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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Feb 18. 2020

별이 빛나는 밤. 고흐(마마무 아님주의)

책짚고 인터넷 헤엄치기 #13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봅니다.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제목을 말이죠. 이문세의 별이...빛나는...밤에...라는 멘트와 BGM이 떠오르는 건 제가 아재이기 때문이겠지요. 동시에 쎈언니 걸그룹 마마무의 노래로 머릿 속에 연속재생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 보다 윤동주의 별헤는 밤처럼 아늑하고 고요하고 정적인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까만 밤하늘에 작은 별빛만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는 겁니다. 사운드라고는 귀뚜라미 소리와 바람이 스치는 풀잎소리, 졸졸 흐르는 시냇물 정돕니다. 귀에 꽂은 에어팟으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가 Major7코드로 연주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는 순간, 고흐의 그림은 사뭇 다릅니다. 시 한편을 읊조리게 되네요.

Vincent Willem Van GoghThe Starry Night 92cm *73cm oil, canvas


사각사각 스치면서
유화물감 묻힌 내 붓
빙글빙글 굽이쳐서
바람속에 흩날리듯

작은 별 자란 것처럼
불꽃놀이 올라가네
사이프러스 횃불처럼
하늘끝에 넘실대네


                   별이 빛나는 밤. 뻬드로 시. 2020




1889년 6월 19일 저녁에 그렸다고 합니다.

생레미 정신병원(Saint Remy de Provence)에 요양하고 있을 때입니다.

고흐가 1853년에 태어나 1890년 7월 29일에 사망했으니 세상을 등지기 전 1년 정도 남았을 때입니다.

그림의 2/3는 하늘이 차지하고 있고 그 하늘까지 걸친 왼쪽의 짙은 색 줄기 같은 것은 사이프러스 나무, 작은 마을과 교회까지 그려놓았습니다.


고흐가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의 시를 논평했다고 합니다. "별이 빛나는 거대한 밤하늘. 결국 이것은 신이며 현세를 초월하는 영원이라고 부를 수밖에"라고. 그래서 시인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서 그린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그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교회의 어두운 창문이 제도권 종교는 답이 없다는 뜻이다, 무슨 소리냐 뒤틀린 나무와 역동적인 하늘이 고통스런 고흐의 내면이다, 그것도 아니고 그날밤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 과학적으로 봐야지 안그래? 허블망원경으로 보이는 것으로 추측해볼 때 신비로운 별 외뿔소자리 V838을 봤다는 설까지. 이 무슨 멍멍소리인지...... 고흐의 그림을 있는 그대로 즐겁게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요? 칼 융의 심리학에 사물을 인식하고 해석하는데에 있어서 자기 마음에 있는 것을 투영한다고 하니, 내 맘이 즐거우면 저 그림이 활기차게 다가오고, 우울하면 배배 꼬여버린 내 상황이 느껴지는 것 아닐까요?


유화물감으로 여러번 덧칠하여 이후 표현주의 운동을 앞당겼다고 하는데, 메이크업베이스부터 입술 틴트와 컨실러까지 켜켜이 쌓아가되 마치 아무것도 안한 것처럼 자연스런 것을 추구하는 여인들의 투명메이크업처럼 덧칠도 적당히 자연스럽게 우리도 인생 덧칠을 잘 해야할 것 같습니다.



직장동료가 작년에 다녀왔다고 협찬해준 고흐의 무덤 벽면에 있는 안내문 사진 (c) Dahye Kim



생레미 정신병원 (생 폴 모솔 수도원)

https://goo.gl/maps/WVeDHKWFbbF9nZ737



day 269.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도서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수업 365] 중 280쪽.


다음은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참고)

http://www.wikiart.org The Starry Night



미술사와 관련하여 썼던 브런치북 #1~10으로 연재된 글도 나름 재미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art4theunknown



저의 다른 장르 글들은 티스토리에 있습니다.

http://pedro-nekodadd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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