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뻬드로 Sep 29. 2019

안물안궁 vs 세일즈

우리집안 세일즈맨의 죽음

오늘 낮 박훈재 대표님의 세일즈 원리 강의를 듣고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남겨본다.
핵심: “제가 가진 상품/서비스로 고객님을 진심 돕고 싶습니다” 세일즈맨은 고객의 이슈pain point가  무엇인지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해결을 돕는 사람이다. 안물안궁은 망겜!

여: “구두 세일하네. 하나 안필요해? 한번 신어봐.”
남: “아냐. 됐어. 저거 별로야. 있는 것도 멀쩡한데 뭐하러 사!”
여: “그럼 이건 어때?”
남: “별로”
여: “이건 완전 다른데, 이건?”
남: “몰라”
여: “아유~ 평소에 구경도 해보고 뭘 사봤어야지 알지 나 원. 이거 멋지니까 하나 사줄께”
남: “아...알았어”
(나중에 안신음)
 
대한민국 남자들에게는 대부분 ‘선물하기’ 어렵다. 뭔가를 사주기에도 사기에도 너무 어렵다. 필요하지 않단다. 그건 내 취향이 아니란다. 왜 그럴까?

첫째, 이미 풍족하고 부족하거나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예로 70대인 우리 아버지가 딱이다. 대부분 집과 교회, 병원을 주요 동선으로 하므로 넥타이가 필요하지도 않고 지갑도 귀찮단다. 무엇보다 약한 체력에 뚜벅이로 다니시니 구두가 아닌 운동화, 정장코트가 아닌 오리털 패딩이 최고다.
나도 별달리 필요한 것이 없다. 양말을 한번 사면 9켤레씩 사고 몇년이고 떨어질 때까지, 더이상 짝을 찾을 수 없을때까지 신고, 5년 전에 산 등산바지는 아직도 멀쩡하고, 너무 긁혀서 난반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안경을 새로 맞추지 않는. 모든게 풍족하다. 풍족까진 아니라도 카테고리당 꼭 필요한 것은 이미 구비되어있다.

둘째, 본인의 니즈와 취향을 모른다.
또 우리 아버지 얘기다. 내가 결혼한 후에는 생신이나 어버이날에 선물을 챙기려고 노력했다. 선물을 고르고 또 골랐지만, 리액션은 늘 뜨뜻미지근 했다. 매번 실패다. 그에 비해 장인어른은 그래도 자주 입으시는 것을 목격할 수 있으니 실패는 아닌듯하다. 가끔 장모님이 저 양반이 좋아하고 잘 입는다고 피드백도 해주신다. 등산, 마라톤 좋아하시던 분이니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평소에 뭐 좋아하시는지, 어떤 활동을 즐기시는지 정보가 있어야한다. 우리 아버지에 대해선 정보가 없는게 문제다. 오징어 닮은 한치를 좋아하신다는 것, 오토바이를 좋아하신다는 것 외엔 별로. 취미도 별다른 것 없으셨기에. 오히려 병원 건강검진 프리미엄 상품권을 준비하는게 낫겠다. 아! 이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단 말인가. 안물안궁이었다! 불효자는 웁니다.

2019년 9월 24일

작가의 이전글 알리는 말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