ Sophomore – 현명하지도 우둔하지도 않은 대학 2학년


Sophomore는 그리스어 sophos(지혜로운)에 moros(우둔한)를 붙여서 만든 단어이다.

1학년보다는 현명하지만 3학년보다는 우둔하다는 뜻인데, 17세기경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2년째인 사람’을 가리킨다.

Sophomore slump는 운동선수나 직장인의 ‘2년차 증후군’을 말하며, Sophomore jinx는

대흥행을 거둔 영화의 후속작은 전편만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

참고로 1학년은 Freshman, 3학년은 Junior, 4학년은 Senior라고 한다.


★ Brand – 죄인에게 찍는 낙인


우리는 보통 브랜드 하면 ‘루이 뷔통’, ‘구찌’, ‘프라다’ 등 명품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는 19세기 후반 대중상품이 일반화되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원래 brand는 죄인에게

형벌의 의미로 일생의 오명으로 따라다니던 ‘낙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후 이 말은 목축업자의 전문용어가 되었다. 자신의 목장 소유의 가축임을 증명하기

위해 고유 문양을 새긴 인두를 불에 달궈서 가축의 엉덩이에 낙인을 찍었는데, 그

소인을 brand라 부른 것이다. 요즘은 이를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로 여겨 도장으로

대신하고 있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brand와 brandy의 어원은 같다. brandy는 burnt wine의 단축형

으로 모두 burn에서 나온 말이다. brand wine은 현대어로 burnt wine이라 할 수 있는데

와인을 증류시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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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어의 어원을 가지고 우리가 흔히 아는 단어들의 기원과 유래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은행이라는 뜻의 “Bank”도 알고 보니 환전상의 벤치를 의미하였습니다. 지중해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베네치아 등의 도시국가들은 유럽에서 은행과 비슷한 업무를 시작하였고

특히 롬바르드족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에서 자리를 잡아 런던의 금융중심지가

‘롬바르드 가’라고 불리게 되는 연유가 되었네요.

가톨릭 교회는 고리대금업을 터부시하였지만, 잘 칼뱅 등으로부터 시작된 프로테스탄트는

청빈한 부를 인정함으로써 금융에 대한 터부를 푼 역사도 흥미롭습니다.


Money의 어원도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이어지는데, 로마최고여신 유노를 모시는 신전에서

money라는 말이 비롯됩니다. 같은 뿌리의 단어로 모니터, 몬스터와 연결이 되는 것은

의외였는데, 경고와 조심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스포츠의 어원도 흥미로웠는데, 냉혹한 생존경쟁, 투쟁의 산물이 현대에 이르러 협동과

우정의 의미로 전환된 것은 인류의 위대함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생각입니다.

고통스러운 투쟁과 시합에서 벗어나 고통의 해소, 나아가 즐거움을 선사하게 만드는

스포츠는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큰 위안과 오락거리임은 확실합니다.


항상 소아를 대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Child의 어원은 관심을 끌었는데, 라틴어로

‘말을 하지 못하는 자’라는 뜻이었네요. child의 복수형이 childs가 아니라 children

으로 된 과정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2학년을 뜻하는 Sophomore가 현명하지도 우둔하지도 않은 학년을 뜻한다는 것은

선현들의 지혜가 묻어있는 단어라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파생된 말이 ‘2년차 증후군’의

sophomore slump와 후속작 징크스를 뜻하는 Sophomore Jinx도 있었네요.


마지막으로 현대인의 삶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Brand”라는 단어의 어원을 함께

보았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명품을 비롯한 많은 브랜드들이 있지만, 원래는 죄인에게

찍는 낙인과 가축이 자기 소유임을 확인하기 위한 낙인에서 시작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책을 보면서 느끼게 된 점은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나 단어 하나하나가 인간이 엄청

나게 긴 세월동안 살아오면서 그 문화와 사건, 역사가 담겨지면서 형성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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