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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적(靜寂)>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by 해헌 서재

<정 적(靜寂)>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강 일 송

오늘은 고전문헌학자 배철현 작가의 연작 중 <정적>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인 배철현(1962~)은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고대
근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최근까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하였
습니다.
저서로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 <심연>, <인간의 위대한
여정>, <수련> 등이 있습니다.

이 책은 <심연>, <수련>에 이은 연작 세 번째 책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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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격(間隔)

관계의 핵심은 간격이다. 간격이 존중될 때 관계가 온전해지고, 비로소 나는
독립적인 나로 존재한다.
나와 너 사이의 차이는 우주 안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을 자연스럽고 독립적으로
만드는 필요조건이다. 이 구별이야말로 숭고하고 거룩하다.

사랑은 상대방과의 간격을 존중하는 연습이다. 이 절제된 간격이야말로 내가
너를 존엄한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표현이다. 간격은 사랑의 완성이다.

★ 탈무드 랍비의 지혜

누가 지혜로운가? -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누가 강한가? -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는 사람이다.
누가 부자인가? - 자신의 몫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누가 존경받을 만한가? - 자신의 동료들을 존경하는 사람이다.

★ 완벽(完璧)

완벽이란 가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다. 완벽이라는 단어에는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존재하고, 완벽은 내가 다가가는 만큼 저만치
도망가는 신기루다.
완벽이란 완벽 그 자체가 아니라 완벽을 향한 그 열정과 노력이다.

★ 순간(瞬間)

일 초는 어느새 일 분이 되고 일 분은 금세 한 시간이 된다.
아침이면 저녁이 되어 하루가 끝나고, 좀 전에 새해를 맞이했는데,
벌써 12월 31일이다.

순간이 일생이며 일생이 순간이다.

★ 무위(無爲)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우주의 순환이나
사시사철의 변화와 같이 정교한 원칙의 표현이다.
무위는 정교한 인위(人爲)다. 무위는 오랜 연습과 훈련, 시행착오와 수정,
혹독한 자기점검과 자기변화를 거쳐 도달하는 세렌디피티다.


★ 품위(品位)

인간의 행동과 자세에는 품위가 있어야 합니다. 품위는 고상한 취미, 친절함,
균형감 그리고 조화입니다. - 파울로 코엘료

★ 지금(只今)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기한’은 달처럼 내가 매순간 변화하겠다는
약속이며, 내가 정한 일을 마치겠다는 다짐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그리고
오늘이라는 기한이 주어진다.

지금보다 더 시급한 시작은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이나 시대는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완벽한 순간은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한 천국도 지옥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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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대문헌학자이며 인문학자인 배철현교수의 새로운 저작을 함께 살펴
보았습니다. 저자는 인류 최초의 문자인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하였고
고대 경전을 연구한 특이한 이력의 학자입니다.
오늘 저자는 그 이전의 저서들처럼 마치 구도자의 입장에서 깊은 사유와 고심의
흔적들을 엮은 듯한 글들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먼저 '간격'이란 관계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인류가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랑'도 간격으로 인해 완성된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현자 칼릴 지브란의 시와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사랑을 지켜가는 아름다운 간격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의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한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에 묶어두지는 말라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이처럼 현자들은 진리를 이렇게 아름다운 시로 표현해냅니다.

또한 기원후 2세기의 랍비의 글을 빌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아무리 많이
안다고 여겨도 이 세상의 아주 일부만 알 뿐입니다. 배우는 자가 가장 지혜로운
자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과 '순간'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주 길고도 긴 우주의
역사를 보면 일 초나 만 년이나 똑같이 한 순간입니다. 순간이 일생이고 일생이
순간이라는 말은 진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품위'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삶의 목표 중 하나가 '품위'가 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러한 품위를 갖추는 것이, 자기만의 좋은 취미, 친절함, 균형감, 그리고
삶의 조화 라는 말에 깊이 동의를 합니다.

품위 있는 순간순간을 만들어 순간이 일생이듯이 품위있는 일생이 조금이나마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도 평온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