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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Apr 28. 2020

<사람 사전> 세상 따뜻하고 통찰 깃든 사전

<사람 사전> 세상 따뜻하고 통찰 깃든 사전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강 일 송

오늘은 우리 시대의 뛰어난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 정철 대표의 새로운 책을
다시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정철 작가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지금은 정철카피 대표,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초빙교수로 있습니다.
저서로는 <내 머리 사용법>, <불법사전>, <인생의 목적어>, <머리를 9하라>,
<한 글자>, <카피책>, <틈만 나면 딴 생각> 등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는 없는 새롭게 자기 방식으로 규정한 수많은 일상 단어를 모아놓은
책인데 지난 시간에 이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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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

뛰는 것, 두 다리처럼 뛰는 것. 심장 뛰는 일을 만났다면 그곳으로 뛰어갈 것.
심장 뛰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 사람에게 뛰어갈 것. 거기까지 몇 미터인지
머리에게 계산하라고 하지 말고 심장이 시키는 대로 뛰어갈 것.

★ 시선

눈이 향하는 곳. 결국 길이 된다. 그 길로 운명이 간다.

★ 수술

몸에 칼을 대는 것. 그러나 몸 바로 위에서 걱정스럽게 몸을 내려다보는
마음이 자칫 칼에 스칠 수도 있다. 마음이 다친다면 몸이 아문다 해도
수술은 성공적이라 할 수 없다.
의사는 좋은 칼보다 먼저 좋은 입을 가져야 한다. 안심을 주는 입. 믿음을 주는 입.

★ 어머니

주다. 받다. 이 당연한 거래 원칙을 무시하는 사람. 받지 않고 주는 사람.
그래서 손해가 막심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 그러나 이는 착각.
길게 보면 그녀 역시 받은 만큼 준다. 어머니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다.

★ 아버지

30년을 아들 역할만 하다가 갑자기 정반대 쪽에 놓인 사람.
어색하지 않은 척, 익숙한 척할 필요 없다. 자식은 아버지의 그 척에서 거리를 느낀다.
척이 벽이 될 수도 있다. 아버지란 처음부터 끝까지 서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 식빵

화려하지 않다. 요란하지 않다. 달콤하지 않다. 가장 무표정하고 무덤덤한 빵이
식빵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친구가 많다. 그냥 친구가 아니라 나란히 서서 서로
어깨를 기대고 몸을 비비는 진짜 친구가 많다.
화려함이, 요란함이, 달콤함이 친구를 만들어주는 건 아니다.

★ 신랑

신부에 비해 유난히 수명이 긴 사람. 결혼 5년차 신부는 없지만 결혼 10년차
신랑은 있다. 신부는 새 신(新)자를, 신랑은 신하 신(臣)자를
쓰기 때문이다.

★ 실력

손이 달린 능력, 발이 달린 능력. 입만 달린 능력은 아직 실력이 아니다.

★ 안녕

만날 땐 반갑다는 뜻. 헤어질 땐 아쉽다는 뜻. 아쉬움과 반가움을 한 단어로
표현한 건 너무 심하게 유연한 게 아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한다.
너무 심하게 유연한 것이 경직보다 낫지.

★ 야구

인생의 반대말. 야구는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한다. 그때그때 어느 하나에 집중하면
된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경기는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신이 만든 이 힘든 경기는 대타도 허락하지 않는다. 은퇴도 허락하지 않는다.
우천 연기도 없다. 신에게 직접 뛰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 어깨

삶의 무게가 얹힌 곳. 너무 무거우면 팔을 뻗어 그 무게를 잠시 손위로 옮겨와도
좋다. 하지만 손은 그 무게를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다. 만약 어깨가 없었다면
우리는 삶의 무게에 눌려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힘든 사람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토닥여주는 건 그의 근육을 풀어주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 예술

다르게. 남다르게. 남다르게 움직이고 남다르게 관찰하고 남다르게 사색하고 남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예술. 물론 남다르게 하나로 예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남다르게 다음은 나답게. 시선을 남에서 나로 옮길 줄 알아야 비로소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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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뛰어난 관찰력, 통찰력, 문장력을 가진 작가의 멋진
글들을 함께 보았습니다.
이토록 짧은 한 문장에도 넓고 깊은 뜻을 가득 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심장이 뛰는 일이나 사람을 만났다면 머리가 계산하게 하지 말고 그쪽으로 뛰어
가라고 합니다. 열정이 있는 곳에 삶의 보람이 있고 존재의 이유가 있겠지요.

시선의 의미는 딱 한 줄인데 책 한 권과도 같은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눈이 향하는 곳, 즉 시선은 마음이 가는 곳이고,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은 그 사람
의 수많은 삶과 경험, 직감 등이 머무는 곳이지요. 그러면 길이 날 것이고, 그 길을
따라 운명이 찾아옵니다.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술은 기술적인 동작이 포함된 진료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의사란 좋은 칼보다
먼저 좋은 입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안심을 주는 입. 믿음을 주는 입.
의사로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해주는 훌륭한 채찍과도 같은 말입니다.

다음은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글이었는데, 어머니는 아낌 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지요.  이해타산과 계산이 맞지 않는 일방적 관계, 거래이지만, 저자는 이미
어머니의 어머니한테 받은 게 많기에 결국은 맞는 계산이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30년 넘게 아들로 있다가 아버지 역할을 하지만 대다수 아버지들은
어색하고 서투릅니다.  저자는 잘하는 척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있는 그대로
부족하고 서투른대로 마음을 다해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지요.

식빵은 다른 화려한 빵들에 비하면 무색무취에 가깝지요. 하지만 그러하기에
식빵은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오래가는 벗과 같다고 합니다. 화려하고 요란하고
달콤함이 좋은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습니다.

신랑은 신부에 비해 오래간다고 하기에 처음에는 여자가 수명이 더 긴데 하고
생각을 했지만, 한자 풀이에서 바로 답을 보게 되네요.  신부의 신은 새로울 신
인데, 신랑의 신은 신하 신이었습니다.   현대는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권한이
커지고 특히 가정에서 아내의 존재는 엄마와도 같은 존재감을 가지지요.

실력은 입만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손과 발에 달린 능력이라고 합니다.
말만 잘해야 하는 직업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말보다는 행동이 더 중요함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의 인사말인 "안녕"은 만날 때의 반가움과 헤어질 때의 아쉬움을 다 표현하는
뛰어난 어휘입니다.  작가는 정확하게 이것을 알아채고 안녕이라는 말의 유연성을
찬양합니다.  경직됨보다는 유연한게 좋다고 말이지요.
"안녕"이라는 말을 늘 달고 산 것을 본다면 과거에 우리 선조들은 반대로 "안녕"
하지 못한 삶에 늘 처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과거에 어른들의 인사말은 "진지 드셨습니까?", "밥은 먹었는가?" 등 식사와 관련
된 말이 많았지요.  역으로 그만큼 밥 먹기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안녕이라는 인사말 하나로도 우리 조상들의 삶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현대의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인 "야구"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뜬금없이
작가는 야구란 인생의 반대말이라고 합니다.  야구는 공격과 수비가 번갈아하고
대타도 쓸 수 있고, 우천 연기도 할 수 있으며 재경기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경기는 수비 공격이 동시에 되어야 하고, 대타도 없고 재경기
도 없습니다.  오죽했으면 경기를 만든 신에게 직접 해보시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일까요.

우리의 어깨는 늘 무거운 것을 지게 되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특히 남자들의
어깨는 딱벌어지고 넓은 어깨를 가져야 남자답다는 말을 듣지요.
누군가의 어깨를 주물러 준다는 것은 그의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인생의 무거움, 힘듬, 무게감을 이해한다는 표현이라는 말을 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의 삶이라도 다 무겁고 힘들고 아픔의 여정을 가지고 있지요.
다른 사람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여유가 한층 더 필요한 시대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에 관한 정의를 보았는데, 작가의 사고는 수준이 남다르네요.
예술은 그 출발이 남다르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남다름은 자기화하고 자기만의 색깔로 표현
할 때에 비로소 예술로서 자리매김한다는 말을 합니다.

삶도, 경영도 모두 예술다워야 제대로 자리잡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일단 남달라야 합니다.  Different 하고 Difference를 가져야 다른 사람과의
차별성, 고유의 개성을 지니게 되고, 그 다음 단계로 이를 자기화하고
자기만의 컬러를 지니게 되면 비로소 예술과 같은 삶을 산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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