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려대 학생들이 꼽은 인기 명강의의 뇌의학자인 저자의 책을 두 번째로 살펴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나흥식 교수는 1981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 모교에서 교수로 부임한 이래, 기초의학인 생리학 연구와 학생교육에 매진하고 있고, 고려대학교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무려 열여덟 차례 수상했으며, 중앙일보가 선정한 32명의 대학교수 ‘강의왕’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대한생리학회 이사장, 한국 뇌신경과학회 회장, 한국뇌연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세계 3대 인명사전 ‘마르키즈 후즈 후’에 등재되는 등 연구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있다고 합니다.
방글라데시의 은행가이자 경제학 교수인 무하마드 유누스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대중화한 그라민 은행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라민 은행의 특징 중 하나는 담보 없이 10명 이하의 집단에게 대출해준 뒤 한 명이 갚지 않으면 집단에게 책임을 물리는 방법을 채택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업은 42명으로 시작해 몇 년 후에는 500가구를 빈곤에서 구해주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그라민 은행으로 발전시켜 전 세계 빈민 700만 명에게 대출, 97퍼센트 이상 상환이라는 전대미문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무담보로 대출해 주면 돈을 받지 못한다는 기존의 생각을 보기 좋게 뒤집은 셈입니다.
인간의 유전자 속에는 황야에서 10명 이하의 작은 집단으로 사냥을 성공시켰던 상생의 태곳적 본능이 들어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방심하면 포위망이 뚫려 먹이를 놓치고 모두가 굶게 됩니다. 실수 후에 쏟아질 동료들의 비난은 죽을 만큼 싫을 수 있습니다. 유누스 교수는 이 속성을 이용해 한 명이 갚지 않으면 집단에게 책임을 묻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완성시켰습니다.
★ 의과대학의 팀 기반 학습법
전국의 의과대학이 그렇듯이 필자가 근무하는 의과대학도 영재로 가득합니다. 모두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등수를 매기기 버거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둘 만 있어도 조금의 차이로 앞뒤를 정할 수 있듯이, 100명이 넘는 의과대학 학생을 시험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이 최선의 방법일까요? 저는 그 점에 항상 의문이 있었습니다.
필자는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줄 세우기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학습 내용을 알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실험적인 교육 방법 하나를 시도했습니다. Modified team-based learning(개선된 팀기반 학습)이 그것입니다. 먼저 10명으로 구성된 조에 과제를 줍니다. 그리고 공동 보고서를 내게 한 뒤 보고서 점수를 조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부여했습니다.
예상하시겠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열심히 참여하는 반면 뒷짐지고 방관자처럼 행동하는 일부가 꼭 있었습니다. 교육을 하다 보면 항상 이 방관자가 문제입니다. 이를 보완하는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보고서를 받은 뒤 임의로 선발된 학생에게 구술시험을 시행했고 이 구술시험 점수 또한 조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부여했습니다.
이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방관자는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토론하기 시작했으며 모두가 서로의 선생님이 되기를 자청했습니다. 서로의 선생님이 되는 방법은 보다 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학습법의 결과는 실로 대단했습니다. 모든 조의 보고서는 완벽했고 잘하는 학생은 물론 뒤처질 것이라 예상했던 학생의 구술시험 성적도 수준급으로 향상되었습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석차 매기기가 아닌 내용 전달이라면, 이 방법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하브루타 학습법과 서로 설명하기의 효과
오래전부터 유대인들은 하브루타 수업을 해왔습니다. 혼자서 책과 씨름하기 보다는 친구들과 질문하고 토론하는 형태의 하브루타 수업은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에서 도서관을 제일 시끄러운 곳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미국 행동과학연구소에서 공부 방법에 따른 학습 효율성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24시간이 지나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공부 내용이 ‘강의듣기’는 5%, ‘읽기’는 10%, ‘집단토의’는 50%, ‘서로 설명하기’는 90%였다고 합니다. Modified team-based learning은 새롭게 시도한 수업 방법이었지만 그 선택은 옳았습니다. 우리 학생들도 원시인과 같이 상생을 염두에 둔 사냥 본능을 유전자 깊숙이 갖고 있는 게 아닐까요?
오늘은 고려대 나흥식 교수의 명강의 중 두 번째 내용을 함께 보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교육"이 될 것입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어 학생과 부모들은 혼란스럽습니다.
과거 본고사, 학력고사 시절이 좋았다는 사람도 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생 종합부 적용등을 하여 다양화된 평가가 좋다는 이도 있지만, 어느 하나 완벽한 제도로 보이지는 않지요.
오늘 교육자이자 의학자인 저자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로 수많은 빈민을 구제한 예를 들면서, 우리의 교육이 석차를 매기는 줄 세우기가 아니라면 팀 베이스의 새로운 학습법이 대안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담보 없이 대출한 자금의 회수율이 97퍼센트라는 것은 엄청난 결과이지요. 이는 결국 인간의 유전자에 깊이 새겨진 심리와 본성을 제대로 파악하여 현실에 맞는 제도로 정착하면 얼마나 효율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조를 짜게 하여 그냥 발표하게 할 때와 임의로 구술시험 을 치르게 하여 그 결과대로 조 전체의 성적을 매길 때는 엄청난 결과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는 교육도 어떤 선생님이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을 보면 서로 토론하고 대화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큰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고, 선생이 되어 가르치려고 준비하다 보면 그것이 엄청난 공부 효과가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