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켜면 케이블 채널이든 지상파든 빠지지 않고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다. 예능의 지배적인 트렌드인 요리를 소재로 한 ‘쿡방’과 ‘먹방’이다. 과거의 음식 소재 방송은 지역의 유명한 맛집을 소개하는 생활 정보 교양프로그램과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 교양프로그램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쿡방과 먹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음식 예능’이란 이름 아래 융합되면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한국문화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지만 먹방 문화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잘 먹는다, 진짜 복스럽게 먹는다’ 등의 표현이 없는데, 다른 사람이 얼마나 잘 먹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남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비매너라고 생각하다보니,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먹방이 통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유독 한국에서 이렇게 쿡방,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사람들은 미각이 아닌 시각과 청각으로 음식을 먹는다. TV 속 요리하는 모습이나 먹는 모습은 우리의 감각을 자극한다. 이런 맥락에 맞춰 방송국에서는 감각 자극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촬영 기법을 도입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욕구가 변화되었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인간은 가장 낮은 단계인 생리적 욕구부터 안전에 대한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그리고 가장 높은 단계인 자아실현이라는 다섯 가지의 기본적 욕구를 가진다. 매슬로가 주장한 욕구 5단계는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점점 상위 욕구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다 한다. 이에 반기를 든 이론이 앨더퍼(Alderfer)의 ERG 이론이다. 그는 매슬로의 이론을 수정해 욕구를 3단계로 나누었는데, 생존욕구, 관계욕구, 성장욕구가 바로 그것이다.
★ 한국인의 욕구 단계의 후퇴
경기 불황으로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사업이 있다. 바로 편의점이다. 편의점 3사의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20-30% 증가했으며, 영업 이익은 43퍼센트 급증했다. 편의점이 이렇게 잘 되는 이유는 바로 주 소비자인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의 증가율이 높은 것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매슬로의 이론 에서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로의 진전이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오히려 욕구단계가 퇴행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즉 앨더퍼가 주장한 것처럼 경제적 어려움과 취업난, 정치적 불신과 국가적 불안이 더해지면서 욕구 좌절이 일어난 것이다. 한국인들의 욕구는 상위 단계로의 진전은 고사하고 가장 아래 단계인 생리적 욕구로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 작은 소비와 대리 만족
이처럼 가장 낮은 생리적 욕구조차 충족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지갑은 점점 닫힌다. 따라서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충족 가능한 ‘작은 소비’를 통해 그나마 먹는 즐거움을 해소한다. 값비싼 재료로 유명한 셰프들이 벌이는 요리 경연은 사람 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준다. 직접 만들어 먹지 않더라도 보기만 해도 즐거운 소비자의 욕구를 간접적으로나 해소해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먹방은 서양인으로 하여금 곤혹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서양인에겐 다른 사람이 먹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이 꽤 불쾌한 일이다. 영국 TV푸드쇼에도 마지막에 잠깐 시식 장면이 등장하지만 거리를 두고 촬영한다. 그런데 한국 먹방 프로그램의 포인트는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이때는 시청자와 출연자가 함께 먹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출연자도 먹고 나도 먹는다. 그 순간 TV를 보던 나는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는 것이다.
또한 시청자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요즘은 혼자 먹는 ‘혼먹방’까지 뜨고 있다. 최근에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와 <혼술남녀>도 있고 올리브TV에서는 혼자 식사하는 스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조용한 식사>를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연예인 한 명이 등장해 묵묵히 음식을 먹는 장면만 비춘다. 현실을 사는 일반인의 일상과 연예인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방송을 보면서 위로받는 것이다.
한국에서 쿡방과 먹방이 인기를 얻게 된 마지막 이유는 가정으로 돌아온 남자가 많이 생겨서다. 장기 불황과 내수 부진으로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반면 여성들의 경제 활동은 활발해졌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로 여성들은 직접 요리할 시간이 줄어들었고, 간편식을 선호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가정의 생계를 담당하는 아내와, 가사를 담당하는 남편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쿡방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남편은 주방으로 향한다. 쿡방은 여러 방송국에서 방영하므로 매일 다양한 메뉴로 아내에게 요리를 해줄 수 있다. 남편은 쿡방 요리를 통해 아내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쿡방 외에 요리를 쉽고, 재밌게, 또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수단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
오늘은 경영학을 전공하였지만 미술사,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 들다가 이제는 리더십을 연구하고 강연을 하는 회사의 대표가 되었고, 여러 권 인문학 서적도 출간한 저자의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큰 주제는, 사회에서 뭔가를 이루고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필요한데, 이 창의성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무 가까운 일상 의 주변에서 찾을 수 있고 이는 '관찰'의 힘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역설합니다.
여러 주제 중 오늘은 첫 번째로 요즘 방송의 대세인 "쿡방", "먹방"에 대한 사회학 적, 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요즘 방송 채널을 돌리면 아주 다양한 먹방, 쿡방이 나오는데, 국내의 유명 식당을 다니기도 하고, 스페인, 발리 등 외국 에서 식당을 열기도 하고, 국내의 한적한 섬에서 직접 낚시하고 요리를 하기도 합니다.
오늘 저자는 우리나라와 서양의 문화 차이에 관한 설명에서, 서양은 잘 먹는다, 복스럽게 먹는다 는 개념이 없고, 먹는 모습이나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것에 굉장히 곤혹스러워 한다고 합니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에서 동양은 눈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서양은 입을 통해 전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양에서 인기가 있는 키티 인형이 눈만 있고 입은 없기에 서양에서는 굉장히 이해하기 힘들고 어렵다 한다지요.
아마도 동양은 농경문화, 노동집약적 논농사, 유교적인 문화 등으로 인해서 함께 먹는 것에 대해서 관대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보통 마주할 때 인사말 이 "진지 드셨나, 식사하셨나" 인것처럼 못먹던 시절, 잘 먹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또한 힘을 쓰는 근육질 남성의 역할이 줄어들고, 남녀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어 가는 추세, 직장에 일하는 아내, 가사일을 하는 남편 등 성 역할의 구분이 모호 해지는 경향도 이런 먹방, 쿡방이 대세가 되는 데 일조를 했겠지요.
갈수록 저출산으로 인해 아이들이 줄어드니, 그렇게 성업하던 패밀리 레스토랑도 저물어 가고, 대형 마트도 매출이 감소합니다. 대신에 모바일 쇼핑, 홈쇼핑 등이 백화점, 대형 할인마트를 대체하고, 혼밥족들이 편의점 및 간편식의 흥행을 이끕니다.
이처럼 음식 문화, 음식 방송 문화 등의 변화도, 각 시대별로 차이, 동서양 문화의 차이, 기술 발달, AI의 등장 등으로 극명하게 달라져 가고 있고, 현재의 우리 사회 우리 문화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窓)으로서 먹방, 쿡방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