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번 소개한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의 작가 류시화의 다른 산문집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류시화(1958~) 시인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왔고 1980년 <아침>이라는 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했습니다. 안재찬이라는 본명을 두고 류시화라는 이름으로 명상서적 번역작업을 하였고 인도 대표 명상가인 라즈니쉬의 주요 서적들을 번역을 했습니다.
시집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한 줄도 너무 길다>,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등이 있고, 명상집으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번역서로 <장자, 도를 말하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갈매기의 꿈>, <예언자> 등 많은 저서가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목표 지점과 원하는 결과를 향해 가느라 삶이 그 여정에서 선물하는 것들을 지나치기 일쑤이다. 삶은 그 여정들로 이루어지는 것인데도 말이다. 한 사람은 도중의 난관들을 피해 목적지에 도착하느라 마음이 급하지만, 또 한 사람은 과정에서 발견하는 신비와 뜻밖의 경험들에서 순수한 기쁨을 얻는다.
그에게 삶은 놓칠 수 없는 선물이며, 목적지는 오히려 그 과정들을 경험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한 지점에 불과하다. 목적지에 이르면 또 다른 목적지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과 순간순간이 목적지’라는 말은 삶에 있어서 진리이다. 삶이라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여정의 매 순간을 즐기고 감동했는가’에 있다. 그 즐거움과 감동이 고난을 불사른다. 또한 앞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담벼락에 핀 꽃을 보는 마음의 여유와 관심, 그곳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쉬어 감이 그 여정을 풍요롭게 만든다.
★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많은 것을 놓쳤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놓친 것은 ‘지금 이 순간들’이다. 삶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언제든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 이 순간 행성들의 배열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우주의 모든 요소들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매 순간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계산과 두려움 때문에 뒤로 미룬 모든 날들이 우리가 놓친 길일들이다.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 행동하는 날, 그날이 바로 길일이다.
★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서 엉뚱한 길로 들어서지만 그 길에서 뜻밖의 선물과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안게 된다. 먼 길을 돌아 ‘곧바로’ 목적지로 가는 것, 그것이 여행의 신비이고 삶의 이야기이다. 방황하지 않고 직선으로 가는 길은 과정의 즐거움과 이야기를 놓친다.
시인 루미는 말한다. ‘나는 많은 길을 돌아서 그대에게로 갔지만, 그것이 그대에게로 가는 직선 거리였다.’ 또 다른 시인 타고르도 ‘당신에게로 가는 가장 먼 길이 가장 가까운 길입니다.’ 라고 노래했다.
★ 삶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내리는 결정들의 80%는 두려움에 바탕을 둔 것이다. 가슴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결정을 내리고 방향을 선택 하는 것이다. 두려워하는 마음은 인생의 비전을 차단시킨다. 안전한 길은 큰 기쁨을 주지 못한다.
삶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 과거의 나와 작별하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일, 안전지대를 떠나 더 큰 비전을 얻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는 시 “여름날‘에서 묻는다.
결국엔 모든 것이 죽지 않는가? 그것도 너무 빨리 내게 말해 보라, 당신의 계획이 무엇인지.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이 거칠고 소중한 삶을 걸고 당신이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 웃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웃으면 옆의 누군가도 웃을 것이고, 그는 그의 가족들에게 더 자주 웃을 것이다. 이처럼 내가 웃으면 나와 관계없는, 내가 모르는 세상의 다른 장소에서도 웃는 사람이 많아진다. ’나비 효과‘는 나의 행위가 멀리 있는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다시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웃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부딪치고 아플 때마다 울어야 하는가? 슬픈 일을 겪고 억울하게 비난받을 때마다 분노해야 하는가? 그렇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가?
’백단향 나무로만 된 숲은 없다.‘는 인도 속담이 있다. 백단향은 최고의 향나무이다. 그런 나무만 존재하는 숲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처 입지 않은 영혼은 없다. 신은 자신의 피조물들에 대해 웃지 않는다고 한다. 피조물들과 ’함께‘ 웃는다는 것이다.
★ 우리는 다 같다. -- 친절과 공감
배우 김혜자씨와 네팔 여행을 할 때의 일이다. 카트만두의 유적지에서 길에 장신구를 놓고 파는 여인이 있었는데, 김혜자씨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제야 보니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울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김혜자씨가 그녀 옆에 앉아 한 손을 잡고 함께 우는 것이었다.
먼지와 인파 속에서 국적과 언어와 신분이 다른 두 여인이 서로 눈물의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쪼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도 방송작가가 따라 온 것도 아니었다.
공감능력은 생존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또한 공감능력은 인간의 잔인성을 억제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거울처럼 따라 한다고 해서 붙여진 ’거울 뉴런‘은 인간의 공감 능력을 뒷받침하는 현대 뇌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힌다. 공감은 행복에 직결된다. 또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공감이다.
사실 그 무렵의 김혜자씨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낼 때였고, 그녀의 고뇌와 절망은 대중이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타인의 아픔에 진실한 공감 능력으로 자신의 아픔까지 치유해 갔다.
공감은 나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관심을 갖겠다는 선택인 것이다. 후에 네팔에서의 그 일을 이야기하자 그녀는 말했다. “그 여자와 나는 아무 차이가 없어요. 그녀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원하고, 작은 기적들을 원하고, 잠시라도 위안받기를 원하잖아요. 우리는 다 같아요.”
우리가 삶을 살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들, 그리고 여행 같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인도의 “백단향 나무로만 된 숲은 없다”는 속담은 우리네 인생을 아주 잘 표현한 말로 보이지요. 이처럼 이 세상에는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려운 세상을 함께 살아갈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었던 김혜자씨의 이야기는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아무리 행복해보이고 부러워 보이는 사람도 그 이면을 본다면 삶은 똑같이 고난과 어려움, 곤란을 줍니다. ‘우리는 다 같다’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따뜻하고 관용적일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과 삶의 여정 하나하나를 살피고 과정을 즐길 줄 아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