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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r 13. 2020

<일도 인생, 삶도 인생>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中

<일도 인생, 삶도 인생>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中

                                              강 일 송

오늘은 <시를 잊은 그대에게>의 작가 정재찬 교수의 새로운 책을 한번 더 보려고 합니다.

정재찬(1962~)교수는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습니다. 현재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데 지은 책으로
<시를 잊은 그대에게>, <그대를 듣는다>, <현대시의 이념과 논리>, <문학교육의 사회학을
위하여>, <문학교육의 현상과 인식>, <문학교육개론1>, <문학교육원론> 등이 있습니다.

저자는 시를 통해 인생의 맛을 일깨우는 우리 시대의 시(詩) 소믈리에라고까지 칭하고
있으며 그는 시가 진정 우리 삶의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이야기를 이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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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로 소금 벌기

소금 시

                윤 성 학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거친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
한 달을 절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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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소금은 눈물의 맛입니다. 그냥 눈물의 성분이 짜기 때문이
아니라 소금은 눈물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장인을 샐러리맨이라 하는데, 이 말의 어원이 소금입니다.
로마시대에는 소금이 화폐 역할을 했지요. 병사를 뜻하는 단어 Soldier도 소금을
주다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는 가족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소금 방패를 들고 싸워 이겨내야 할 소금 병정인
셈입니다.

★ 유토피아

지금부터 600여 년 전인 1516년 토마스 모어가 펴낸 <유토피아>란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 라파엘 히슬로디는 자신이 항해하다가 만난 유토피아 섬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그 섬의 사람들은 하루 6시간을 일한다고 합니다. 모든 일은 저녁 식사 전에 끝나는데
잠자는 시간을 빼고 그 외의 시간은 다 자유로운 여가시간입니다.

대부분 여가시간은 학문 탐구나 음악 향유 같은 데에 바치는, ‘저녁이 있는 삶’ 정도가
아니라 ‘문화가 있는 삶’을 사는 것이죠. 라파엘 히슬로디는 말합니다.
모든 시민이 육체노동에 투여하는 시간과 정력을 아껴 이 시간과 정력을 자유와 정신의
문화를 누리는 데 쓸 수 있도록 하자고 그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행복이라고.

★ 살아가는 목적이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가 되게

인간은 일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고 존엄한 존재가 됩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의 말, “의술, 법률, 사업, 기술, 이 모두가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
하는 데 필요한 일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라는 대사를 즐겨 읽어줍니다.

우리의 꿈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이어야 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 무엇은 명사로, 의사, 교사, 공무원, 회사원 같은 것들 말입니다.
예를 들어 교사는 이십대에도 될 수 있지만 형용사 ‘존경스러운’ 교사는 정년까지도,
아니 평생토록 이루기 힘듭니다. 생의 목표는 그런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일도 인생, 삶도 인생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평생 시와 클래식 음악과 소주를 벗하며 살았던 시인
김종삼(1921-1984)의 시를 소개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 종 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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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종삼! 그의 시가 주는 긴장과 완화, 먹먹함과 평화, 들려주는 음성과 들어야
하는 배음 사이에서 나는 종종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이 시에서 그는 자신이 시인이 못 된다고 답합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자작시 <제작>
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의 직장은 시(詩)이다”. 비록 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좋은 시는 못 썼지라도 시라는 업의 본질에 평생을 매달린 자인 것입니다.

어쩌면 시인은 특별한 신분이 아니라 하고 굳이 시를 쓰지 않아도 시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삶이 시적인 사람이야말로 시인이라고.

일이냐, 삶이냐, 문제는 그 둘 간의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 인생을 일과
삶의 대립으로 간주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것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한 것, 어차피 일도
인생이고 삶도 인생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생을 사랑하는 자는 그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편애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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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정재찬 교수의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시와 인생을 이렇게 절묘하게 잘
풀어낸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글들이 즐비합니다.

첫 번째 시는 소금에 대한 시였지요.  로마에서는 화폐의 역할을 소금이 하였고
소금이 어원이 되어 샐러리맨과 솔져가 나왔다고 합니다.  시인은 여기에서
인간이 노동을 하여 흘리는 땀에 든 소금과 그 보상으로 받는 소금을 잘 대비를
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노동을 하여 그 댓가로 돈을 버는 사람이 샐러리맨이고 군인은 솔져, 즉 소금병정
이 되는 셈입니다.
한 달 동안 내 몸의 소금기를 내어주고 다시 되돌려 받는 소금, 뭔가 짠하지
않으신가요?

다음에는 토마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 란 책 이야기가 나옵니다. 600년 전에 쓰여
진 책이지만 현대에도 그대로 통용이 되는 일하는 시간 외의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한 길인가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즘 한창 주가가 높은 삶인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이 갖추어진 삶, 휘게, 소확
행, 등의 개념이 600년 전의 작가의 머리에도 이미 있었고, "문화가 있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임을 통찰하게 해 줍니다.

저자는 인생의 목적이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가 되게 하자고 말합니다.
즉, 어떤 직업의 인간이 아니라, ~~다운, ~~같은 사람이 되자고 말입니다.
예를 들어, 판사, 교수, 의사, 고위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이 아니라 "존경스러운"
혹은 "진실한", "아름다운" 누군가가 되는 꿈을 꾸자는 것이지요.
명사의 삶은 20대에도 달성할 수 있지만, 형용사의 인간은 죽기 전까지도 여전히
진행형일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마지막은 "김종삼"시인의 시로서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요,
김종삼 시인은 힘들고 병든 몸으로 살았지만 끝까지 낭만을 잃지 않은 진정한
시인이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겸손하게도 시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시에서 밝혔듯이, 단지 글재주만 좋아서 시를 쓰는 시인은 진정한
시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비록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삶이 시적이면 시인이고,
착하고 선량하게 자기의 삶에 성실한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라고 합니다.

오늘 저자는 일과 삶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라고 말합니다.
직업적인 일도 인생이고, 여가 시간도 인생이며, 워크와 라이프의 밸런스를
갖추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라고 말합니다.

김종삼 시인의 말처럼 특출나지 않더라도 삶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주위 사람
들을 챙길줄 아는 마음이 넓은 시인같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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