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
강 일 송
오늘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 <그대가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등으로 유명한 류시화가 모은
시집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를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세계에는 지금 “한줄로 된 시”를 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은 말의 홍수 속에서 말의 절제를 추구하며
짧은 시가 긴 시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합니다.
단순한 촌철살인을 떠나서, 문학적인 은유와 상징을 통해 삶의
깨달음, 인간존재의 허무와 고독, 자연과 계절에 대한 느낌, 해학
등을 표현합니다.
처음에는 450년전 일본에서 시작되었고, 5.7.5의 열입곱자로 된
정형시이고 지금은 전 세계 많은 시인들이 자국어로 하이쿠를
짓고 있다 합니다.
우리나라의 시조와 유사한 형태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국적과 인종을 떠나서 인간의 슬픔과 기쁨, 존재의 허무함 등을
표현하는 것은 비슷하다고 보입니다.
먼저 한편의 시를 하나 보겠습니다.
이 세상은
지옥 위에서 하는
꽃구경이어라
잇 사
잇사라는 시인은 쉰 세 살에 첫 아들을 얻지만 아이는 한 달
만에 죽고, 그 다음에 태어난 딸은 천연두로 1년밖에 살지 못했
다고 합니다. 두 번째 아들도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세 번째
아들을 낳다가 아내와 아들이 세상을 떠납니다. 이 기간은
잇사는 뇌졸중으로 몸에 마비가 찾아 왔습니다.
지옥같은 삶! 그러나 꽃은 피고 또 핍니다.
아내가 죽고 잇사가 썼습니다.
나비 날아가네
마치 이 세상에
바랄 것 없다는 듯
두 번째 시를 보겠습니다.
모 심는 여자
자식 우는 쪽으로
모가 굽는다
잇 사
두 번째 시도 잇사의 시입니다.
엄마가 모를 심고 있는데, 논둑에 눕혀 놓은 아이가 웁니다.
여자는 일을 멈출 순 없지만, 모 심은 줄이 자신도 모르게
우는 아이쪽으로 굽습니다.
엄마의 심정과 모심는 정경이 잘 나타난 시입니다.
일본 최고의 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라고 합니다.
하나 더 보겠습니다.
세상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
료 타
우리가 바쁨에 빠져 사는 동안에 봄은 사흘만에 벚꽃
천지를 만들었다가 사라집니다. 사흘만에 못 본 벚꽃이
다 져 버렸다는 의미도 있고, 아니면 사흘만 만발하고 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어찌하든, 사흘의 시간이면 인생의 많은 것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겠지요.
이 책에는 650편의 시가 있는데 그 중에 3편 정도를
추려서 정리를 해봤습니다.
삶의 무게는 인간인 이상 누구에게나 비슷하지 않나 합니다.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할수 있는 것이 시의 힘인 것 같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단지 슬픔의 늪에서 있을 것이 아니라
시집 제목처럼 백만광년의 고독속에서, 한송이 꽃을 피울 수
있는 힘을 시를 통해서 기를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들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