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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Dec 03. 2019

<바이러스와 숙주>

-“What am I?” 中

<바이러스와 숙주>
-“What am I?” 中
“최고의 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통찰”

                                                     강 일 송

오늘은 고려대 학생들이 꼽은 인기 명강사이자 뇌의학자인 나흥식교수의 책을 한번 더
살펴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나흥식 교수는 1981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 모교에서
교수로 부임한 이래, 기초의학인 생리학 연구와 학생교육에 매진하고 있고, 고려대학교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무려 열여덟 차례 수상했으며, 중앙일보가 선정한
32명의 대학교수 ‘강의왕’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대한생리학회 이사장, 한국 뇌신경과학회 회장, 한국뇌연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세계 3대 인명사전 ‘마르키즈 후즈 후’에 등재되는 등 연구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있다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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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주를 조종하는 기생충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 신기한 현상은 톡소포자충이 기획한 일입니다. 톡소포자충의 목적은
중간 숙주인 쥐를 거쳐, 최종 숙주인 고양이 내장에 들어가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톡소포자충이 쥐의 편도체를 억제해,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
하지 않게 만든 것이죠.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를 심하게 억제한 경우에는, 쥐가
고양이를 자기의 짝짓기 상대로 오판한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고양이가 자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쥐를 잡아먹는 것은 ‘식은 죽먹기’일 것입니다.
톡소포자충이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기획하고, 그에 따라 쥐와 고양이가 충직한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레우코클로리디움 바리에(Leucochloridium varie)라는 기생충은 멀쩡한 달팽이를
‘좀비 달팽이’로 만들어버립니다. 달팽이에 침투한 기생충이 달팽이 더듬이에 들어가
새가 좋아하는 벌레처럼 흉내낼 뿐아니라, 달팽이를 나무 위로 올라가게 해 새의 눈에
잘 띄게 만듭니다. 원래 달팽이는 잘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낮에는 축축하고 으슥한
곳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이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기생충은 중간숙주인 달팽이를 거쳐 새의 내장에 들어가 알을 낳는 것이 삶의
목표입니다. 달팽이의 더듬이에 있는 기생충을 벌레로 착각하고 먹은 새는 똥으로
기생충의 알을 내보내고, 건강한 달팽이는 그 똥을 먹고 기생충에 감염되는 것이
반복되죠. 톡소포자충과 비슷한 방법으로 이 기생충도 자손을 퍼뜨리게 하기 위해
달팽이와 새를 충직한 노예로 만든 것입니다.

★ 감기 바이러스

감기는 바이러스성 공기전염질환입니다. 춥고 건조하면 감기 바이러스의 증식이
쉬워져 감기에 걸리기 쉽습니다. 감기가 심해지면 엄청나게 증가한 바이러스는
한 명의 숙주(환자)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이에 감기 바이러스는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기도에 염증을 일으켜 기침이나 재채기 같은 호흡기 증상을 유발합니다.
기침이나 재채기에 의해 튀어 나가 감기 바이러스는 바로 옆에 있는 건강한 사람
에게 전달되어 또 다른 감기 환자를 만듭니다. 감기가 공기로 전염되는 과정이죠.

이러한 전염 과정에 등장하는 2명의 사람과 감기 바이러스 중 누가 이득을 봤다고
생각하나요? 환자는 바이러스를 자신의 몸에서 일부 내보냈으니 이득입니다.
반면 환자 옆에 있던 건강한 사람은 단단히 손해를 봤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억울하게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는 곧 기침을 통해 옆의 사람에게 자신의
몸속 바이러스를 전달할 것이니까요.

물론 이 모든 기획은 감기 환자와 그 옆의 건강한 사람 모두를 노리개로 삼으면서
감기 바이러스가 꾸며낸 일입니다.

★ 이데올로기와 인간

“역사는 피의 욕조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가 전쟁에 반대
하면서 한 말입니다. 역사를 통해 본 인간은 자신의 종교나 이데올로기를 따르지
않으면 상대를 멸시하거나 처단하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이 어리석은 광기에
희생된 사람은 역사적으로 엄청나게 많았지요.

종교와 이념 갈들은 과거 뿐아니라 현재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구나 세계 곳곳의 어른들이 자신들의 아이가 이런 망상에 빠지도록
종용하기도 합니다. 종교적인 신념으로 무장한 소년병이 소총을 들고 두려움 없이
거대한 적에게 맞서는 장면은 ‘이데올로기 기생충’에 감염된 인간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그 소년병이 톡소포자충에 감염돼 고양이를 우습게 보는 쥐나
속절없이 나무 위로 오르는 달팽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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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려대 의대 나흥식교수님의 바이러스와 숙주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우리 생명계를 살펴보면 정말 다양한 생존의 방식들이 존재를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생충과 숙주와의 관계는 아주 톡특한데요.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이용만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늘 예로
든 톡소포자충이나 레우코클로리디움 바리에는 일방적으로 쥐와 고양이, 달팽이
새를 이용합니다.

쥐의 편도체를 억제해서 두려움을 잊게 하여 고양이에게 잡혀 먹히게 한다든지
달팽이의 습성을 바꾸어 나무위로 올라가 벌레처럼 움직이게 하는 패턴은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공수병도 마찬가지라고 하지요.  물을 피하게 하여
입속의 바이러스 농도를 더 높게 유지하기 위함이니까요.

오늘 저자는 이러한 바이러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인간에게 있어서는
바로 '이데올로기'라고 합니다.  이데올로기가 반드시 나쁜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서로 같은 목표와 뜻을 나눈 사람들이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을 꿈꾸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닐진대, 문제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고 제거하려는 성향 또한 이데올로기에 심취한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몸의 세포수보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수가
더 많다는 것이 알려졌고, 특히 유익한 장내 미생물은 면역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소화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바이러스와 숙주라는 주제를 통해 '올바른 관계맺기'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데올로기도 본래의 목적은 인간을 더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인데,
자칫하면 목적을 도외시하고 인간을 수단화하여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항상 아무리 옳은 이상이라도 늘 본질에 어긋남이 없는지를 살피는 마음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입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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