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문 인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May 16. 2020

<사람 사전> 세상 가장 따뜻한 사전

<사람 사전> 세상 가장 따뜻한 사전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해 헌 (海 軒)

오늘은 우리 시대의 뛰어난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 정철 대표의 책을
또 한번 소개하려고 합니다.

정철 작가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지금은 정철카피 대표,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초빙교수로 있습니다.
저서로는 <내 머리 사용법>, <불법사전>, <인생의 목적어>, <머리를 9하라>,
<한 글자>, <카피책>, <틈만 나면 딴 생각> 등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는 없는 새롭게 자기 방식으로 규정한 수많은 일상 단어를 모아놓은
책인데 그중 추려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

★ 하나

세상에 유일한 무엇.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니니 비교할 대상이 없다.
비교할 수 없는 것을 비교하려 할 때 불행은 시작된다. 우리 곁엔 누군가와
비교해서는 안 되는 하나들이 여럿 있다.
내 엄마. 내 아빠, 내 남편, 내 아내, 내 아이, 그리고 나.

★ 하다

도전이라는 명사와 잘 어울리는 동사. 실패라는 명사와도 잘 어울리는 동사.
‘도전하다’의 결과가 ‘실패하다’일지라도 그 순간을 지나며 탄탄한 내공을 쌓을
테니까. 회피라는 명사가 접근하면 최선을 다해 만나게 하지 말 것.

★ 커피

눈이 마시는 음료. 우리는 입으로 액체를 마시며 동시에 눈으로 그 진한 색깔을
마신다. 커피의 진함 속엔 추억, 설렘, 용서, 차분, 응원 같은 것들이 고요히
스며들어 있다. 눈에 띄지 않게 숨어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추억을
마시는지, 누가 설렘을 마시는지, 누가 용서를 마시는지 알 수 없다.
각기 다른 이유로 마시는 같은 진함. 이것이 커피의 잔잔한 매력이다.
만약 커피가 투명한 색이었다면 지금처럼 넓게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 치약

무한수명. 다 쓴 치약은 없다. 다 쓴 치약도 집에서 가장 힘이 센 엄마가
짜면 마지막 한 방울이 비실비실 기어 나온다. 치약의 수명은 엄마가 정한다.

★ 출발

목적은 도착. 목적지에 도착. 그러나 출발의 아주 일부만 도착에 닿는다.
그 아주 일부에 속하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 출발 횟수를 늘릴 것.

★ 추억

색이 바라지 않는 진한 기억. 지난 일은 처음엔 다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머리에 저장되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억의 아주 일부는 추억이라는 진한
이름을 얻어 머리에서 가슴으로 자리를 옮긴다.
기억은 머리가 하고 추억은 가슴이 한다.

★ 초대

오세요. 이 짧은 한마디가 초대다. 그러나 이 한마디엔 많은 뜻이 담겨 있다.
그대를 좋아합니다. 그대랑 친해지고 싶습니다. 그대에게 뭐든 대접하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랑 함께 하는 시간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청춘

꿈을 봄. 사랑을 봄. 모험을 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봄.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시간.
인생의 봄.

★ 청진기

의사의 귀. 의사는 귀 하나를 더 마련해 환자 이야기를 듣는다.
심장이 하는 이야기. 허파가 하는 이야기까지 숨죽이며 듣는다.
치료의 시작은 귀다. 위로의 시작이 귀인 것처럼.

★ 처음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처음. 모든 게 서툴러 어렵다.
처음의 뒤를 잇는 것이 다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어렵다.
처음도 어렵고 다음도 어렵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건 같음이다.
처음과 다음이 같음.

★ 중년

가운데 중(中)이 아니라 무거울 중(重).
안고 가야 할 것도 무겁고 짊어져야 할 것도 무거운 나이.

★ 죽다

예정된 충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매일 죽는 연습을 한다.
배불러 죽겠다. 외로워 죽겠다. 웃겨 죽겠다. 이렇게 해서라도 이 예정된
충격과 조금씩 친해져야 한다.
피하고 싶어 죽겠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

오늘도 정철 카피라이터의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단어의 새로운 정의를
살펴보았습니다.

때로는 굳이 설명이 덧붙일 필요가 없는 글들이 있지요.
오늘 글들이 그렇지 않나 합니다.
편안히 읽어 보시고, 평안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 사전> 세상 따뜻하고 통찰 깃든 사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