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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Nov 19. 2019

<우리 몸의 모순과 중용>

<우리 몸의 모순과 중용>
-“What am I?” 中
“최고의 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통찰”

                                                           강 일 송

오늘은 고려대 학생들이 꼽은 인기 명강의의 뇌의학자인 저자의 책을 한번 더
살펴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나흥식 교수는 1981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 모교에서
교수로 부임한 이래, 기초의학인 생리학 연구와 학생교육에 매진하고 있고, 고려대학교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무려 열여덟 차례 수상했으며, 중앙일보가 선정한
32명의 대학교수 ‘강의왕’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대한생리학회 이사장, 한국 뇌신경과학회 회장, 한국뇌연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세계 3대 인명사전 ‘마르키즈 후즈 후’에 등재되는 등 연구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있다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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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증과 무(無)통증

우리 몸이 갖고 있는 모순적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복합부위 통증증후군(CRPS,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이란 병이 있습니다.
부분적인 신경손상에 의해 통증이 나타나는데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기절할 정도로
아픕니다. 환자에 따라서는 통증이 20-30년간 지속되어 환자가 의사에게 아픈 부위를
잘라달라고 하거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루푸스,lupus’의 한 증상으로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을 앓다가 자살한 행복전도사
고 최윤희 박사는 유서에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라고 그의 고통을 남겼습니다. 처절하기 그지없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저 적당한 수준의 통증을 느끼며 살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프면 반사적으로 피할 수 있고, 그 상황을 기억해뒀다가 대처할 수 있으므로
아프다는 기억은 효과적인 방어전략이기도 합니다. 아픔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할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선천적 통각신경 결핍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는 병이죠.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온몸이 상처투성이며 여러 가지 사고로 인해 치명상을 당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통각은 우리 몸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셈이죠.

★ 적당한 스트레스, 자외선, 유해산소, 빌리루빈

스트레스가 해롭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압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면역을 억제
시키는 부신피질의 코르티솔과 부신수질의 카테콜아민이 과하게 분비됩니다.
그래서 두 호르몬을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감기를 비롯한 여러 질병에 쉽게 걸리는 것도 바로 이 두 호르몬의 영향이 큽니다.
이 두 물질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면역을 억제하고 방해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우리 몸은 스트레스가 없는 세상이 좋을까요? 월요일이 싫다고 매일 일요일로
지내면 좋을 리가 없듯이 그렇지 않습니다. ‘메기 효과’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노르웨이의 한 어부가 정어리를 잡아 육지까지 운반하는 동안 싱싱하게 살아 있도록
하기 위해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함께 넣은 것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반론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몸도 일정 양의 스트레스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외선을 공공의 적으로 생각합니다. 자외선은 기미, 주근깨, 광 알레
르기의 원인이며 피부 노화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
사람들은 해가 나면 일광욕을 즐깁니다. 자외선을 통해 비타민D를 얻기 위함이죠.
자외선은 비타민D 생성과 우울증 예방, 피부의 살균작용까지 맡고 있으니 우리 몸에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입니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유해산소가 우리 생명을 노리는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말합니다.
노화, 암, 치매 등 인간을 위협하는 모든 질환의 중심에 유해산소가 있습니다.
그러나 적은 양의 유해산소는 강력한 멸균작용과 함께 세포의 대사작용에 없어서는
안 될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간질환 환자의 황달 현상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간에서 대사되었어야 할 빌리루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혈관에 남아 피부가 누렇게 되는 것이죠. 다량의 빌리루빈은
간경화, 췌장염, 혈액응고 이상, 신부전, 패혈증 등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키며 갓난아이의
뇌조직을 손상시켜 뇌 기능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적당량의 빌리루빈은 유해산소를 없애는 등 유리한 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분만 후 일주일 정도 유지되는 신생아 황달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태아가
첫 호흡을 한 후 흡입되는 산소에 의해 생긴 다량의 유해산소를 이 빌리루빈이
없애주기 때문입니다.

★ 중용(中庸)의 지혜

<중용(中庸)>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쓴 책으로 <대학>, <논어>, <맹자>와 함께
사서(四書)로 불립니다. ‘중,中’은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도리에 맞는 것을 뜻하며,
‘용,庸’이란 평상적이고 불변적인 것을 뜻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론(德論)도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올바른 중간에 기초해 정립된 개념입니다.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우리 몸의 어느 것도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는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극으로 치우치기보다는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아야 건강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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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려의대 나흥식 교수의 새로운 글을 함께 보았습니다.

의과대학 공부를 하다보면 항상성(Homeostasis)라는 개념을 배우게 됩니다.
이것은 생명체의 특성 중 하나로, 자신의 최적화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특성인데, 대부분의 생명 현상들은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일어난다고 합니다.
항상성은 생명 현상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질병이 바로 이 "항상성이
깨지는 것"이라고 하지요.

이 항상성은 달리 말하면 몸이 추구하는 "중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음이 중요한 것이지요.  예를 들어 체온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가 되어야 하고, 호흡도 일정, 심박수도 일정해야 합니다. 물론 통제 가능한
범위내에서의 등락은 우리 몸은 감내할 수 있지요.

오늘 언급된 통증도 인간을 죽음에 이르기까지도 하는 큰 위협이기도 하지만
이 통증이 없다면 우리 신체를 온전히 보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온통 상처
투성이에 피부나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나기가까지 해도 인지를 못하겠지요.
또한 유해산소도 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멸균 역할이 있고, 황달을
일으키는 빌리루빈도 몸의 방어기능을 담당합니다.

지방과 탄수화물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는 지방이 비만의 적이라고
금기시하다가 최근 저탄고지(저 탄수화물, 고 지방) 식이가 유행을 합니다.
탄수화물이 지방보다 더 큰 적이 된 것이지요.
술도 마찬가지라 과음은 몸에 해롭고 적당한 음주는 혈액순환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요.

이처럼 좋은 것도 극단적으로 치우치면 좋지 않음이 되듯이, 항상성, 중용의
중요성은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여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늘은 자기 삶의 양식을 한번 되돌아보고 중용의 덕이 넘치는 생활방식으로
살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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