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비마다 나를 지켜내는 인생공부> - 한비자(韓非子)편 “고전의 지혜는 여전히 현대인의 삶을 관통한다”
강 일 송
오늘은 살다보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오는 위기를 고전에서 찾은 지혜로 헤쳐 나가기를 원하는 저자의 책을 두 번째로 보려고 합니다. 지난 번에는 <논어>에 관한 내용이었고, 오늘은 <한비자>의 내용인데, <한비자>의 이름은 한비(韓非,BC 280-233)이고 전국(戰國)말기 한(韓)나라 사람이라고 합니다. 법가(法家)사상의 대가이지요.
지은이인 이철 작가는 동양철학 뿐아니라 물리학, 양자역학, 심리학, 뇌과학 등 현대 과학 공부에도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서로는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논어 암송> 등이 있습니다.
이 문장의 <한비자>의 <유도,有度>편의 첫 문장으로, 언제까지나 부강한 나라도 없고 언제까지나 허약한 나라도 없지만,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부강해지고 법으로 다스리지 못하는 나라는 결국 멸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비자가 주장한 법은 현재의 성문법과 같은 법률을 포함한 조직을 운용하기 위한 제도나 원칙을 가리킨다. 한비자는 그 당시 유행하던 유가(儒家)의 어리석은 경험주의를 비판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 발맞추어 그에 걸맞는 이론과 혁신의 사상을 갖추기를 주장한다. 한비자의 이런 철학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해야 생존할 수 있는 현대 기업의 철학에 들어맞는다.
★ 인간은 이익을 좇는 존재다.
이익을 한자로 풀어보면 이(利)는 ‘벼 화(禾)’와 ‘칼 도(刀)’자로 이루어져 밭과 논을 쟁기로 갈아 얻은 곡식을 뜻한다. 쟁기가 날카롭고 재질이 튼튼 할수록 더 많은 수확을 이룰 수 있으므로 이익(利益)인 것이다. 먹고살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이인 것으로 이익의 추구는 본능적 욕구다.
한비자는 사람을 만족을 모르는 존재로 여겼다. 그리고 본성개조를 주장하지 않고 오히려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을 나쁘다고 비난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심리를 통치에 이용하는 사상을 가졌다.
법가(法家)는 이익이라는 두 글자로 인간의 모든 활동을 바라보며, 나아가 이익을 위해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사상을 말한다.
★ 모든 사물은 모순관계다.
<한비자>의 <난일,難一>편에 우리가 흔히 아는 어떤 것도 뚫을 수 없는 방패와 어떤 것도 뚫는 창에 관한 이야기, 즉 모순(矛盾) 이야기가 나온다. 모순(矛盾)의 철학적 정의는 ‘투쟁 관계에 있는 두 대립물이 공존하면서 맺는 상호관계’이다. 한비자의 개념도 여기에 가까운데, 군주와 신하, 부모와 자식, 이익과 손해, 공과 사, 난(亂)과 치(治)와 같이 개념들을 대립, 통일시키며 자신의 논리를 이끌어낸다.
한비자이 모순론은 노자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노자는 <도덕경> 58장에서 “화(禍)는 복(福)이 의지하는 곳이며, 복은 화가 숨어 있는 곳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 법은 시스템이다.
법은 인류사회의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생성된 것으로, 한비자를 비롯한 법가 사상가들만의 독창적인 창조물이 아니다. 법은 죄를 지은 사람을 제재하는 형벌에서 시작했다. 법(法)이라는 글자에는 공평, 심판자, 피의자라는 의미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심판자 앞에서 피의자를 공평하게 심판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시비를 공평하게 가려 죄를 다스린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한비자와 법가가 주장하는 법은 다른 개념이다. 한비자의 법은 형벌의 의미도 있지만 포상의 뜻도 포함되어 있으며, 나아가 현대의 조직관리론 이나 통치론으로 볼 수도 있다. 즉, 개인의 행위와 도덕을 단속하는 규범에 머무르지 않고, 상업이나 농업을 장려하기 위한 방법 등 동기부여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군주라는 한 개인의 능력에 의지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통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은 고전의 내용 중 지난 번 <논어>에 이어 <한비자>의 글을 함께 보았습 니다. 법가(法家)의 인물 중 한 명인 한비자의 글을 읽다보면, 훨씬 후대의 인물인 이탈리아의 마키아벨리 <군주론>이 떠오릅니다. 유가의 사상에 비해 법가의 사상은 굉장히 현실 인정적이고, 인간의 본성을 잘 파악하여 현대의 경제, 경영 이론에도 훨씬 가까워보입니다.
세상은 끊임 없이 변화하고 늘 강자도 늘 약자도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이는 이 세상에는 체제든 사상이든 고정된 무언가는 없다는 것을 말하지요. 그리고 영원한 강자와 약자가 없다는 말에서 항상 자연의 섭리에 겸손함과 겸허함을 가져야 됨을 알게 됩니다.
두 번째는 인간은 본성이 자기 이익을 따르는 존재라는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타인의 암보다, 내 발의 가시가 인간은 더 큰 고통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인간은 철저히 자기본위적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현대 자본주의, 기업의 마케팅, 경영학 등이 출발하지 않을까 합니다.
세 번째는 만물은 서로 상대적으로 모순관계라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모순(矛盾)이야기가 한비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상대가 서로 대립적이지만 또한 공존을 위해서는 상대가 필요한 관계를 말합니다. 정치에서도 여(與)가 없으면 야(野)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가 없으면 기업도 존재할 수 없고, 백성이 없으면 왕도 존재할 수 없지요. 또한 복(福)과 화(禍)는 서로에게 내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네 번째는 법가의 기본인 법(法)에 관한 내용인데, 법은 시스템 자체라고 합니다. 인간이 무리를 지어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지켜야 할 도리가 생기게 마련인데, 이것이 바로 법입니다. 법이 없다면 구성원 모두에게 불이익이 돌아 가고 각 개인의 안녕이 유지되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이 법은 또한 제재에만 그치지 않고 더 선하고 공익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장려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유가에 비해서 자주 접하기 어려운 법가의 한비자 이야기를 들어보았습 니다. 상당히 현실적이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