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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해(苦海),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흔, 마음공부를 시작했다”中

by 해헌 서재

<삶은 고해(苦海),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흔, 마음공부를 시작했다”中

강 일 송

오늘은 먼저 한번 소개했던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 박사의 책을 다시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김병수 박사는 한국인의 고달픈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로 “김병수 정신
건강의학과 의원”의 원장입니다. 직장인의 스트레스, 중년 여성의 우울, 마흔의
사춘기 등 한국적 특성에 기초한 아픔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서로는 <버텨낼 권리>, <감정의 색깔>, <사모님의 우울증>, <이상한 나라의
심리학> 등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삶은 고해(苦海)”와 같다는 말을 자주 듣지요. 오늘은 우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고통을 어떻게 잘 보듬으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한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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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스러운 삶

대학을 갓 졸업한 딸을 대장암으로 잃은 50대 초반의 여성 내담자 이야기입니다.

“죽을 때까지 매일 잊지 않고 생각할 것 같아요. 나는 막내딸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어요. 그 아이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했고, 서울에 가서 취직도 하려고 했는데
나는 딸을 제 곁에 두고 싶어서 내 일을 도우라고 했지요.
오빠와 언니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내딸만 내 의견을 받아들였죠.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내가 하는 가게에서 일을 돕기 시작
했어요. 그렇게 1년이 흘렀을까요. 가게에서 일을 하던 아이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급히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대장암 말기라고 장이 파열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천사가 되었어요. 그게 벌써 5년 전 일이네요.”

내가 고민하고 행했던 모든 일, 내가 하고자 했던 모든 일, 내가 남을 위해서
하고자 했던 일들이 과연 처음의 의도처럼 그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요.
고민하고 숙고하고 헤아려서 행한 일들이 항상 예측된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인생의 모든 일은 그냥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내가 원해서, 내가 찾고자 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생기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행복하고 즐거울 수만은 없습니다. 고통은
인간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필수 조건입니다. 누구도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왜 하필 나야!’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고통은 배가됩니다.
고통이 찾아왔을 때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이 바로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하고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는 시련이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심장마비로 죽고, 사랑하는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아버지가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이라고 진단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마음의 상처와 고통은 우리 삶에 허락도 없이 찾아옵니다.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
한 일입니다.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이런 일들을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겠습니까.

★ 고통을 받아들이는 법

고통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내가 겪는 고통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는지 고통을 통해
나에게 어떤 힘을 주는지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삶의 진정한 깨달음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순간에 시작됩니다. 인간은 고통이 찾아왔을
때 존재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을 살다가 역경을 만났을 때 그 역경을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그 역경은
형벌일 뿐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 역경은 수업료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란 시련과 고통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고 그
속에서 찾은 인생의 숙제를 고통 이후에도 계속해서 풀어나가야 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운 나무의 열매는 꽃이 진 뒤에 맺히는 법입니다.
사람도 상처받은 후에야 삶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고 화가 르누아르는 말하지 않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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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모든 인간은 반드시 만나야
하는 화두, "고통"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함께 보았습니다.

고통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올 지 모르는 존재입니다. 이유도 없고 시간도
없고 예외도 없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애를 써도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
고통의 특성입니다. 아무 죄 없는 착한 딸이 갑자기 암 말기로 쓰러지고,
사랑하는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친구가 심장마비로 넘어집니다.

인간의 학문과 종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여전히 그 원칙을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직 고금의 현자들은 이를 마음 깊이 받아들여 수용하라고 합니다.
세상사 모든일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태도에서 모든 결과는 결정되고 달라집니다.

아름다운 꽃도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피어나고, 삶의 아름다운 성취도
고통을 인내해야 다가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상파의 화가인 르누아르(1841-1919)도 평소 자신의
삶은 힘들고 고통 투성이었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좋은 말을 본 적이 없습니
다. 르누아르도 심한 관절염의 고통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재정적으로 어려워
도 자기 삶을 충실히 영위하였듯이,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지금의 상황이 어떠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시는데 여념이 없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