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뻬드로 Feb 23. 2020

고맙다 마눌님! 암을 이겨내고 함께 있어줘서.

아내의 갑상선암 수술 후 1주년만에 쓰는 감사편지

만 1년이다.

드라마틱하게 건강해질 줄 알았다.

수술만 하면 확 좋아질 줄 알았다.

착각이라는 것을 안다.


착한 암이라고 하지마라.

암은 암이다.

수많은 의사선생님들이 그렇게 말했고 정말 무섭게 확산될 수 있는 ‘암’이다.

암적인 존재다.


다행히 갑상선이 두 개다.

하나만 암이 발견되어 제거했고, 지난주에 선생님을 뵈었을 때 수치가 안정적이다, 하나 남은 갑상선이 아주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듣고 왔다.


아내가 아프고 힘들어하고 못버텨내는 것을 못견디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을 못참아내는 나의 소갈머리를 발견한 것이다. 미안하면서도 계속 내 속의 본업 생각이 치밀어 올라온다. 모든 집안일은 우리 둘이서 함께 한다. 말로만. 이런 부담을 아내가 스스로 느끼고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가장 힘들고 버거운건 본인인데.


퇴원 후 2주 쉬었다가(유치원 영어수업이 없어서 쉰 기간) 출근한 아내를 보면서, “다 관둬. 내가 그만큼 벌어올테니!”라고 얘기하지 못한 내가 후회스럽고 쪽팔리다.


아이들은 말은 하지 않지만, 엄마가 아프니 많이 조용해졌었다.

심지어 수술 직후에는 돼지고기 알러지가 생겨서 우리집의 식생활이 더욱 좁아졌었다. 다행히 몇개월 후에 그 알러지가 사라져서 순댓국도 먹고 감자탕도 먹고 돼지갈비와 탕수육, 돈까스도 먹는다. 참 다행이다. 쇠고기, 닭고기, 양고기만 먹고 살아야했다면 어떻게 살겠노?


눈물이 난다.


입원 당일 날 찍어둔 사진을 1년만에 꺼내어보니,입원 전에 마지막 식사라고 회덮밥 먹었던 사진, 전날 입원한 입원실, 수술 당일 아침 휠체어에 타고 수술실로 들어가기 직전, 수술 후 병실에서 먹던 환자식, 걸어다니며 운동해야 회복이 빠르다 하여 복도를 걸어다니며 찍었던 사진, 퇴원하며 먹었던 식사다운 식사까지.


남편이 편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 내가 더 잘하지는 못하겠지만, 내 맘을 고쳐먹기도 불가능에 가깝지만 노력할게. 그리고 일 안하고 좀 쉴 수 있게 해줄게.


사랑한다 아이가!


작가의 이전글 (집놀이) 아이와 그림놀이 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