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문 인류

<불안 – 불청객도 손님이다> (2)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환”中

by 해헌 서재

<불안 – 불청객도 손님이다> (2)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환”中


강 일 송


오늘은 “퇴근길 인문학 수업, 전환” 편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이어보려고 합니다.


글을 쓴 저자는 백상경제연구원으로 <서울경제신문>의 부설 연구기관으로 2002년

설립된 후 다양한 인문과학 융합교육을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백상경제연구원이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를 바탕으로 기획한 책이고, 고인돌은 8만 여 명이

수강한 인기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지난 시간은 “르네상스”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았고 오늘은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 상태 중 “불안”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쓴이는 최옥정(1964-2018) 작가로 건국대 영문학과를 나오고 연세대 국제대학원 석사를

마쳤습니다. 2001년 <한국소설>에서 단편소설 <기억의 집>으로 등단했습니다.

다양한 저작을 하던 저자는 2018년 9월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네요.


한번 보시겠습니다.


===========================================================


★ 불안은 살아있는 것들의 숙명


사람마다 느끼는 불안의 정도는 다르다. 하지만 어떤 반응이든 스스로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음이 느껴진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간다고

싶으면 불안은 증폭된다.


한마디로 불안은 실체가 없는 대상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불안은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낳는다. 불안에서 많은 부정적 심리 상태가 파생된다. 두렵고 괴로운

감정에 대항하다 보면 자주 피로를 느낀다. 어떻게 불안을 가라앉힐 것인가.


나는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다. 우선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자신의 현재를 직면하려고

노력한다. 이 정도로 가라앉지 않을 때는 명상을 해보기도 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좌절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 그것을 주시해야 한다. 불안은 앞서 나에게 보내는 경고들이다.

강할 땐 말할 수 없이 강하지만 약할 땐 한없이 약한 게 인간이다.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은 하나같이 “Here and Now”를 답으로 내놓는다.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만 집중하라는 얘기다.

불안은 꼭 나쁜 것만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존재인 인간에겐 당연한 생존 본능이다.

위험한 상황을 경계해서 난관에 빠지지 않으려는 자구책이기도 하다.

막연할수록 구체적인 것을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하면 된다. 조금 스스로를 기다려 주자.


★ 내 인생의 방문객


인생에는 언제나 방문객이 있다. 불청객도 있다. 그들은 절대 혼자 오지 않는다.

불안도 마찬가지다. 우울과 허무감, 무력감과 동행할 때가 많다. 그들 역시 내 인생에

찾아온 손님이다. 잘 대접해서 보내야 뒤탈이 없다.

내 경험에 의하면, 한 번 찾아온 방문객은 두 번 세 번 다시 찾아온다. 어떤 때는 아예

눌러앉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을 욕하고 탓해도 소용없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내가 불러서 왔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렇지, 내가 불렀을 테지. 어찌 알고 내 집을 찾아 왔겠어’

나에게서 시작된 일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하다. 그래, 답은 나다.

나! 모든 것의 시작이고 모든 것의 끝인 나.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뭘 해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격려하는 게 중요

하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 내 리듬을 따라가며 조율해 나가자.


★ 태풍이 오는 이유


불안 같은 감정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생각이다. 빈도만 다를 뿐 누구나

그런 감정을 발아래 깔고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태풍이 올 때 우리는 호들갑을 떤다. 집이 떠내려가고 정전이 되고 사람이 죽기도 한다.

그러나 태풍은 자연현상 중에서 필연적인 것이라고 한다. 이따금씩 바다를 휘저어놓지

않으면 생태계가 원만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청소도 하고 순환도 하게 하기 위해

커다란 바람이 바닷속 저 아래까지 힘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이같은 원리가 적용될 것이라고 믿는다. 가만히 있으면 썩거나 죽을 수

있고, 어느 곳에는 영양분이 공급되지 못하고 빛도 비치지 않아 생명체가 자라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한 번씩 뒤집어주는 것이다. 끝없는 생명 작용의 연장선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에 일어나는 일 중에 나쁜 건 하나도 없다. 우리 인생에서 일어

나는 일은 대부분 다 되풀이되기도 하고, 이번이 지나면 다음이 오고 또 그 다음이

온다. 바통은 다음에게 넘기고 나는 여유 있게 인생을 즐기자.

살살 요령 있게 살자. 너무 온몸을 부딪쳐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스스로에게 큰 위험을

무릅쓰게 하지 말자. 도덕적인 기준을 높게 잡아 나를 다그치지도 말자.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기를 실천 덕목에서 첫 번째로 꼽아도 좋다.


=====================================================================


오늘은 인간이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감정,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과거의 인류는 자연재해, 포식동물 등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이

늘 함께 했을 것이고, 불안을 느끼고 미리 대비를 한 무리만이 생존하여 현재까지

남아 있을 것입니다. 즉, 우리의 선조는 불안을 느낄줄 알았기에 현재까지 후손

을 남기고 살아남은 것입니다.


이말은 달리 말하면 우리는 불안이라는 심리 없이는 살 수 없고, 그 덕을 보았지만

또한 불안이라는 심리로 인해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보통 여기에 대한 대책으로 심리학자나 정신의학자들은 "Here and Now"라는

답을 제시하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이러한 불안의 늪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저자는 태풍이 인간을 괴롭히고 재해를 입히는 것도 맞지만 태풍이 있기에 자연의

순환을 일으켜 생명체가 살 생태계가 유지가 된다고 말합니다.

이를 우리 삶에도 적용시켜,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 고난도 결국 근시안적으로

본다면 큰 위험과 위협이 되지만, 멀리 본다면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현대 생활은 과거보다 훨씬 더 바쁘고 빠르고 급하게 돌아갑니다.

쉴새 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 있고, SNS 속에서

풍요 속 빈곤의 인간관계를 가지고 삽니다.


오늘 저자는 우리에게 너무 높은 도덕적인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대어 힘들게

하지 말고 좀더 자신에게 여유를 주고 관대해지라고 조언합니다.

또한 어려운 고난도 불청객으로 여기지 말고 손님처럼 대하면 그 문제가 스스로

힘을 잃게 되는 지혜를 알려줍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내용과 연관이 있는 중세 페르시아의 시성 루미의 시

한 편을 소개하고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여 인 숙>


루 미(1207-1273)



이 존재, 인간은 여인숙과 같으니

아침마다 새로운 손님이 당도한다.


한 번은 기쁨, 한 번은 좌절, 한 번은 슬픔

거기에 찰나적 깨달음이

뜻밖의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들을 맞아 즐거이 모시라

그것이 그대의 집안을

가구 하나 없이 휩쓸어 가버리는

한 무리의 슬픔일지라도.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모시라

그 손님은 뭔가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 내면을 비워주려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


암울한 생각, 부끄러움, 울분, 이 모든 것을

웃음으로 맞아

안으로 모셔 들이라.


그 누가 찾아오든지 감사하라.

모두가 그대를 인도하러

저 너머에서 오신 분들이리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