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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Jan 21. 2020

아빠는 '자전거'라는 자유를 선물해 주셨다

아빠 생일에 글로 쓰는 감사편지

    8살 때 아빠가 자전거를 한 대 사오셨다. 초1 짜리 아이가 탈 만한 작은 자전거다. 집 마당에서 몽키스패너로 열심히 조립해주셨고 열심히 신나게 탔다. 삼형제 중 막내라서 형들이 늘 부럽고 따라하고 싶었기에, 하루만에 보조바퀴를 떼어달라고 했고 하루동안 여기저기를 부딪혀 무릎도 까지고 손바닥에 피도 났다. 신기한 건 그 다음날 부터 두발 자전거를 원하는대로 마음껏 탈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나의 자유는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시간만 있으면 우리 동네 뿐만 아니라 찻길 건너 옆 동, 그 옆에 옆 동까지 몇 킬로미터씩 다녔다. 대구직할시여서 나름 대도시에 속했지만, 변두리인 우리 동네에는 흙먼지나는 비포장 도로가 많았고 얼마 후엔 도로포장 전 자갈을 깔아놨기에 OFF ROAD라고 좋아라하며 자전거를 탔다. 지금으로 말하면 산악자전거 같은 덜컹이들이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집에 승용차도 없던 시절이니 아빠는 굳이 그걸 대구의 큰 시장에 가서 버스를 타고 낑낑대며 사오신 거다. 한 푼이라도 저렴하게 사오기 위해 도매상가에서 사오신 거고 언박싱을 하신 셈이다. 직접 조립하며 이케아 같은 즐거움도 있으셨을거다. 지금도 분해 조립에 즐거움을 느끼시는 분이니까. 우리 아이들도 적당한 때에 자전거를 한 대씩 사줬다. 이제 돌이켜보니 내가 느낀 자유를 선물하고자 하는 동기인듯.


    중학교 2학년 때에는 모험심이 발동하여 멀리도 다녀왔다. 시청 앞 지도상점에서 대구광역시 지도를 샀고 먼저 훑어본 다음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인 수성못을 향했다. 중간 중간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면서 지도를 다시 보며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애초에 계획한 길이 맞는지 재확인하며, 결국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요즘 같으면 스마트폰 거치대를 달고 카카오맵을 켜겠지만, 그 당시엔 지도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 것. 인도로만 다니며 1시간 걸렸는데, 지금 찾아보니 10km이다.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줘서 아주 으쓱했다. 동선이 한정적인 중딩이 자기주도학습으로 목적지와 경로를 정하고 도착하는 성취감을 맛보았으니 그것이 나는 스스로 자유를 쟁취한 셈이다. 그렇게 자전거는 운동이거나 교통수단이 아닌 '자유'의 아이콘이 되었다. 

    오늘은 아빠의 만76세 생신이다. 멀리 살아서 찾아뵙지는 못하고 전화를 드렸지만 글로 감사의 편지를 남기고 싶다. 아빠, 고맙습니다. 이번 설날연휴에는 오랫만에 추억을 떠올리며 자전거를 타고 추억을 돋게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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