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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7. 2016

<선운사에서>

최 영 미

선운사에서


                           최 영 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 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위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 동구


                     서 정 주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오늘은 여유를 한번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시를 2편 올립니다.

전북 고창의 선운사와 관계된 시(詩) 중 2가지를 올려보는데요.

선운사는 선운산 자락에 있는 산사이고, 동백이 유명합니다.

고창이 고향인 서정주시인,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시인.

두 작품 중, 세대가 달라서인지 서정주시인의 시보다는 최영미시인의

시가 훨씬 가슴에 와 닿습니다.

김용택시인이 편집한 <시가 내게로 왔다>

에서 "선운사에서"라는 시를 처음 보았었습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참 멋진 말입니다.  이 세상에는 꽃처럼 이렇게 피고 지는 게 참 많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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