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100도씨에서 끓는다고들 해요. 마음이 10도씨부터 끓는다는 걸 사람들은 모르죠. 우린 그저 작은 친절이면 됐죠. 어떤 사람은 마음이 5도씨에서도 끓더라고요. 하지만 그들의 마음이 금방 식은 이유는 당신이 5도씨만큼도 마음을 주지 않아서에요. 5도씨를 유지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닌가봐요.
-------------------------------------------------
★ 그림에만 사는 사람
박 상 화
정신 없이 뛰는 사이 우리의 하루는 있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졌어요 오늘도 이름 모를 불한당의 기사를 읽었고 아침엔 연예인 오모씨의 사생활을 걱정했어요 오후엔 인터넷 맛집 사진을 검색했고 저녁엔 비싼 물가를 걱정하며 햄버거를 물죠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모르겠고 누구를 위해 살아있는지 모르겠어요 안 돼요 다시 알람이 울려요 오늘도 유명인 이모씨의 일과는 이러 이러하대요 그런데 나는 어디 있죠 나는 여기 살아있는 건가요 내가 살아있는지 한번만 알아봐 줄래요 어서 인터넷에 우리의 사진을 올려요 하지만 그림에 걸린 나는 내가 아니죠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저마다 무리지어 편을 먹었다 상상 해봐 어느 날 고갤 돌렸는데 너와 날 둘러싼 사람들이 검은 색인지 하양인지 조차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너와 나 사이를 갈라 놓았다고 그냥 상상해보라니까 그래 근데 꼭 그러한 것도 아닌데 우린 왜 흑백이 되어버렸어
요리사; 난 요리로 사람 죽이는 일 해. 가수; 난 노래로 사람 죽이는 일 해. 기자; 난 진실로 사람 죽이는 일 해. 소설가; 난 이야기로 사람 죽이는 일 해. 시인; 난 음악으로 사람 죽이는 일 해. 작곡가; 난 운율로 사람 죽이는 일 해. 갑자기 누군가 벌떡 일어나 한마디 한다. 의사; 난 생명으로 사람 죽이는 일 해. 그 거리에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