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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Jan 14. 2020

초딩아들의 가족 행복 귀파기 레시피 “줄을 서시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웃기냐. 알콩달콩 가족이야기

귀를 파면 시원하다. 인이어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면 귓속이 자극을 받아 가렵다. 게다가 이어폰의 청결을 위해 귀를 더 깨끗이 파게 된다. 오래전 부터 내가 헤드램프를 쓰고 아들의 귀를 파준게 여러번 있었는데, 얼마전부터는 LED불빛이 나오는 귀이개를 반갑게 사들였다. 불빛 귀이개가 들어오고 부터는 초딩 아들이 식구들의 귀를 파주기 시작했고, 이젠 꽤 경력이 쌓여서 어디가 귀지가 잘 쌓이는지, 아주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곳인지를 아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집은 일주일에 두 세번 아들에게 귀를 맡긴다.


방금 아들이 가족 단톡방에 갑자기 공지사항을 올렸다. 귀파기 신청을 받는다는 것. 내가 가장 먼저 1빠를 했다. “어엉~!! 누나 귀파주기로 했잖아. 너무 오래됐어!” 오프라인에서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다. 난 내일로 양보하겠다고 다시 톡을 남기는 사이, 아내는 아들을 방으로 납치해갔고 먼저 무릎을 베고 누워버렸다. 펭수를 시청하며 귀를 파는 소리가 들려온다. 두런두런 얘기 나누는 소리가 정겹다.

우리집 주치의인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귀를 파지 말라고 하셨다. 안다. 애들이 애기 때 중이염들 했던 흔적도 있고 해서 조심스럽다. 하지만 귓속이 이유없이 가려운 것을 어쩔텐가. 원숭이 가족이 나란히 앉아 서로의 털을 그루밍 하는 ‘동물의 왕국’의 한 장면이 오버랩되는데 기분이 좋은 건 또 뭐지? SNS광고를 보니 내시경카메라 귀이개도 있더라. 그건 좀 너무 메디컬 느낌 아닌가. 쓸데없이 고퀄로 정확히 귀지를 잡아내는 것보단, 서로의 무릎에 기대는 것, 내 귀를 믿고 맡기는 그 자체가 우리의 행복이 아닌가!


“누나 이제 학원 숙제해야하니까 빨리~”

“네. 다음 손님 오세요!”

(딸. 모터를 단듯 후다닥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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