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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Jan 20. 2020

내 인생의 소중한 3가지

내 인생은 항상 오픈베타로 출시한다

    더 좋은 앱을 만들기 위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됩니다

    페이스북 app의 업데이트 할 때마다 상세기능 소개글에 고정되어 있는 글이다. 253버전이라니 참 많은 업데이트를 거듭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용자가 체감할만한 것도 있고 잘 모르고 넘어가는 개선사항도 많다. 유저님들, 우리 이렇게 노력하고 있어요 하는 알림이기도 하다. 


아빠는 어릴 때 꿈이 뭐였어?    

    우리집 1, 2호가 가끔 질문하는 물음이다. 내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다. 아니, 대답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좀 땀을 삐질 흘리면서 대답을 성실하게 해줘야할 것 같은 '아빠의 책임감'이 올라왔다. 애들이 전혀 안물어보던 것을 크면서 물어보기 시작하니 엉겁결에 대답을 만들어서 하게 되었고, 매번 대답하면 할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그 대답이 내 고백이 되었다. "응, 아빠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게 꿈이었어." 아이들은 뭔가 시시하다 뭐 그게 꿈 씩이나 되냐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뭐, 대통령이 되는 거였다, 의사가 되는 거였다. 이런거라도 바란거냐?'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나도 해외 저개발국가들의 동네들을 다니면서 그렇게 엉뚱한 질문들을 많이 했었으니까.


 "What do you want to do when you grow up?"이라고 묻지 않고
"What is your dream?"이라고 물었다. 바보같으니라구!


    "I want to be a doctor, a teacher" 이라는 대답 참 많이 들었다. 어쩌면 꿈=장래희망직업이라고 오해하며 사는 어른들의 질문을 받아서 그렇게 개떡같은 질문에 찰떡같이 대답했을테다. 나도 어느새 조금이나마 철이 들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게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꿈=장래희망직업이라는 공식은 대부분의 경우 틀렸다. 꿈이라면 모름지기 온세계의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든지, 우리나라의 불평등을 해결하는 정치가가 되겠다든지 그런게 되어야하는게 아닐까 싶다. 의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명예를 얻고) 변호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권력을 얻고 집안을 부유하게 일으키고) 그렇게만 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요?


    대답이 바로 나온다. 없다. 넉넉하지 못했던 기억들 때문에 돌아가고 싶은 날은 거의 없다. 정확히는 불화(화목하고 화해하지 못하는 인간관계들)했던 기억들 때문이다. 부모님은 꽁냥꽁냥 알콩달콩이 아니라 우르릉 쩍 우지끈 쿵쾅이었고, 그걸 피해서 중학 시절부터는 독서실로 숨었다. 표현과 행동, 의사소통에 미숙하셨던 것이다. 반면교사로 나는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나고보니 나도 한참 덜 자랐던 것을 알게 되었고, 기적적으로 고마운 아내를 만나 사람되었다. 책읽고 강의듣고 배운다고 되는게 아니라 실전연습을 해봐야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완성본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오픈베타버전을 계속 출시중이다. 출시하고 피드백 받고 수정해서 또 출시한다. 넘어지고 까지고 생채기를 낸 과거를 돌아보며 때로는 후회하고 용서를 빌고 오늘과 내일을 겸손히 살아간다. (예수는 한번 믿음을 가지면 모두 끝이라고 절대 말하지 않았다. 이런걸 기독교 용어로 '성화의 과정'(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오늘이 가장 좋은 이유 3가지


    예전보다 늙었고 머리숱이 적어졌다. 하지만, 은혜롭다. ('은혜'는 받을거라 상상치 못한 선물)

1)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넓어지고,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보람된 것인지 조금 더 안다. 

2) 내가 꿈꾸는 가까운 미래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동기부여 받고, 책도 읽으며 브런치에 글도 올리며 글리에이터로 성장중이다.

3) 이 겨울에 따뜻한 집에서 맘에 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고, 서로를 아끼고 보듬는 식구들이 함께 앉아서 TV를 보니까. 무엇보다도 나를 인간되게 도와준 아내가 함께 있으니까. 


    내 인생의 업데이트는 계속 된다. 업데이트가 멈춘다면 완성되었거나 망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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