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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핸드 오류와 부작위 편향>

“나는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中

by 해헌 서재

<핫핸드 오류와 부작위 편향>
“나는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中

강 일 송

오늘은 인간의 심리 패턴, 돈의 흐름과 기회, 권력과 사회의 편향 등이 모두 데이터에
담겨져 있다고 주장하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신현호 작가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오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경제연구소에서 경제분석을 담당했습니다. 이후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삼정KPMG의 파트너로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였고, 이후 국회와 정당에서 경제담당 수석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 중 오늘은 2가지 내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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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핸드(hot hand)오류와 로또 명당

본래 핫핸드는 농구 경기에서 기원한 용어입니다. 농구 팬들은 한 선수가 슛을 연속해서
성공할수록 그 다음 번 슛의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믿는 현상을 핫핸드라고 부릅니다.
미국 코넬대학교 심리학과의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팀은 이 문제의 진위 파악을 위해
미국 프로농구 데이터를 분석해서 1985년 <농구의 핫핸드;무작위 연속사건에 대한 오해>
라는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분석결과 대부분의 선수는 직전 슛의 성공 횟수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다음 슛
성공확률이 낮아졌습니다.
이런 결과는 농구 팬들의 생각과 어긋나는 기록이죠.

우리 주변에도 핫핸드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로또 명당’입니다.
로또 1등 당첨자를 여러 차례 배출한 판매소 앞에는 로또를 구입하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룬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의 조너선 거리얀 교수팀은 2000-2002년 텍사스주 로또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서 2008년 <명당에서 도박하기>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서도 1등을 배출한 판매소들은 그 다음 주 로또 판매량이 12%에서 38%
까지 올랐는데 그 상승 효과는 대략 40주 정도 지속되다가 소멸되었다고 합니다.
고졸 미만, 노인 및 빈곤층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핫핸드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고
이들이 ‘명당 효과’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 도박사의 오류

그런데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연속적인 사건들과 관련한 오류는 비단 핫핸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만약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다섯 번 연속해서 나왔다면, 그다음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요? 2분의 1일까요? 아니면 그보다 좀 더 높을까요?
다섯 번이나 연속해서 나왔는데 설마 또 앞면이 나오겠어?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사회과학자들은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고 부릅니다.

★ 인간은 오류에 취약하다

연속 농구 슛 성공을 보고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으면 핫핸드 오류에 빠지는 것이고,
행운과 불운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다음에는 반대로 갈 것이라고 믿으면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것 말고도 다른 오류도 광범위하게 존재함을 알 수 있었고, 이러한 오류는
저학력자, 빈곤층 등 사회적 취약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되지만 판사, 금융인,
프로야구 심판 등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이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객관적인 확률을 무시한 채 과거에 성공했으니 이번에도 또 성공하리라고 믿는
것은 카드 게임이든 금융투자에서든 둘 다 심각한 오류로, 인간은 이런 오류에
취약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 예방접종을 안 맞히는 부모 – 부작위 편향

천연두는 오랜 시간 인류에게 가해진 가장 무서운 위협 중 하나였습니다. 기원전
1145년 사망한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도 천연두가 발견되었지요.
천연두는 남미의 아즈텍문명을 쇠락시켰고 18세기 유럽에서는 해마다 4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토록 무섭던 천연두가 1970년대 들어 근절되었는데, 이는 1798년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발견한 천연두 백신의 보급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후 백신은
홍역, 결핵, 수두 등 다양한 질병의 예방에 중요한 기여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백신 거부 운동이 강해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6년 보건학자들이 67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보면, 백신에 대한 태도는 교육 및 경제개발
수준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습니다.

‘백신은 전반적으로 안전하다’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을 살펴보면, 프랑스가 41%로
가장 높았고, 보스니아, 러시아가 그 뒤를 이었으며, 일본도 25.1%로 7위에 올라
있습니다. 반면 방글라데시가 0.2%로 가장 낮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필리핀 등도 1%대의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9%로 세계 평균 12.5%보다 낮은 편이었습니다.

백신 기피 현상을 연구해보면 백신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왜곡된 정보 이외에
심리적 요인도 백신 접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에서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상이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부모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 때 아이가 병에 걸려 사망하게 될 경우 느끼는
책임감보다, 백신에 접종했는데 아이가 부작용으로 사망하게 될 경우 느끼는 책임감이
훨씬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피하는 경향이 있고 이것을 ‘부작위 편항,Omission bias’, 또는 ‘무행동 편향’
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또한 사회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데 컬럼비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토리 히긴수
교수는 조절초점이론을 통해 인간을 이상적 자아를 중시하는 성취 지향형과 당위적
자아를 중시하는 안정 지향형으로 구분했는데요, 안전지향성이 강할수록
부작위 편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참고로 히긴스교수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은 인구의
65~70%가 성취 지향형인 반면, 동아시아 국가는 65% 정도가 안정 지향형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보면 공직 사회에 만연한 복지부동 역시 행동의 실패에 지나치게 가혹한 한국
사회의 강한 부작위 편향을 반영할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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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새로운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는 감이나 기분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해 모든 현상을 설명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은 그 중 두 가지 정도를 먼저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핫핸드 오류와 도박사의 오류에 대해서 보았는데, 실제로 농구 경기를 보다
보면 그날 잘 들어가는 선수는 계속 연속해서 골을 넣을 것 같이 느껴지지요.
그리고 로또 명당이라는 판매점에서 사면 더 당첨 확률이 높을 것 같은 느낌도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동전 앞뒤면 맞히기도,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면 다음에는 확률상 뒷면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인간이면 다들 가지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기에 이렇게 논문으로 검증된 '핫핸드 오류'나 '도박사
의 오류'라는 용어가 생겼을 겁니다.
물론 저학력자나 빈곤층에서 좀 더 오류를 범할 확률은 높다고는 하나 인간인
이상 오래도록 새겨진 심리적 기제라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고, 다만 이런
오류가 있음을 미리 인지하고 있으면 실수를 덜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부작위 편향"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예방접종
에 관한 부분은 늘 강하게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예방접종 불신론, 무위론, 해악론"
등이 팽배하였는데, 프랑스가 1위인 것은 의외였습니다. 그만큼 프랑스가
다른 의견이나 자기만의 생각을 중시하는 개성이 강한 국민성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선택한 것의 결과와 수동적으로
선택한 것의 결과에 대해 상이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을 통해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는 것의 심리도 밝혀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했을 때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고무하는 사회적 분위기
가 창조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음도 알 수가 있네요.

다음에 다른 내용으로 연이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