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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기술> - “L’art de se taire”

by 해헌 서재

<침묵의 기술> - “L’art de se taire”
-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강 일 송

오늘은 자기 PR과 소통의 시대라는 현대에 자칫 소홀하기 쉬운 “침묵”의
가치에 대해서 깨우침을 주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1716-1786)로 프랑스 아미앵에서
태어나, 수도원이 아닌 세속에 적을 둔 소위 ‘세속사제’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빼어난 설교가이자 문필가로서, 또 논객으로 당대 사회 현실에 적극 참여를
하였다고 하고, 이 책 “침묵의 기술”은 당시 예수회의 전형적인 수사적
이론과 실제를 요약, 정리한 문헌이라고 합니다.

200여년을 더 거슬러 가서 “침묵”의 중요성에 대하여 알려주고 있는 소중한
글을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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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의 14가지 원칙

첫 번째 원칙
;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에만 입을 연다.

두 번째 원칙
; 말을 해야 할 때가 따로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세 번째 원칙
; 언제 입을 닫을 것인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입을 닫는 법을 먼저 배우지 않고서는 결코 말을 잘할 수 없다.

네 번째 원칙
;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은 나약하거나 생각이 모자라기
때문이고, 입을 닫아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은 경솔하고도 무례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원칙
; 일반적으로, 말을 하는 것보다 입을 닫는 것이 덜 위험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섯 번째 원칙
; 사람은 침묵 속에 거함으로써 스스로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침묵을 벗어나는 순간 사람은 자기 밖으로 넘쳐나게 되고 말을 통해 흩어져,
결국에는 자기 자신보다 남에게 의존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일곱 번째 원칙
; 중요하게 할 말이 있을수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할 말을 먼저 혼잣말로 중얼거려본 다음, 그 말을 입 밖에 낸 것을
혹시라도 후회할 가능성은 없는지 짚어가며 다시 한 번 되뇌어보아야 한다.

여덟 번째 원칙
; 지켜야 할 비밀이 있을 때에는 아무리 입을 닫고 있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할 때 침묵은 넘칠수록 좋다.

아홉 번째 원칙
; 일상생활에서 가급적 침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심스러움은, 달변의 재능이나 적성에 비해 결코 평가절하할 만한 것이 아니다.
아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모르는 것에 대해 입을 닫을 줄 아는 것이 더
큰 장점이다.
현명한 자의 침묵은 지식 있는 자의 논증보다 훨씬 가치 있다.
그렇기에 현명한 자의 침묵은 그 자체로 무도한 자에게는 교훈이 되고
잘못을 범한 자에게는 훈육이 된다.

열 번째 원칙
; 침묵은 이따금 편협한 사람에게는 지혜를,
무지한 사람에게는 능력을 대신하기도 한다.

열한 번째 원칙
; 사람들은 보통 말이 아주 적은 사람을 별 재주가 없는
사람으로,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을 산만하거나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말을 많이 하고픈 욕구에 휘둘려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받느니,
침묵 속에 머물러 별 재주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편이 낫다.

열두 번째 원칙
; 용감한 사람의 본성은 과묵함과 행동에 있다.
양식 있는 사람은 항상 말을 적게 하되 상식을 갖춘 발언을 한다.

열세 번째 원칙
; 아무리 침묵하는 성향의 소유자라 해도 자기 자신을 늘 경계해야 한다.
만약에 무언가를 말하고픈 욕구에 걷잡을 수 없이 시달리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결코 입을 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열네 번째 원칙
; 침묵이 필요하다고 해서 진솔함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생각들을 표출하지 않을지언정 그 무엇도 가장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닫아걸지 않고도 입을 닫는 방법은 많다.
신중하되 답답하거나 의뭉스럽지 않은 방법, 진실을 드러내지 않을 뿐
거짓으로 포장하지 않는 방법

★ 침묵의 기술, 침묵의 역설 – 옮긴이의 말
; 성귀수, 시인이자 번역가,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문학박사

말과 글이 난무하는 시대다. 언제 어디서나 소통을 권하는 분위기는
우리에게 때와 장소를 불문한 소통을 강요한다. 나를 표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낳은 소통의 기제는 이미 표출하지 않으면 안 될 강박으로 나를
몰아넣은 지 오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지는 온갖 설화(舌禍)와 필화(筆禍) 스캔들, 소통을
위해 소통의 장치 속에 고립되고 만 너와 나의 기괴한 모습은 이제는
풍요의 기술적 부작용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증후적(症候的)이다.
이런 시대의 한복판에 ‘침묵’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 자체가 무엄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세기가 훌쩍 지난 ‘침묵에 관한 책’을 소개하는 것은
말의 과잉을 앓는 오늘의 우리에게 즉효의 처방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저자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논지는 첫 번째는 침묵이야말로 말을 가능케
하는 일종의 전제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더 나아가 침묵 자체가 곧
말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말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알고 자제할 수 있다면, 역으로 말해야 할 때를
파악해 적확하게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이니, 침묵은 곧 말의 전제
조건이자 잉태공간인 셈이다.
또한 인간은 표정이나 제스처를 통해 침묵하는 자라도 그 의중이 얼마든지
드러날 수 있으므로 침묵은 곧 또 다른 언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침묵을 주제로 한 이 희귀한 고전은 오늘날 프랑스에서도 끊임없이 부활
하여 재해석되고 있고, 말과 글의 참여가 공유를 넘어 과잉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 21세기의 떠들썩한 대한민국에 과연 침묵의 지혜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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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너무나도 많은 말과 정보가 넘치는 현대의 시대에 오히려 침묵함의
가치를 되새겨 보는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편리한 도구, 이동수단, 소통 수단을 가진 인간은 오히려 더
시간이 부족하고,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이 줄어드는 역현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 300년 전 태어난 프랑스의 수도사의 글은 현대 프랑스에서도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고,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일찍부터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이 있지요.

침묵의 가치는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먼저 침묵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의사
표현이고 비언어적 소통도구가 된다고 하고, 침묵이 말의 전제조건이고
잉태공간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제대로 된 말, 제대로 된 타이밍에 하는 말의 가치는 엄청나게 크지만,
섣부르게 하는 말, 어리석은 말, 남을 비방하는 말 등은 안 하느니만 백 번
못하겠습니다.
물론 말을 해야할 때에 침묵하는 것이 비겁의 표현도 될 수 있음은 저자도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현대로 돌아와서 본다면,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된 인류는 불가능이
없는 도깨비방망이를 든 것과 같고 엄청난 능력을 소유하게 되었지만,
잠시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사소한 사건 사고 뉴스 등은 우리 인간을 너무나
피곤하고 여유가 없게 만듭니다.

또한 저자가 말했듯이, 침묵 속에 거할 때 가장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관리
할 수 있다는 말처럼 침묵의 지혜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