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에 다정했던 사이가 영원한 적이 될 수 있어요.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을 때 우린 가슴 시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는 사이가 돼요. 서로에게 좋았던 모습만 기억하자던 우리들의 굳은 약속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위에 놓인 빙산처럼 녹아 모두 증발해버리고 말 거에요.
오늘도 이 시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하고 정말 각자 하나의 우주와도 같은 세계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첫 번째 시는 우리 주위에는 설명할 수 없지만 어떤 명쾌한 설명보다 그냥 가슴에 다가와 느껴지고 이해가 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시인은 이런 말들이, 우리 주위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어머니, 시(詩), 그리고 바로 당신 이라고 합니다. 이 말들을 입으로 소리내어 불러보면 뭔가 마음의 현이 울려서 내는 떨림이 있음을 알게됩니다.
두 번째 시는 인간관계의 허망함과 덧없음, 불완전함을 "수증기"로 표현한 시였습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원수가 되기도 하는 것이 인간사입니다. 자기 본위주의가 뿌리깊이 내려져 있는 인간의 한계를 잘 표현하고 있지요.
세 번째 시는 봄 눈 이었는데, 계절에 뒤늦게 내린 봄 눈은 오래 쌓여있지 못하고 금방 녹아버리기 일쑤이지요. 잊고 싶지 않은 이름들이 눈이 되어 내리지만 금방 녹아버리고, 그 물이 개천이 되고 강이 되어 마음속에 흐르게 됩니다.
네 번째 시는 투시와 착시라는 단어를 통해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시였습니다. 과거 어떤 예화를 본 적이 있는데
어느 마을에 한 사람이 이사를 와서, 촌장이 만나서 물었다고 합니다. 과거 살던 마을의 사람들이 어떻든가요? 이 사람이 말하기를 전부 나쁘고 이기적인 사람들만 살았답니다. 하니 촌장이 "우리 마을도 그러할 겁니다."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이 이사를 와서 촌장이 똑같이 물었는데, 전부 좋은 사람, 착한 사람만 있었답니다. 하니 촌장이 "우리 마을도 그러할 겁니다."라고 했다고 하지요.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하지요. 좋은 말만 하고 좋은 것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에게는 세상은 좋은 것 투성이이고, 좋지 않은 말만 하고 좋지 않은 것만 보는 사람에게는 세상은 좋지 않은 것 투성이일 것입니다.
마지막 시는, 비록 든든치 못한 부모를 만났거나, 어렵고 고달픈 일에 둘러싸여 늘 불행하고 우울해 하는 사람이라도, 지금 살아있다면 이를 바꿀 수 있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초속 5밀리미터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