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잣집 친구, 야 너 보고 있냐? 이젠 나도 살 수 있다
아들이 레고를 갖고 싶단다.
터닝메카드, 또봇은 그때 왜 그걸 사달라고 했나 좀 크고 나니 이젠 본인 스스로가 이해가 안된단다.
나는 어린시절 대구의 변두리 지역의 주택에 살았다.
아파트로 이사하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은 단독주택에 오래 살았다.
아파트는, 특히 엘리베이터가 있는 고층 아파트는 그야말로 '부의 상징'이었다.
목적지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하는 재미도 있었으니.
소위 부잣집 친구네 놀러가면 레고가 있었다.
아빠가 해외출장 다녀오면서 사왔다고 했다.
우와~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다녀온다는거 아냐?
외풍이 없는 아파트에 사는 것도, 그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레고를 보유한 것도, 뭔가 귀티가 나는 모습도, 부르뎅 아동복이나 그 윗 레벨 옷들만 입는 것도 부러웠다.
이젠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를 가면 레고가 널렸다. 플레이모빌도 있었다. 어릴 때 사람 하나 멍멍이 하나 들어있던 거 간신히 사봤던 플레이모빌. 이젠 내가 돈을 버네 돈을 다 버네. 아들에게 사준다. 속이 뻥뚫릴 만큼 테크닉이나 부스트, 해리포터 호그와트성은 사주진 못하지만, 10만원 짜리는 가끔 사줄 만큼. 아내도 마음 약해서 사준다. 돈주고 산 것만 100만원이 넘는다.
나도 레고 좋아했고, 좋아한다.
너무 비싸다. 하지만 창작의 즐거움이 있다.
아들은 레고로 배틀그라운드에 나오는 총을 만든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찍는다. 그것을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아빠의 포부를 아들에게 투영한다. 너무 놀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아내의 걱정에, 저렇게 노는게 건강한거라고 맞받아친다.
가끔씩 나도 레고를 갖고 논다. 와장창 부서져서 이젠 복원도 못하는 경찰서 시리즈 때문에 속이 쓰리다. 아들은 상관없이 해맑다. 그래!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우리는 가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