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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Jan 16. 2020

책좋아하는 사람들 여기서 만납시다. 밑줄서점

우리 동네에 이런 곳 하나는 꼭 있어야지

    보고 싶은 친구들에게


잘 지냈냐? 지난 여름 이후로 한번도 못봤구먼. JK 넌 요즘 고등학교는 방학이라 좀 덜 바쁘겠지? 보충수업은 하겠지만 말야. SJ는 대학교가 겨울방학이니 새학기를 준비하는 강의실마다 새 컴퓨터 설치하느라 바쁘겠구나.  


우리가 함께 보냈던 학창시절, 사춘기 때가 생각나게 하는 곳이 있어서 편지를 쓴다. 지금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말이다. 카톡보내도 되겠지만, 오랜만에 편지로 써본다.


중고등학교 때 주택이었던 우리집에서 반지하 내 방에서 586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누워서 낮잠을 자다말고 일어나 기타를 치며 '질투'드라마를 함께 봤던거 생각나냐? 내 방이 우리의 아지트였다고, 거기서 재미있었다고.


지금 사는 모습은 서로 많이 달라져있지만, 우리 모두 비슷한 꿈을 꾸었던 것 같아.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는,

일도 하면서 밥벌이도 하면서 충분히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고,

책 내용을 패러디하며 농담따먹기 하느라 떼굴떼굴 바닥을 구르는,

퇴근길에 반찬가게에 들르듯 한 곳에 모여 그날 있었던 유쾌함, 괴로움을 풀어놓고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책 저책 뒤적거리고,

학원 다녀온 자식들이 와서 숙제를 하고,

동네 사랑방 같지만 조용하고,

지식이 흘러넘치며 음료가 없지만 유연하고 촉촉한 사람냄새, 책냄새가 있는 곳.


시립도서관은 왠지 구리구리 하잖아. 떠드는 사람 이름 칠판에 적어놓을 것만 같고, 관공서 같아서 재미가 없잖아. 교회공간은 너무 찬송가만 불러야할 것 같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얘기만 나눠야할 것 같지 않냐고.


우리 아이들도 좀 자랐으니, 공기좋은 산 밑에 있는 책방에서 독서하는 모습을 보며 유태인 하브루타처럼 책내용으로 토론하고 떠들며 노는 모습 싶다고. 때로는 책을 매개로 우리 비슷한 또래 사람들, 쌩판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들처럼 허물없이 인생의 고민을 나누고 격려해주고 받는 그런 곳.


내가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그 꿈을 따라 문을 연 곳, 우리의 새로운 아지트를 발견했기에 너희들 초대하려고. 바로 밑줄서점이다.


2020년 1월 16일

너의 평생 친구, 뻬드로




(전국에 흩어져서 사는 나의 40대 아재가 된 죽마고우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에 편지글로 써보았습니다)


아래) 밑줄서점 주인장이 올리신 글

https://brunch.co.kr/@yumileewyky/346



꼭 읽고 싶었던 책도 사고 주인장 이유미 님과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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