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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Sep 29. 2019

알리는 말씀

푸시알림 없이 살 수 있을까?



건강보험공단에서 우편물이 왔다. 대사증후군이 확 온 것은 아니지만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해서 관리하란다. 물론 그 우편물의 시작은 전화로 예약한 검진센터에서 온 sms에 맞춰 병원을 방문했고, 내 건강검진 데이터는 보건복지부의 서버에서 ‘알림’이 필요한 사람으로 분류된 후 공통적인 인쇄물에 내 이름만 프린트되어 우편집중국으로 넘어갔고 우편번호로 분류된 것을 집배원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직진 신호에 직진하고 우회전 깜박이를 두 번 켠다음 멈추어 우리집 우체함까지 배달한 것이다. 그것을 하교하던 아들래미가 우체함에서 굳이 뽑아서 가지고 엘리베이터 도착음을 들으며 집에 와서 올려놓은 것이다. 아주 장황한데, 실제로는 아주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

시그널(signal)또는 사인(sign). 내 주변에는 수많은 알림(alert)이 있는게 새삼스럽다.

점점 밝아오는 창밖의 빛, 일어나라는 알람음악, 커피 물 끓이는 전기주전자의 자동 off 딸깍소리, 신발신는 소리, 게이트맨 잠기는 소리, “8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소리, kbs fm의 시그널 음악, 저쪽 바뀌고 나면 이쪽 신호가 바뀌니 곧 내가 달려야만하는 신호등, 곧 신호가 바뀐다고 ‘또도도돗 또도도돗’하는 소리, “뛰거나 장난치거나 측면으로 기대지 마십시오”하는 에스컬레이터 안내음, ‘댕댕댕댕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뚜루루루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 “디스 스탑 이즈 사당, 사당, 진빵 따오 짠 스 사당, 사당”.....

유용하고도 귀찮은 알림의 최상위 포식자(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이 수렴된다는 의미에서)는 단연 스마트폰이다. 무심코 ‘설정’ 메뉴에서 알림 설정 리스트를 봤더니 수십개. 필수 의사소통수단인 카카오톡부터 뱅킹, 신용카드, 체중계앱까지 너도나도 알려주겠단다. 애플와치를 쓰기 시작하면서는 이젠 너무 오래 앉아 있었으니 좀 일어나라고 잔소리까지 듣는다. (새 watch OS에서는 시끄러운 소음도 측정해서 알려주는 기능이 나왔다)

우선 알림은 내 생존과 안전에 필요하니까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할때 움직이라는 것이겠다. 아무리 여행이 좋아도 한없이 타고 있지는 말고 목적지에 내리라는 것이겠다. 예약한 시간에 돈이 나갔으니 확인하라는 것이겠다. 아빠 출근했으니 이젠 너희들 학교갈 차례다는 것이겠다. 이런 알림은 “이렇게 하셔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는 메시지다.

마케팅 수신동의는 또다른 문제다. 앱 푸시알림, 전화수신동의, sms수신동의가 되어있으면 마구 날아온다. 필요한 필요할 만한 정보도 있지만 대부분 ‘광고성 알림’이라 방해가 된다. 이런 종류는 “이렇게 하시면 우리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으니 많이많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사주세요”는 메시지다.

언젠가 한번 ‘알림’을 꺼놓고 지내보면 어떨까? 알림이 없으면 불안할 거다. 그 공백을 어떻게 참을수 있을까?



Pedro
2019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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